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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높다랗게 쌓아올린 강원 태백 추전역
그리움이 높다랗게 쌓아올린 강원 태백 추전역
  • 한강타임즈
  • 승인 2009.01.13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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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산업으로 영화 누리던 태백 추전역…‘환상선 눈꽃열차’ 인기
용연동굴ㆍ석탄박물관ㆍ태백산 눈꽃산행 등 관광객 발길 이끌어

서민의 애환을 싣고 덜컹이며 달리는 태백선 완행열차. 한숨 같은 기적소리가 힘겹게 울리더니 느릿느릿 회색빛 풍경을 철로 위로 끌어올린다. 멈춰진 듯 긴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차창 밖으론 고깔모자 닮은 높은 산과 깊은 골이 하염없이 휘어진다.
이어 열차는 기나긴 어둠의 터널로 빨려들어 간다. 터널의 끝자락을 뚫고 나온 반짝이는 불빛 하나, 그것은 꼭꼭 숨겨둔 기다림과 그리움의 공간. 해발 855미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추전역이다.

숯검정 빛 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도 영화로웠던 그 옛날, 그 탄광촌은 지금 애물단지로 전락한 탄가루를 뿌려대는 폐광촌으로, 석탄을 싣고 달리던 기차는 깨어나지 못할 긴 잠에 빠진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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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달리는 ‘하늘열차’

시꺼먼 얼굴을 한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풍요로웠던 역사는 난로 하나만 덩그러니 남겨둔 채 텅 비어 있다. 허나, 겨울날 추전역에서 한번이라도 머물러 본 사람이라면 분명 알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탄 더미가 완전히 파묻혀버릴 만큼 깊은 설원의 풍경을. 그리고 싸리밭골(추전은 싸리밭골에서 유래됨)이라는 마을 이름에서 느껴지는 그 쓸쓸한 정취는 아이러니하게도 꽁꽁 얼어붙은 이들의 마음을 녹여준다는 것을 말이다.
흔히들 청량리에서 출발해 종착역인 태백까지 달리는 태백선 완행열차를 두고 ‘하늘열차’ 라 부른다. 영월에서부터 예미, 사북, 고한, 추전, 태백역에 이르기까지 하늘에 달린 철로를 따라 움직이는 듯 산허리를 굽이치는 구간을 말하는 것.
그 여행길의 최고 감동구간은 단연 추전역이다. 지난 1973년 무연탄을 수송하기 위해 세워진 역사인 추전역은 험준한 산악과 협곡이 즐비한 태백산맥을 가로지르는 난공사였다. 탄광산업으로 최고의 영화를 누릴 당시에 추전역은 한 달에 약 10만톤의 석탄을 전국적으로 수송했던 그야말로 보물 같은 역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시책으로 석탄 산업이 하향길을 걷게 되면서 지금의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해버렸다. 거기다 몇 해 전까지는 하루 왕복 1차례 열차가 정차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어 사라져버렸다. 그러다 추전역을 경유하는 겨울철 ‘환상선 눈꽃열차’가 인기를 끌면서 다시금 주목받게 됐다.
하늘이 온통 잿빛인 날 추전역을 찾았다. 조금씩 눈발도 날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역답게 추전역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아주 심했다. 한참을 올라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이라는 기념비를 보고서야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철로 바로 앞에는 ‘멈춰선 광차’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소나무 위로 눈이 소복 쌓이기 시작했다. 워낙 고지가 높기에 한번 내린 눈은 잘 녹지 않고 겨울 내내 쌓여있다고. 역무원의 동행 하에 정암터널로 오르는 철로를 따라 강원도 오지의 적막강산을 걸어 봤다.
바람소리에도 고개가 돌아갈 만큼 깊은 적막만이 흐르는 추전역. 이따금 역무원들의 무전기에서 들리는 소리들 뿐 심심할 정도로 고요했다. 정암터널은 추전역과 고한역 사이에 있는 터널로 그 길이는 무려 4,505m. 우리나라에서 몇 해 전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생겨난 ‘죽령터널’을 제외하고 가장 긴 터널로 손꼽힌다고 한다.
다시 역사 안으로 들어와 난로에 몸을 녹였다. 역사 안 허름한 벽에는 철도개통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초대 추전역장이 기념테이프를 자르는 빛바랜 흑백사진도 걸려있었다. 추전역에 머물다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사연들도 한 장 한 장 넘겨 볼 수 있었다.
추전역은 겨울에 와야 제 맛이라고들 한다. 그것도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송이눈이 내리는 날이면, 이 조그마한 역사는 눈꽃 가득한 산정에 올라선 듯 운치 있는 설국으로 변한다. 세상이 어지러워 살아가는 일이 힘겨울 때 다시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추전역은 마음의 고향처럼 평온하고, 왠지 모르게 다시 일어설 희망을 줄 것 같은 묘한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날이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이라면 더욱 행복할 것이다.
추전역 말고도 태백의 관광지 중에서 우리나라 최고로 높은 곳이 또 있다. 금대봉 아래 해발 920m에 자리 잡은 용연동굴이 바로 그 곳. 용연동굴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있는 동굴이다. 높다고 해 ‘산을 올라야하나’ 하는 걱정은 할 필요 없다. 산 아래 매표소에서 동굴까지 미니열차가 다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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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의 가볼만한 명소

1억5000만∼3억년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용연동굴의 길이는 843m. 모두 4개의 광장과 2개의 수로가 있는데 40종에 달하는 다양한 종류의 종류석, 석순, 석주 등의 동굴 생성물을 구경할 수 있다. 화산모형 분수대, 일반 분수대, 그리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리듬분수도 볼거리. 이따금 천장에 붙어사는 관박쥐도 볼 수 있으니 너무 놀라지는 말기를.
용연동굴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연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동굴 깊은 곳에 임진왜란 때 피난했다는 내력의 붓글씨가 있다. 전해 오는 말로는 의병의 본부 역할을 했으며 국가 변란시 피난처였다고 한다.
오랫동안 특별한 보호대책 없이 일반인에 노출돼 종유석, 석순 등 생성물의 훼손이 심했으나, 지난 1980년 2월 26일 강원도 지방기념물 제39호로 지정돼 동굴입구에 출입통제 구조물을 설치해 보호해왔다. 그 후 동굴의 개발을 위해 1994년 9월 23일 문화재공개 허가를 받아 동굴탐방시설공사가 이뤄졌다.
태백산 도립공원 입구에 있는 동양 최대 규모의 석탄박물관. 석탄산업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태백 석탄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수직갱도로 장식된 건물 외관부터 웅장한 느낌이 든다.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 건물로 내부는 모두 여덟 개의 전시실과 함께 지하에는 체험갱도, 옥외전시장까지 설치돼 있다.
옥내전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석탄의 역사 및 채굴과정과 광부들의 삶, 연탄제조 기술 등 석탄에 얽힌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다. 광산생활관에선 60∼70년대 광부들의 애환을 살펴볼 수 있으며, 체험관에선 지하갱도에서 탄광 막장이 무너지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실감나게 만들어졌다.
국가기간산업의 원동력이던 석탄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부존 에너지자원으로서 국민생활의 연료공급과 국가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으나, 현대 물질문명의 발달과 청정에너지의 일반화로 그 수요가 감소됨에 따라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에 의한 탄광사양화로 접어들면서 그 중요성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석탄박물관은 그간 석탄산업의 변천과 지하자원 개발사 등을 한 곳에 모아 체계적이고 일목요연하게 전시해 우리들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석탄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고 역사적 교육의 학습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건립됐다.
등산로가 험하지 않기에 제대로 된 등산화만 갖추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겨울철 눈꽃의 아름다움과 산행의 재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어 인기만점인 태백산 눈꽃산행. 태백산 산행은 대게 당골코스, 유일사코스, 백단사코스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유일사로 올라 정상인 천제단에서 당골로 하산하는 유일사코스는 하산시간까지 합쳐 3~4시간 정도 소요되는 비교적 무난한 코스다. 유일사 쉼터를 지나면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군은 새 하얀 옷을 갈아입고 신비스런 자태를 뽐내니 그 이색적인 풍경에 눈이 시릴 정도. 두 그루의 주목이 눈을 이고 있는 모습이 장관인 장군봉을 지나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는 천제단이 바로 산 정상이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산 정상밑 해발 1,500m에는 단종대왕을 모신 단종 비각과 한국명수 100선 중 으뜸인 용정이라는 우물이 있다. 또한 태백산도립공원 주변에는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이 있다.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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