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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주민 위한 특별한 장례식 열려
쪽방촌 주민 위한 특별한 장례식 열려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6.01.21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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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명 참여..고인 마지막길 배웅해

[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외롭게 숨을 거둔 이웃을 위한 특별한 장례식이 열렸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사랑의쉼터 건물 지하에서 돈의동 쪽방촌에 거주하다 사망한 고 김철구(54)씨에 대한 추모의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이날 장례식에는 지역주민, 동주민센터 직원 등 70여명이 참여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장례식의 주인공 김씨는 서울 종로구 돈의동 103번지 쪽방촌에 거주했다. 지난 2004년부터 장장 12년이란 기간이었다.

김씨는 젊은 시절 가족 부양을 위해 건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자활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가정이 해체된 후 쪽방촌에 들어왔고, 이후로는 삶의 희망을 찾지 못해 거의 매일 술에 취해 살았다고 한다.

잦은 음주로 당뇨, 뇌출혈 증상을 앓던 김씨는 서울 은평구의 한 병원에서 지난 8일 끝내 숨을 거뒀다.

당초 김씨는 장례없이 화장하는 '직장(直葬)'으로 처리될 상황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연고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돈의동 사람의쉼터와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주축이 돼 이날의 장례식을 열었다.

돈의동 사랑의쉼터 이화순 소장은 "무연고자가 죽을 경우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곧바로 화장장으로 간다. 이런 비인간적인 관행을 바꿔야 한다"며 "오늘의 작은 장례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 김상현 이사장은 "죽음을 대하는 방식은 그 사회의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며 "그동안 죽음에서조차 차별받고 소외됐던 분들에게 추모식이 작은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가장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이의 장례를 가장 성대하고 장엄하게 치르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강조했다.

참석한 주민들도 환영의 뜻을 드러냈다.

박동기(61)씨는 "이렇게 장례를 치르니 아주 좋다"며 "앞으로 좀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이런 장례가 치러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 A씨는 "옆집 살던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며 "이렇게 장례를 치러준다니 그나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호응이 이어짐에 따라 돈의동 사랑의쉼터와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 측은 앞으로 무연고자를 대상으로 한 장례식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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