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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학대 받던 14살 꼬마신부 “인도 첫 여성 택시기사 됐다"
남편 학대 받던 14살 꼬마신부 “인도 첫 여성 택시기사 됐다"
  • 김미향 기자
  • 승인 2016.01.28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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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셀비 고우다(Selvi Gowda)는 고작 14살짜리 꼬마 신부였다. 그는 지나가는 버스를 바라보면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몸을 던져 힘든 생을 마감하려 하고 있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자살을 하는 대신 버스에 올랐다.

그길로 셀비는 인도 남부에 있는 자신의 집을 영영 떠났다. 세상과 이별을 하는 대신 자신을 학대한 남편과의 이별을 택한 것이었다. 남편은 어린 아내 셀비에게 몸을 팔아 돈을 벌어오게 하는 무뢰한 이었다.

버스가 그를 내려준 곳은 벵갈루루의 남서쪽 138km 지점에 있는 마이소르라는 곳이었다. 갈곳이 없었던 셀비는 ‘세인트 필로메나 성당’ 앞에서 울고 있었다. 누군가 셀비의 안타까운 처지를 알아보았다. 그 사람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오다나디(Odanadi)’라는 시설이었다. 학대받는 여성들을 보호하는 곳이었다.

1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셀비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변신했다. CNN방송은 28일(현지시간) 남편으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받던 어린 신부 셀비가 인도의 첫 여성 택시기사 및 여성 인권운동가로 인생역전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셀비는 지금 마이소르에서 택시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셀비의 인생역전 드라마는 캐나다 영화제작자인 엘리사 팔로스키(Elisa Paloschi)의 다큐멘터리 ‘셀비와 함께 운전을(Driving with Selvi)’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팔로스키는 셀비를 2004년 오다나디 여성보호소에서 만났다.

팔로스키는 “셀비에겐 뭔가 흥미로운 게 있었어요. 그래서 이듬해 그리고 또 그 이듬해 그녀를 보기 위해 잇따라 인도에 갔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10년 동안 팔로스키는 셀비의 삶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팔로스키는 “셀비의 삶은 계속 진화를 하더군요.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완성할 수가 없었어요. 마침내 필름을 완성했을 때 그것은 힐링 여행(healing journey)이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셀비가 운전을 하는 것은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말한다. “운전을 하면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다음엔 어떤 손님이 내 차를 탈까, 어떤 모험이 또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행복해집니다.” <출처: CNN방송>

셀비는 이제 ‘인도의 첫 여성 택시기사’로 유명인사가 됐다. 셀비가 처음 오다나디 보호소에 도착했을 때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셀비는 그곳에서 눈썹 미용 기술을 배웠다. 그러나 오다나디 보호소 소장은 셀비를 통해 더 큰 것을 보고 있었다. 소장은 셀비에게 운전을 배우라고 했다.

당시 셀비는 자전거 타는 법도 모를 때였다. 셀비는 잔뜩 겁을 집어 먹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미 다른 두 명의 여성들이 운전교습을 받고 있었다. 여기에 셀비가 가세를 했다. 마침내 세 명의 어린 여성들은 운전교습을 마쳤다. 오다나디 보호소에서 이들 3명의 여성들에게 차를 사 주자는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그 결과 세 여성에게는 마르티 스즈키의 옴니들이 한 대씩 주어졌다. 인도 최초의 여성 택시기사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인도에서도 여자가 운전면허를 딸 수 있다. 그러나 여자가 택시기사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었다. 나란히 택시운전을 시작했던 다른 두 명의 여성 동료들은 결국 중도 포기를 하고 말았다. 그러나 셀비는 새로운 영역에서 홀로서기에 성공을 했다. 그리고는 인도 최초의 여성 택시기사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젠 혼자 택시 운전을 하는 게 겁나지 않아요. 내가 모시는 손님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으니까요.”

그녀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아주 조심을 하고 있다. 셀비는 손님을 찾기 위해 빈 택시로 거리를 돌아다니지 않는다. 안면이 있는 여행사의 손님을 태우거나 미리 확보해 둔 단골손님만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

처음 셀비의 택시를 이용하는 손님들은 그가 여성임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한가지 특이한 사실은 여성기사인 셀비를 이해하지 못하고, 괴롭히는 꼴통 승객들은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결국 셀비에게 전화번호를 남긴다. 새로운 단골손님으로 등록을 하는 것이다.

셀비는 자신의 벌이는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운전을 하는 것은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니다.

“운전을 하면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다음엔 어떤 손님이 내 차를 탈까, 어떤 모험이 또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행복해요.”

그녀는 새로운 남편도 만났다. 일을 하다가 만난 비지(Viji)라는 이름의 동료기사이다. 두 사람 사이엔 아이도 둘 생겼다. 셀비는 육아를 위해 가끔 일을 쉬기도 한다.

유니세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 7억 명의 어린 소녀들이 18세도 안된 나이에 결혼을 한다. 그들 중 3분의 1은 인도사람들이다. 이제 여권신장 운동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는 셀비는 학대받는 여성들에게 외친다.

“당신의 형제자매나 어머니 혹은 누군가가 당신을 구하러 올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일을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생각을 해야 합니다. 당신 스스로 뭔가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십시오. 그러면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셀비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미국의 공공 미디어 지원기구인 ‘독립 텔레비전 서비스(ITVS, Independent Television Service)’와 포드재단, 미국국제개발처(USAID) 등이 공동 주최한 이 심포지엄은 사회변혁 및 양성평등을 위해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였다. 오는 10월 셀비는 팔로스키와 함께 열흘간 인도에서 버스 투어를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알릴 예정이다. 셀비는 이때 자신이 운전대를 잡기로 했다. 버스투어의 목적은 인도에서 학대 받고 있는 수백만 어린 소녀들과 여성들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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