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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인터뷰]한효주 "극적인 연기보다 자연스런 연기 해왔다"
[미니인터뷰]한효주 "극적인 연기보다 자연스런 연기 해왔다"
  • 박지은 기자
  • 승인 2016.04.14 0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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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 배우

[한강타임즈]100억원에 가까운 제작비를 들인 시대극 ‘해어화’(감독 박흥식)는 한효주(29)의 저력을 새삼 일깨워주는 영화다.

2003년 미스빙그레 선발대회로 데뷔, ‘논스톱5’를 거쳐 윤석호 PD의 ‘봄의 왈츠’(2006)를 주연한 이래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스타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여배우로 자리잡아왔다. 늘 제몫을 해내 신뢰감을 줬지만 ‘해어화’는 그 이상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준다.

‘한효주’하면 떠오르는 밝고 사랑스런 이미지에 갇혀 있지 않다. 가수를 꿈꾸는 마지막 기생 ‘소율’로 분한 그녀는 예인의 자부심이 좌절되고, 애인의 배신에 상처입고, 친구의 재능을 질투하다가 스스로를 나락에 빠뜨리는 여인의 비극적 삶을 다양한 얼굴로 연기해낸다. 한효주가 다시 보인다.

“배우로서 연기적으로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던 차에 여배우가 돋보이는 흔치 않은 시나리오였다”며 “내게는 새로운 도전이었고 확실히 새로운 모습”이라고 밝혔다. 후반부에는 노인 분장도 하고 나온다.“모든 촬영 중에 노인분장하고 대사 쳤을 때 가장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었다. 그렇게 깊게, 뭔가 소름 돋게, 내가 직접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 정말 소중한 작업이었다.”

신인시절, 촬영장 가기가 무서웠다는 비화도 털어놨다. “스태프들 앞에 서는 게 무서웠다. 잘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하지 못해 속상했다. 촬영장에 도착해 차 문을 여는 게 무서웠고, 못나겠다고 운 적도 많았다.”

연기욕심이 많은 영민한 배우, 한효주와 대화했다.

-늘 사랑받다 사랑받지 못한 여인을 연기한 소감은.

“역시 사랑받는 게 좋다. 너무 마음이 괴로웠다.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게 편치 않았다. 이렇게 비극적 이야기는 처음이다.”

-극적인 연기보다 자연스런 연기를 해왔다.

“지금껏 해온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연기를 좋아한다. 뭐든 자연스러운 게 좋다. 그럼에도 한번쯤 극적인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연기적으로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내게 이런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했다.”

-도전욕을 자극한 작품인데 작업을 마친 소감은.

“확실히 새로운 모습이다. 사랑받지 못한다거나 사랑을 얻기 위해 처절하게 울부짖는 얼굴들이,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이라서 새롭긴 하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한효주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가장 심적 부담을 느낀 장면은 노인 분장하고 찍은 후반부다. 잠을 못 잤다. 감독님이 처음부터 확고했다. 소율의 얼굴이었던 사람이 연기해야 한다. 이 영화를 끌고왔던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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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해어화' 의 주연 한효주 인터뷰

본인은 반대했나.

“처음에는 반대했다. 부담감도 컸고 두려웠다. 1시간50분 끌고 온 영화를 내 노인분장으로 망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설득 당했다. 내가 맡은 캐릭터니까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고, 처음부터 중요하다고 생각한, 노인이 된 소율의 대사를 내가 꼭 하고 싶어졌다.”

-‘왜 몰랐을까요. 그렇게 좋은 걸.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깊은 회한이 담겨있다.

“공교롭게 그 장면을 마지막날 찍었다. 진짜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 찍고 나서, 감정이 잘 추스러지지 않았다. 그 캐릭터와 내가 가깝다고 느꼈다.”

-노인으로 분장한 채 거울 봤을 때 기분은.

“어색했다. 좀 더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보이려고 모든 스태프가 노력했다. 첫날은 분장에만 5시간이 걸렸다.”

(1943년 일제강점기를 무대로 기생의 딸로서 예인으로 길러진 소율은 순수하고 착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릴 적 동무 연희(천우희)에게 늘 다정하고 자신처럼 기생의 아들인 연인 윤우(유연석)의 사랑에 가슴 설렌다. 윤우가 당대 인기가수 이난영의 히트곡을 작사·작곡한 주인공임을 알면서 정가가 아닌 대중가요를 부를 꿈도 키운다. 그러던 중 윤우는 우연히 연희의 노래를 듣게 되고 조선의 백성을 위로하려 만든 노래 ‘조선의 마음’을 소율이 아닌 연희에게 불러달라고 청한다. 소율은 처음에는 연인과 친구의 길을 성원하나 둘이 서로 사랑하게 됐음을 알게 되면서 배신감과 열패감에 몸을 떤다)

-소율은 재능과 사랑 중 어느 것에 대한 질투가 더 컸다고 봤나.

“감독님이 첫 미팅 때 그런 말을 했다. 이건 모차르트와 살리에르가 아닌, 모차르트와 모차르트의 이야기다. 그 말을 듣고 울컥했다. 단순히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노래에 대한 욕망과 열정이 사랑의 감정과 대등하지 않았다. 노래에 대한 욕망이 크면 컸지 더 작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동경하던 가수 이난영 콘서트에서 자신이 아닌 친구의 이름이 불린 그 순간부터 기생을 예인이라 믿었는데 그 믿음도 깨지면서 소율의 삶에 하나둘씩 균열이 일어나는데 그렇게 자신의 전부를 잃었을 때, 여자의 변화랄까. 난 소율의 변화가 이해됐다.”

-소율의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나는데, 어떻게 그 변화를 표현했나.

“소율이를 순수한 존재로 만들려고 했다. 어린 아이 같고, 미성숙한 존재. 계속 일이 닥칠 때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 이성적이거나 좀 더 성숙했다면 피해가거나 맞서거나 할텐데, 너무 순수하고 경험이 없다보니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이 그렇게 돼가는 것을 모르는 존재로 설정하고, 촬영할 때 최대한 밝게 하려고 했다. 그 정도로 자신을 버리는 것은 순수한 존재라서 가능하다고 봤다.”

-‘쎄시봉’의 민자영이라면 소율에게 현명한 충고를 해줬을 법도 하다.

“민자영이라면 좀 더 현명하게 복수했을 것 같다. 소율은 아무것도 몰랐다. 남자에 대해 모르지 않았나.”
 

-신인 시절 스타PD의 작품에 덜컥 발탁되면서 줄곧 주인공 자리를 차지해왔다.

“행운이라는 단어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다. 너무 영광스럽고 감사했고,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한편으로 내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의 연속으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늘 주인공인 연기자의 말 못할 고충인가.

“그때는 그랬다. 가진 능력보다 좋은 선택을 받아서, 부딪히고 깨지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작품하며 받은 상처를 다른 작품으로 치유 받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특히 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2006)이 큰 도움이 됐다. 배우로서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나한테 치유가 된 영화다.”

-지금은 연기하는 게 어떤가.

“재미있다. 과거에는 표현하고 싶어도 표현할 방법을 몰라서 답답했다면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게 많아졌다.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할 수 있어서 재미있는 거 같다. 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 그러다가 잘 안 되면 힘들고.”

-TV드라마에서 출발했으나 한 동안 영화에만 전념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고 좋은 시나리오가 계속 들어오면서 몇 년 간 영화만 했다. 꾸준히 하면서 영화 현장이 편하고 즐겁고, 애정이 커지는 걸 느꼈다. 점점 넓게 보게 됐고 안정감도 느꼈다. 차기작은 드라마 ‘더블유’인데, 대본이 재미있었다.”

한효주가 6년 만에 TV로 복귀하는 반 사전제작 드라마 ‘더블유’는 로맨틱 서스펜스 멜로로 이종석(27)과 호흡한다.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인현왕후의 남자’ 등의 송재정 작가가 극본을 쓰고 ‘그녀는 예뻤다’로 ‘그예’ 신드롬을 일으킨 정대윤 PD가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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