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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남찬가 ‘이승만 비판’했다고 피소, 그럼 김삿갓은?
우남찬가 ‘이승만 비판’했다고 피소, 그럼 김삿갓은?
  • 박귀성 기자
  • 승인 2016.05.25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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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경제원, 이승만 비판 시 우남찬가 저자 민형사 고소

[한강타임즈 = 박귀성 기자] 우익 보수단체로 알려진 민간단체에게 '우남찬가'로 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 문학행사에 응모한 저자 장민호(필명 이정환) 작가가 행사 주최측으로부터 민형사상 고소를 당했다. 이같은 사실은 해당 작품의 저자 장민호 작가가 23일 온라인 게임 전용 커뮤니티 ‘루리웹’에 관련 소식을 올리면서 알려졌고,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했다.

한 네티즌은 ‘서당은 내조지요, 방중은 개 존물이라. 생도는 제미십이요, 선생은 내불알이로다(원문 書堂來早知, 房中皆尊物. 生徒諸未十, 先生來不謁)’이라는 김병언(일명 김삿갓) 선생의 시(이하 서당가)를 인용하고 “이런 시를 남긴 김삿갓은 사형감이겠네. 조선시대보다도 못한 문학적 소양들이 무슨 행사를 하겠다고...쯧쯧!”이라며 혀를 찼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거행됐다. 이날 모인 추모군중들 속에서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노회찬!' 연호에 당황하다 이내 중심을 잡은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가 손을 내미는 지지자들과 악수를 시작하더니, 조금 지나자 군중들과 같이 '주먹질'을 하며 함박웃음을 한껏 지어내고 있다.

김병언 선생의 서당가는 이번 우남찬가와 내용면에서 보면 풍자와 해학에서 닮았다고 할 수 있고,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김병언 선생의 시는 한시의 운율과 한자를 사용해서 우리말 발음으로 읽는다는 것과, 우남찬가는 한글로 쓴 시를 세로로 읽었을 때와 가로로 읽었을 때의 뜻이 상반된다는 점이다.

거의 저질 욕설에 가까운 김병언 선생의 서당가를 한문으로 해석해보면 ‘書堂來早知 서당이 있음을 내 일찍이 알고 있었고, 房中皆尊物 서당 안은 모두 귀한 물건들이라. 生徒諸未十 학생은 모두 열이 안 되는데, 先生來不謁 선생은 와 보지도 않는구나’, 즉 김삿갓이 이고을 저고을 떠돌며 주로 서당을 찾아 동가숙 서가식한다는 소문을 듣고 피해버린 서당과 훈장을 신랄하게 비꼰 싯귀다.

우남찬가 역시 뉴라이트 성향의 보수 단체인 자유경제원이 지난 3월 주최한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입상작에 선정됐다. 하지만, 자유경제원은 이 우남찬가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입선을 취소하고 우남찬가 장민호 작가를 최근 형사고소함과 동시에 손해배상소송까지 냈다.

장민호 작가에 따르면 자유경제원은 최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및 사기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를 하고, 5000만원의 위자료와 업무지출금 699만6090원을 합산한 56,996,090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장민호 작가가 ‘제1회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에 응모한 ‘우남찬가’는 현대식으로 읽으면 이승만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이 시가 입선작에 선정된 이유다. 하지만 이 시에서 각 행의 첫 글자를 세로 읽기로 읽어보면 ‘한반도분열 친일인사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폭파 국민버린도망자 망명정부건국 보도연맹학살’이라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행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1회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우남찬가와 함께 최우수상 수상작에 선정된 영문시 ‘To the promised land’도 함께 수상이 취소되고 고소를 당했다. 이 영문시도 이승만 대통령을 극찬하는 내용 일색이지만, 각 행의 첫 알파벳만 떼어 세로읽기로 읽으면 ‘NIGAGARA HAWAII’(니가 가라 하와이)가 된다.

장민호 작가가 이날 공개한 자유경제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장에 따르면 “해당 시의 내용은 역사적 사실과 다른 사실에 기초하거나 자신만이 해석한 주관적인 의견에 기반하여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자유경제원의 공모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관련 소송의 취지를 담고 있다.

장민호 작가는 이에 대해 “시를 ‘문학공모전’에 응모한 것은 그 어떠한 법에도 저촉되지 않는 행위였으며, 본인은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에 의거, 공모전의 의도에 합당한 작품을 출품했다”고 주장했다.

장민호 작가는 아울러 ‘명예훼손 등 각 혐의’에 대해 “실제로 본인의 게시물에서 본인이 올린 시를 근거로 이승만 선생과 자유경제원을 모욕하고자 했던 의도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문장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강변하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변호를 요청했다”고 그간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아래는 장민호 작가가 출품한 ‘우남찬가’다.

한송이 푸른 꽃이 기지개를 펴고
반대편 윗동네로 꽃가루를 날리네
도중에 부는 바람은 남쪽에서 왔건만
분란하게 회오리쳐 하늘길을 어지럽혀
열사의 유산, 겨레의 의지를 모욕하는구나

친족의 안녕은 작은 즐거움이요
일국의 영화는 큰 즐거움이니
인간된 도리가 무엇이겠느냐
사사로운 꾀로는 내 배를 불리지만
고매한 지략은 국민을 배불린다.
용문에 오른 그분은 가슴에 오로지
민족번영만을 품고 계셨으리라
족함을 모르는 그의 열정은
반대편 윗동네도 모르는 바 아니리
역사가 가슴치며 통곡을 하는구나
자유는 공짜로 얻을 수 없다고

한 줌 용기의 불꽃을 흩뿌려
강산 사방의 애국심을 타오르게 했던
다부진 음성과 부드러운 눈빛의 지도자
리승만 대통령 우리의 국부여
폭력배 공산당의 붉은 마수를
파란 기백으로 막아낸 당신

국가의 아버지로서 국민을 보듬고
민족의 지도자 역할을 하셨으며
버려진 이땅의 마지막 희망으로
린민군의 압제에 당당히 맞서니
도리어 두만강까지 밀고 들어가
망국의 판세를 뒤엎고 솟아올라
자유민주주의의 기틀을 잡으셨다.

망국의 침탈의 원통함이여
명운이 어지러워 한치앞을 모르던
정세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고
부군 황제의 묘앞에서 맹세하길
건실하고 찬란한 한민족의 나라
국민이 자부심을 갖는 민주국가를 세우리라.

보아라, 새싹들아. 그의 발자취를
도와라, 청년들아. 그 가치의 보존을
연습하라, 장년들아. 그 걸림없던 추진을
맹위롭게 솟구친 대한민국의 역사는
학자이자 독립열사였던 이승만 선생의 역사이니
살아라, 그대여. 이 자랑스런 나라에.

시의 각 행의 첫 글자만 따서 세로로 읽어보면 ‘한반도 분열 / 친일인사 고용 / 민족 반역자 / 한강 다리 폭파 / 국민 버린 도망자 / 망명정부 건국 / 보도연맹 학살’이라는 또다른 내용이 만들어진다.

장민호 작가는 고소장까지 공개하면서 “많은 분들께서 저를 걱정해 주셨는데, 다행히도 전 마티즈도 안받았고, 코로 설렁탕을 먹지도 않았다”면서 “대신 다른 선물을 받았다. 바로 고소장이다”라는 미묘한 문구로 이날 글의 말미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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