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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월드컵 결산 이탈리아편
2006월드컵 결산 이탈리아편
  • 한강타임즈
  • 승인 2006.07.11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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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의 명대사 ‘모두는 미리 운명의 책에 쓰여 있다’라는 구절을 떠오르게 하는 결과였다. 이탈리아는 레블뢰의 영혼을 일깨운 지단을 앞세운 프랑스를 승부차기 난전 끝에 승리, 월드컵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98월드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로 패했고 유로2000서 선제골을 넣었으나 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과 연장전 골든골을 내주며 주저앉았던 과거를 고스란히 되갚는 승부차기 역전 우승이었다. 때문에 이탈리아의 환희는 더했고 프랑스의 아픔은 깊었다. 하지만 두 팀이 보여준 2006월드컵의 발자취를 거슬러 짚는다면 모두를 향한 박수갈채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는지 모른다. 2006월드컵 결산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편을 2회에 걸쳐 정리했다. ▲ 아주리가 정상에 오른 세 가지 이유 이탈리아의 우승 동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 가능하다. 첫 번째는 전력 완성도의 힘이다. 공수 밸런스가 가장 뛰어난 팀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축구의 키워드 압박과 속도, 수비 조직력면에서 절정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94월드컵에서 발아, 이제는 대세가 된 더블 볼란치 시스템을 완벽에 가깝게 구현해냈고 유기적 포지션 체인지와 스피디한 공수 전환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단기간 토너먼트에서 특히 중시되는 수비력은 단연 최고 수준이었다. 고전적 의미의 카테나치오 개념에서 벗어나 최전방 원 스트라이커에서부터 시작하는 프레싱을 바탕한 강력한 수비조직력으로 좀처럼 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 센터백 칸나바로와 야신상을 수상한 골키퍼 부폰의 존재감을 간과할 수 없으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공격적 수비 형태가 빚어낸 결과였다. 특정 선수가 아닌, 수비라인을 앞 선으로 끌어올려 전방과 밀착해 강하게 압박하고 상대에게 슈팅을 내줄 수 있는 문전 중앙을 집중 방어하는 수비시스템의 결실이었다. ▲ 더블 볼란치 등 완벽에 가까운 수비시스템 이탈리아가 결승전까지 7경기 동안 허용한 실점은 2골이다. 그마저도 자책골과 페널티킥이다. 단 하나의 필드 골을 내주지 않고 월드컵에서 우승한

나라는 이탈리아가 유일하다. 결승전이 열린 베를린경기장에서 만난 마라도나가 “이처럼 강한 수비력을 가진 팀은 본 적이 없다”라고 극찬했을 정도였다. 네스타, 데 로시 등이 부상 혹은 징계 등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서 일궈낸 결과라는 점에서 시스템의 승리로 요약할 수 있다.

다변화된 공격루트는 상대 수비수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탈리아는 매 경기 득점을 뽑아냈다. 모두 12골을 성공시켰는데 흥미로운 것은 2골씩을 기록한 마테라찌와 루카 토니를 제외하고는 득점자가 매번 달랐다는 점이다. 기대를 모았던 질라르니노 등 스트라이커진의 부진을 원인으로 꼽을 수도 있으나 특정 플레이메이커에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공격루트에 의한 결과물이었다.

▲ 리피 감독의 과거로부터의 교훈

두 번째는 과거로부터의 교훈이다. 2002월드컵 당시 16강전에서 무너진 이탈리아는 적지 않은 내분에 휩싸여 있었다. 유로2000 준우승을 이끈 디노 조프 감독은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탈리아 총리이자 AC밀란 구단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공개적 비판이 발화가 돼 결국 경질됐다. “지단을 막기 위해선 전담 마크맨을 두어야 했다”가 이유였다.

후임으로 아주리의 지휘봉을 잡은 트라파토니 감독은 명망 있는 지도자였으나 선수기용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현재의 기량이나 컨디션보다는 명성을 중시했다. 선수들의 반발은 이어졌고 “왜 나를 기용하지 않는가” “저 선수는 형편없다”식의 분란이 끊이질 않았다.

“2002월드컵의 이탈리아는 팀으로선 부족함이 많았다. 모두 불평을 쏟아내느라 바빴다. 선수들의 결속력은 떨어졌고 감독에 대한 신뢰가 적다보니 전술적인 강인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토티의 회고에서는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의 실패로부터 배워 유로2004 이후 바통을 넘겨받은 리피 감독은 실력 본위의 선수기용 원칙을 고수했다. “나의 팀에 스타는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던 리피는 모든 선수들에게 팀의 일원이 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최종엔트리 선발 과정에서 근래 부진했던 비에리 등을 낙선시키고 본선 과정에서 델피에로, 필리포

인자기 등 베테랑 스타선수들을 후보로 기용한 것이 동일 맥락이다.

▲ 프랑스전을 잊지 못하는 칸나바로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만난 것도 아주리 선수들의 의욕을 높였다. 98월드컵 8강과 유로2000 결승에서 프랑스와 만나 연이어 고배를 들이킨 기억이 승리를 향한 동기부여를 보다 강하게 만들었다.

“유로2000 결승전을 잊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껏 그날을 몇 번이나 곱씹었는지 모른다. 2002월드컵의 좌절도 유로2000 결승의 아픔에 견준다면 참을 만 한 일이었다. 만약 이번에 또 한번 무너진다면 결코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고 결승전을 앞두고 임전불퇴의 결의의 말을 토해낸 칸나바로의 표정에서도 읽을 수 있었듯이 상대 프랑스는 이탈리아 선수들의 승리 의지를 높였다.

▲ 시련 앞에 더욱 강해지는 아주리

세 번째는 내부 결속력의 강화다. 이탈리아 세리에A는 2005-06시즌 말미 유벤투스의 승부조작 혐의로 발칵 뒤집혔다. 루치아노 모지 유벤투스 단장이 승부를 조작하기 위해 심판을 매수한 전화통화 내용이 밝혀지면서 세리에A 전체가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최종 재판 결과에 따라 유벤투스 등 승부조작에 관여한 일부 팀들의 하위리그 강등 등 일대파장이 예고되고 있는데 이 일이 결과적으로 이탈리아 대표팀 선수들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고리가 됐다. 절박함이라는 단어가 적절할 수도 있으나 소속팀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놓인 상태에서 대표팀의 선전을 통한 분위기 전환과 선수 개개인의 돌파구 마련은 아주리 일원들에게 강한 성취동기로 작용했다.

아주리는 역대적으로도 외부의 비판 혹은 충격을 받으면 강하게 뭉쳐 돌파하는 힘을 보여주었다. 당대 최고 스타 파울로 로시가 승부조작 혐의로 위기에 처했던 1982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전력이 약화된 데다 ‘수비만 하는 겁쟁이 팀’이라는 악평을 들어야 했던 유로2000에서는 결승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마찬가지로 2006월드컵 우승 역시 시련 앞에 뭉치고 강해지는 아주리의 힘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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