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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타오른 촛불 민심 앞에 공개될 국정교과서 운명은?
[기획취재] 타오른 촛불 민심 앞에 공개될 국정교과서 운명은?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6.11.25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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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해 오던 교육부가 오는 28일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잠시 주춤 거렸던 국정화 사업이 한 발짝 물러나는 듯 보였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의지를 표명한 뒤 다시금 강행할 의지를 시사했다. 국정화 고시 확정 이후 1년 만에 현장검토본이 공개되는 가운데 교육부는 집필진 명단도 함께 공개한다고 밝혔지만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국정교과서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 국정화 교과서 시행초기부터 ‘잡음’

지난해 10월 여당 의원들은 좌편향된 역사교과서를 바로잡겠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고 이는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야는 국정교과서에 대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고 시민단체와 학계도 찬반 논쟁을 펼쳤다.

학계의 교수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발해 교과서 집필 참여를 거부했고 전국 23개 대학도 국정교과서에 반대의 뜻을 표명하며 시국선언 등 정부를 규탄했다.

그러던 중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공식화되기 전 교육부가 비밀 TF팀을 만들어 운영해 온 것이 드러나면서 야당 의원과 교육부 직원간의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집필진이었던 교수가 여기자 성추행 논란으로 자진 하차하는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한국사를 가르친 지 9개월 밖에 안 된 상업 교사가 집필진에 선정돼 자격 논란이 불거지자 사퇴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 ‘졸속 교과서’ ‘깜깜이 집필’ ‘밀실집필’ 논란

교육부는 국정교과서의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 23일 역사교과서 편찬 준거를 발표하고 집필에 착수했다. 그러나 줄곧 국정교과서 집필진 명단 비공개 입장을 고수했고 1년 만에 검토본과 집필진 공개를 앞두고 있다.

보통 일반적인 교과서 집필은 집필진 구성과 기획과정에만 1년에서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각 출판사에서 완성한 교과서를 국사편찬위원회 검증주관에서 검정심의원회를 구성해 평가한다. 그 뒤 몇 달의 시간이 더 걸리고 검정 뒤에도 부적절한 내용들 수정요구, 수정작업, 수정검증, 전시본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외국어대학교 여호규 교수는 “국정교과서는 심의위원을 비공개로 처리해 실제 얼마나 제대로 된 심의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이다. 2년 가까이 걸리는 교과서 집필 작업이 1년도 채 안 걸렸으니 ‘졸속교과서’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또한 학계가 반대한 이외의 소수의 인원과 소수의 의견만을 가지고 작업한 결과물이 현재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와 동향을 잘 담아냈을지 의문스럽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국사 국정교과서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의견수렴 방식 거센 비판

교과서 집필 과정과 공개 이후 의견 수렴과정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검토본을 공개 후 의견을 제시해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보여 타당한 절차에서 어긋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 교수는 “비공개 의견수렴을 다른 말로 하면 어떤 의견이 제시됐는지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인데 이것은 타당한 절차가 아니다. 검정교과서와 마찬가지로 전시본을 관련 전문가, 국민들에게 공개해 투명한 절차를 거치고 제기된 문제를 밝혀야 제대로 된 의견수렴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교과서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는 국민에게 본인인증을 요구하는 의견 수렴 방식도 석연치않다. 깐깐한 본인인증 절차 때문에 교과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출하는 국민의 신상이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교육부는 교과서와 상관없는 비방글 등은 제외된 뒤 국편에 전달할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공개적 의견 교류가 차단돼 활발한 토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남대 사학과 강사·대학원생·학부생들이 5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인문대 앞에 각종 역사책을 펼쳐놓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거부 피켓 시위' 벌이고 있다.

◇ 이념도구로 전락한 미래세대의 역사 교육

지난해 10월 당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역사교과서가 검정제로 바뀐 뒤의 편향성 논란의 근본 원인은 집필진 문제"라면서 "균형성과 공정성을 외면한 채 특정 이념을 추구하는 세력이 새 교과서가 만들어질 때마다 매번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당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며 오히려 국정교과서가 친일·독재를 미화하려는 시도라고 맞불을 놓았다.

이렇듯 국정화 논쟁은 때아닌 이념논쟁으로 까지 번지며 진보와 보수단체의 치열한 갈등이 빚어졌다. 국정교과서를 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의 신경전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념논리를 떠나 대한민국 헌법적 가치를 준수하는지를 살펴봐야한다고 지적한다.

여 교수는 “이것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비합리의 문제다. 현재 우리 대한민국은 헌법이 정한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계승하는데 반해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일'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명백히 헌법을 훼손하는 일이다. 바로 이 문제가 역사학계에서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부분이다. 헌법의 가치를 부정하는 교과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라며 교과서가 학습이 목적이 아닌 이념적 도구로 전락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편, 지난 24일 법원은 국정 역사교과서의 집필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교육부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교육부는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현장검토본이 공개된 이후 평가해달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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