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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으로 치닫는 서울대 사태.. ‘사제지간 믿기 어려울 정도’
극으로 치닫는 서울대 사태.. ‘사제지간 믿기 어려울 정도’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7.03.14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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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김영호 기자] 서울대 시흥캠퍼스를 둘러싼 학교 본부와 학생들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14일 오전 6시30분 서울대 교수와 교직원 400여명은 사다리차를 동원해 옥상과 정문을 통해 본관에 진입, 점거 농성 중이던 학생 30여명을 강제로 끌어냈다.

학생들은 본관에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교직원과 교수를 향해 소화전을 분사했으며, 교직원들은 소화전에 있던 소방호스로 학생들을 향해 세찬 물을 뿌렸다. 도저히 사제지간으로 보기엔 힘든 장면들이 연출됐다.

오전 6시30분 시작된 양측의 대치는 약 11시간 만인 오후 5시30분께 학생들의 자진 해산 선언으로 끝이 났다.

학교 본부는 지난해 10월10일 시흥캠퍼스 설립을 반대하는 학생들에게 빼앗긴 본관을 153일 만에 되찾게 됐다. 하지만 이날의 사태로 학교 본부와 학생들 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학생들의 자발적 농성 해제" vs "학교 본부의 강제 해산"

학교 본부는 이날 이사만 할 계획이었을 뿐 학생들의 점거 농성을 강제로 해산시킬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학생들에게 미리 이사 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기습적인 행정관 입주 시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학교 본부는 "지난 8일 행정관 2·3·5층의 행정부서 입주를 진행하겠다는 결정을 점거본부 측에 통보했으며 협조를 요청했다"면서 "총장실이 있는 4층은 점거본부 측과 합의가 끝날 때까지 이사를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점거 중인 학생들은 "학교 본부의 제안은 행정관 점거 투쟁을 소꿉장난으로 치부하는 것 같아 거부했다"면서 "대학 본부는 학사과 문을 부수고 본관 진입을 강행했으며 버티고 있는 학생들을 폭력적으로 끌어냈다"고 반박했다.

점거 농성을 해제한 것은 학교 본부의 무력 침탈이 원인이 됐다는 이야기다.

◇"소화전 방어수단으로 사용" vs "방어수단 넘은 과잉진압"

학교 본부는 그동안 "본부 점거 해제에 있어서 물리적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누차 밝혀왔다. 하지만 실제 점거 농성 해제 과정은 폭력과 폭언이 오갔다.

학교 본부에 따르면 교직원들에 의해 행정관 밖으로 끌려 나왔던 학생 30여명은 오후 3시30분께 약 30분간 1층 로비 옆 학사과로 통하는 문을 소화기 등으로 부순 뒤 강제로 열었다. 학생들은 로비 내 직원들을 향해 수차례 소화기 분말을 난사했다.

학교 본부 측은 "밀폐된 공간이 소화기 분말로 가득 차면서 호흡곤란 등으로 신체 손상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직원들은 소화전을 이용해 실내의 가스를 진정시키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소화전 사용으로 학생이 물을 뒤집어쓴 것은 사실이지만 불가피한 자기방어적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점거 학생들은 "한 학생이 두 차례 소화기 분말을 행정관 1층 허공에 분사했으나 같이 있던 학생들의 제지로 분사를 중단했다"면서 "직원들은 학생들이 학사과 문을 열 때마다 4차례 소화전을 학생을 조준해 발사했다"고 반발했다.

학생들은 "소화전은 명백히 직원이 있는 행정관 1층이 아니라 진입을 시도하는 학생 쪽에 직사됐다"며 "이는 자기방어적 수단을 넘어선 과잉 진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설립을 반대하던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1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본관에서 퇴거한다고 밝혔다. 서울대와 총학생회에 따르면 대학본부는 이날 6시30분부터 직원 400여 명을 투입해 학생들이 점거 농성하던 본관에 진입을 시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물대포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는 물대포 사용 이유를 "일부 학생이 행정관 재진입을 시도하면서 소화기로 문을 훼손했고, 건물 안에 분말이 분사돼 다수 직원이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며 "일부 직원이 안전을 우려해 물로 분말을 제거하려 시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학생들이 로비 옆 학사과로 통하는 문을 소화기와 랜치로 여는 모습. 사진=서울대 대학신문 페이스북

◇"4층 점거 학생들 이동 자유로워" vs "학교 본부가 감금"

1층에서 학교 본부와 학생들 간의 몸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4층 총장실에는 10여 명의 학생이 남아 있었다.

점거 학생들에 따르면 대학 본부는 4층에 남겨진 14명의 학생들을 밖으로 끌려 나온 학생들과 교대해주는 대신 교대한 학생들 이외에는 앞으로 행정관에 어떤 학생도 출입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4층 학생들에게 물과 음식을 조달하겠다는 학생들의 요구도 묵살했다.

점거 학생들은 "4층의 학생들을 위해 다른 학생들을 감금하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해 학교 측의 제안을 거부하고 4층에 고립됐던 학생들을 내려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학교 본부는 "4층에 있던 학생들의 이동이 자유로웠을 뿐 아니라 식료품도 전달되도록 조치됐었다"며 감금 사실을 부인했다.

◇"가벼운 찰과상" vs "학생 혼절로 병원 이송"

점거 학생들에 따르면 학교 본부는 본부 이사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저항하는 학생들에게 거친 언행과 함께 폭력을 행사했다. 학생들은 소리를 지르며 그만할 것을 요구했으나 교직원들은 이를 무시한 채 학생들을 본관 밖으로 끌고 나왔다는 것이다.

점거 학생 측은 "밖으로 내던져지는 과정에서 출혈과 찰과상 등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면서 "심지어 학생 1명은 혼절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주장했다.

학교 본부 측은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8~9명의 학생이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고 학내 보건진료소 직원들과 현장에 와 있던 간호대 학장·부학장으로부터 소독 및 수액을 맞는 등의 치료를 받았다"면서 "병원으로 이송된 학생은 특이사항이 없어 곧 농성현장으로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명예훼손·인권침해" vs "편집권 보장해 달라"

시흥캠퍼스를 둘러싼 갈등은 학내 언론인 '대학신문'으로까지 번졌다. 대학신문은 13일 창간 65년 만에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주장하며 돌입한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을 작게 다루라고 주간 교수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대학신문에 따르면 학교 본부는 지난해 10월17일자 신문 발행 과정에서 개교 70주년 기사 비중을 늘릴 것을 강요했다. 학생들은 지난해 10월10일 진행된 학생총회와 시흥캠퍼스 본부 점거 이슈가 기사 가치 측면에서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자단은 지난해 10월20일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며 주간의 사임, 편집권 보장을 위한 사칙개정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보냈다. 대학신문의 발행인은 성낙인 총장이다.

기자단은 "항의서한을 보낸 이후 주간 교수는 임무를 방임했고 자문위원단도 신문사 기획회의와 편집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직원 채용과 광고 재계약 등도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학신문사 운영위원회는 "주간 교수가 대학신문사의 운영, 제작 및 발행과 관련해 책무를 정당하고 성실하게 수행해왔다고 판단한다"면서 "기자단이 지난해 보낸 항의서는 사실관계의 왜곡 또는 미확인을 통해 주간단 등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운영위원회는 사과하지 않는 기자단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처리를 위해 이 사건을 인권센터에 즉시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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