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
북한은 왜 핵시험을 했을까
이재봉 교수
북한은 왜 핵시험을 했을까
이재봉 교수
  • 박성현 기자
  • 승인 2006.10.13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벼랑 끝에서 벌이는 외롭고 고난한 투쟁 

 북한이 10월 3일 핵시험을 하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 9일에는 핵시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당분간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돌게 되었다. 지난 7월 미사일 시험발사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고 북한이 거의 고립된 터에, 핵시험까지 실시했다고 하니 남북 관계는 꽁꽁 얼어붙고 북한은 더욱 외롭고 험난한 길을 가야할 것 같다. 왜 벼랑 끝에서 고난의 투쟁을 벌이려는 것일까? 이미 여기저기서 여러 차례 얘기했듯, 나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해온 데는 크게 세 가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국가 안보를 위해서다. 미국이 195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줄기차게 위협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지금까지 거의 70번이나 다른 나라들을 폭격하거나 침략해오면서, 1990년대부터 북한에 대해서는 “테러 지원 국가”나 “깡패 국가” 또는 “악의 축”이라며 거의 공개적으로 체제 붕괴를 추구해왔다. 이런 터에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미국이 침공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만약에 이라크가 핵무기를 한 개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을지라도 미국이 쉽게 쳐들어갈 수 있었겠는가. 국제 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죄 없는 이라크를 주저 없이 침략할 수 있었던 데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북한은 큰 교훈으로 삼아 왔다.

  둘째,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북한은 1990년대부터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속된 말로 빌어먹고 굶어죽을 지경이다. 조금 점잖게 표현하면 북한의 경제력 (GDP)은 대략 미국의 1/600 수준이요 남한의 1/30 수준이다. 그래서 군비 증강을 하기 어렵다. 북한의 군사비는 대략 미국의 1/100 안팎이요 남한의 1/5 안팎인데, 미국과 남한이 지속적으로 군비를 늘리고 있어서, 북한은 GDP (국내총생산)를 몽땅 쏟아 부어야 남한의 군사비와 겨우 비슷하게 된다. 빈약한 경제력 때문에 전투기나 함정 같은 재래식 무기 경쟁은 도저히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남한에서는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을 겪으면서도 핵무기와 미사일 같은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큰데, 역설적으로 경제난 때문에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해온 것이다. 대량파괴무기를 조금이라도 갖게 되면 안보에 대한 걱정 없이 재래식 무기 유지 및 증강에 들어갈 비용을 경제 개발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고스톱 칠 때 쭉정이는 아무리 많아도 별 효력이 없지만 똘똘한 패는 셋만 있으면 당장 결판낼 수 있듯이, 재래식 무기에서 아무리 뒤지더라도 대량파괴무기만 몇 개 있으면 상대방에게 결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셋째,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미국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도 살아남을 수는 있겠지만 잘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진 것이 별로 없는 터에 경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돈을 얻어오든 빌려오든 해야 할텐데 미국이 세계의 돈줄을 쥐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미국과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싶어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불가침조약이나 평화협정 또는 국교정상화 요구에 응하기는커녕 오히려 북한의 체제 붕괴를 목표로 삼고 각종 제재를 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핵무기와 미사일 카드를 쓰고 있는 것이다. 냉전 종식 이후, 특히 9.11 이후, 미국의 가장 중요한 대외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가 핵무기와 미사일을 비롯한 대량파괴무기가 널리 퍼지는 것을 막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핵시험을 했을까? 북한이 1990년대까지는 핵무기 개발이나 보유에 관해 시인하지도 않고 부인하지도 않는다는 (Neither Confirm Nor Deny) 이른바 NCND 정책을 펴왔다. 이는 지난날 미국이 남한을 비롯한 외국에 핵무기를 갖다 놓고 대외적으로 써먹었던 수법이다. 핵무기가 있다고 하면 국제 사회로부터 불법이라는 비난을 받게 되고, 핵무기가 없다고 하면 상대방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기 쉽기 때문에, 있어도 없는 척했고 없어도 있는 척했던 것이다.

  그러다 북한은 작년 2월 핵무기를 가지고 있노라고 선언했다. 정말 가지고 있는 것인지 없으면서도 미국의 침략을 막기 위해 있는 체하는 것인지 외부에서는 확실히 알기 어렵다. 남한이나 미국의 정보 부처에서는 몇 개 있을 것 같다고 추정할 뿐이다. 아무튼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 따라 남한과 미국은 겁을 먹거나 당황해서 남북 대화 및 6자회담이 재개되었다. 그 결과물이 작년 9월의 이른바 9.19 공동성명이었다.
 
  그러나 6자회담이 계속되기 어려웠다. 북한이 100달러 짜리 지폐를 위조했다는 이유로 미국이 북한의 돈줄을 바짝 조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런 일 없다며 대화를 제안했지만 미국이 거부하자, 미국이 협상에는 관심이 없고 북한의 체제 붕괴를 꾀하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래서 형식적인 6자회담을 거부하고 미국과 실질적으로 협상하기 위해 지난 7월 미사일을 날려보냈는데, 미국이 협상에 응해오기는커녕 일본과 유엔을 통해 오히려 제재를 강화하자, 이젠 핵시험이라는 진짜 벼랑끝 전술을 써보았을 것이다. 아마 다음과 같은 계산을 하면서 말이다.
 
  첫째, 미국이 머지 않아 협상에 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듯하다고 추정하는 것과 분명히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 핵시험을 통해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핵무기 보유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세계에서 10개도 되지 않는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위상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협상력도 커지게 될 것이다. 또한 미국 안에서는 부쉬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하지 않는 게 잘못된 대외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11월 7일엔 하원의원 435명 전원, 상원의원 100명의 1/3, 주지사 50명의 1/2을 뽑는 큰 선거가 실시된다. 선거 전에 북한 핵무기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려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란도 핵개발을 하겠다고 큰소리치는 터에 북한은 공개적으로 핵시험까지 해버렸으니 미국이 북한을 계속 무시한 채 이란 핵개발 문제에 간섭하기 어렵게 되었다. 좀 더 멀리 내다본다면, 북한이 공식적으로 핵무기 보유 국가가 된 데 자극 받아 주위의 일본이나 대만 또는 남한까지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나설 수 있을 텐데, 이는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잃게 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가만있을 수 없을 것이다.

  둘째, 당장 북한과 협상을 하기도 쉽지 않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조그만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일 못지 않게 배짱이 두둑하고 오기가 센 것 같은 부쉬가 ‘기’ 싸움에서 밀리려 하겠는가.
 
  셋째, 그렇다고 북한을 침공하기는 더욱 어렵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남한의 극우 세력이 북한에 대한 독자적 폭격을 주장하기도 하고 유엔을 통한 군사적 조치도 거론하고 있지만 실현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이 독자적으로든, 일본과 공동으로든, 또는 유엔을 앞세워서든, 전쟁을 무릅쓰고 북한을 선제 공격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아프가니스탄 침략 전쟁과 이라크 침략 전쟁이 수렁으로 빠져들고, 이란의 핵개발 문제까지 겹쳐있는 터에 군사적으로 이라크나 이란보다 훨씬 센 북한과 전쟁을 벌일 수 있겠는가. 더구나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게 확실해진 마당에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이 핵폭탄을 맛볼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다면 전쟁은 꿈에도 추구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에 덧붙여 남한에서는 정부나 민간이나 진보나 보수나, 극우 세력 일부를 빼고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남한에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은근히 바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고 오판일 수도 있겠지만, 북한의 핵무기는 어차피 통일된 한반도의 소유가 될 수 있고, 핵무기를 통해 미국의 간섭이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북한 핵무기 시험 및 보유에는 극도로 반대하면서도 전쟁을 비롯한 한반도에서의 혼란은 바라지 않을 것이며, 특히 중국은 김정일이 아무리 야속하고 북한이 아무리 괘씸하더라도 자신의 안보를 위해 북한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폭격이나 침공을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넷째, 결국 미국은 별 수 없이 당분간 북한에 대한 여러 가지 제재를 강화하면서 일본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이 동참하기를 촉구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기꺼이’는 아닐지라도 마지못해 또는 부분적으로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남한 정부 역시 무척 곤혹스러울 것이다. 미국과 한나라당의 강경 방침에 따라 개성 공단 협력 사업과 금강산 관광마저 중단될지 모른다. 그러나 온 세계가 북한을 제재하거나 봉쇄하더라도 중국은 이에 전폭적으로 응할 수 없다. 만에 하나 북한 체제가 무너지게 된다면 중국의 안보에도 엄청난 재앙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 때문에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의 제재나 봉쇄를 지지한다면 그야말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불태우는 셈이니까 말이다.
 
  북한이 이런 모든 점을 충분히 예상하고서도 핵시험을 강행한 데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크다고 계산했기 때문일 것이다. 당분간 엄청난 외로움과 괴로움이 따르겠지만, 그 고통을 견디어내면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지금보다 높은 위상과 큰 협상력을 가지고 늦어도 2009년 1월 들어서게 될 미국의 행정부와 담판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상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폭격이나 침공을 할 수 없으리라는 전제와 중국이 북한의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의 경제 제재나 봉쇄를 하지 못하리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내놓은 것인데, 이 두 가지 전제가 얼마나 들어맞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     © 박성현 기자

이재봉 (pbpm@chol.com,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 남이랑북이랑 더불어살기위한 통일운동 대표)


  • 한강타임즈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2-777-0003
  • ▶ 이메일 news@hg-times.com
  • ▶ 카카오톡 @한강타임즈
한강타임즈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정기후원인이 되어주세요.

매체명 : 한강타임즈
연락처 : 02-777-0003
은행계좌 : 우리은행 1005-702-873401
예금주명 : 주식회사 한강미디어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