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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취재-여자축구]평양 도착 첫날 "역사적인 첫발 내딛다"...금단의 땅, 겉모습은 화려했다
[방북취재-여자축구]평양 도착 첫날 "역사적인 첫발 내딛다"...금단의 땅, 겉모습은 화려했다
  • 이춘근 기자
  • 승인 2017.04.13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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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금단의 땅, 평양의 겉모습은 화려했다. 평양 순안공항은 지난 2015년 신축해 김포공항을 연상케 했다. 세관에서 한국 기자단의 소지품을 모두 검사했지만, 처음 맞닥뜨린 북한 인민들은 지나치다고 느낄 정도로 생글생글 웃으며 친절하게 대했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숙소인 양각도 호텔로 가는 길은 '쇼케이스' 같았다. 창안거리, 미래 과학자거리, 여명거리 등 북한이 자랑하는 화려한 거리를 두루 거치도록 동선이 짜졌다. 가는 길에 김일성, 김정일 초대형 동상이 설치된 만수대를 지나치기도 했다.

거리엔 상점이 즐비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젊은 여성들은 형형색색의 옷을 차려입고 있었고, 자전거를 탄 촌부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선수단과 기자단이 머문 양각도 호텔은 서울로 치면 한강 밤섬에 위치한 것과 같았다. 대동강 위 양각도에 설치된 47층짜리 호텔에는 볼링장, 이발소, 사우나를 비롯해 회전전망식당까지 없는 게 없었다.

하지만 기자단은 북한이 보여주는 것만 볼 수 있었다. 양각도 호텔 밖으로 나가는 것도 통제됐다. 기본적인 동선은 호텔과 경기가 열리는 김일성경기장뿐이었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었지만, 중간에 하차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한 차례 예외를 두었을 때는 김일성이 해방 후 평양에 들어왔을 때 연설을 했다는 곳에 세워진 개선문이었다. 그마저도 김일성경기장에서 채 100m가 떨어져있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경기장으로 걸어가는 동안 평양시민을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라는 단체에서 나온 인사들이 기자단을 사실상 1대1로 마크했다. 이들은 기자단이 서울로 송고하는 기사, 사진, 영상을 보길 원했다. 특별히 문제를 삼거나 고치라고 한 적은 없었지만, 상부에 보고를 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북한이 민감해했던 부분은 군인의 모습을 촬영할 때였다. 또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초상화를 촬영할 때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버스로 이동하는 도중 김부자의 초상화를 촬영하자, 북한 측 인사는 "(초상이) 나무에 가리면 안 된다", "정면으로 찍어야 한다" 등의 토를 달았다.
평양 거리는 선전문구로 가득차 있었다. 일심단결,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경애하는 김정은 장군님의 자랑스런 아들딸이 되자, 선군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 등의 문구였다. 버스에도 '조국이여, 병사들을 자랑하라' 등의 선전문구가 쓰여 있었다.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도 마찬가지였다.

AFC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여자축구 대표팀과 동행한 기자들이 평양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비를 피하는 시민들,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어린아이들, 결혼 준비를 하는 신혼부부의 모습이 담긴 평양 시내는 낯설지만 친숙하게 다가왔다. 미사일 발사 등 훈련 사진으로서 북한을 바라봤던 것과 다르게 일상 속 평양의 모습이 평화롭고, 자연스러움을 사진으로 기록됐다.

평양 시민들과 기자단의 접촉을 원치 않은 북한 측은 한국 기자단을 옥류관 별관으로 안내했다. 따로 마련된 방 앞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1960년 5월30일 현지지도하실 때 들리시였던 방'이라고 쓰인 팻말이 걸려 있었다. 방 안에 있는 피아노에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배려하여 주신 선물설비(피아노)'라고 쓰인 액자가 올려져 있었다.

화려해보였던 평양은 저녁 시간이 되면 어둠으로 변했다. 새벽 4시 호텔 창밖을 바라보니 대동강변에 화려하게 세워진 고층 건물에 불빛이 전혀 없었다. 도로를 지나는 차량도 단 하나 없었다. 단지 멀리 보이는 주체사상탑과 건너편 김책공대의 한 건물에 걸린 김부자의 초상화에만 불빛이 들어와 있었다.

북한 측 인사들은 한국 기자단에게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물었다. 한 기자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을 지칭하며) 최근 우리 민족의 수치가 있었다. 기자 선생들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있다"며 "세월호와 탄기국은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물었다. 또 한국 대선에 대해서도 관심이 컸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유력하다고 보느냐", "안철수 후보가 지지율이 많이 오르고 있다던데 사실이냐" 등을 물었다.

기자단은 평양에서 6일 동안의 체류를 마치고 나올 때도 곤욕을 치렀다.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했지만, 오전 11시20분 출발예정이었던 평양발 선양(중국)행 비행기는 아무런 설명 없이 오후 4시30분으로 연기돼 있었다. 이유를 물었지만, "사정이 있다"는 말만 돌아왔다.

결국 베이징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평양에 도착한 오후 5시30분이 되어서야 평양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고려항공 기내 모니터에는 공항에서와 마찬가지로 김부자를 찬양하는 공연 모습이 송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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