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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험 있는 여자들만 쓴다’.. 일부 남성 생리컵 조롱 여혐발언 눈살
‘성경험 있는 여자들만 쓴다’.. 일부 남성 생리컵 조롱 여혐발언 눈살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7.09.05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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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김영호 기자] 릴리안 생리대 파동이 일어나면서 자연스레 생리컵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엉뚱하게도 생리컵을 사용하는 여성들에 대해 일부 남성의 비뚤어진 성차별적 의식이 나타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생리컵을 둘러싼 온라인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부터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지난달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생리컵을 도입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언급하며 '자취하는 처자 집에 놀러 갈 때는 별도의 컵을 준비해야 한다. 귀찮으면 생리컵에 커피를 담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글을 올렸다.

소셜벤처 '이지앤모어(EASE AND MORE)'는 생리컵 국내 생산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진 제공 = 이지앤모어 공식 블로그)

이어 같은 달 8일 게재된 생리컵 국내 생산에 관한 온라인 기사에는 '생리컵을 쓰면 처녀성을 잃을 수 있다' '성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다' 등 생리컵이 성생활과 연관이 있다는 취지의 댓글들이 잇따랐다.

비슷한 맥락에서 게재된 남성들의 글이 페이스북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최근 "생리대가 불안해서 주문했다"라는 등 여성들의 생리컵에 대한 관심에 비례해 증가하는 추세다.

게시물 내용을 보면 '생리가 벼슬이냐. 여자는 종족 번식의 도구다' '저렇게 큰 생리컵이 들어가면 어떻겠느냐' 등 오프라인 상에서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노골적인 비하와 비아냥이 적지 않다.

이 같은 게시물들을 불쾌해하고 비판하는 여성들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개인 블로그 등에는 생리컵 사용 후기와 함께 정확한 사용법을 설명하는 글, 질막이 손상된다는 등의 게시물을 반박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오르고 있다.

또 페이스북에는 생리컵과 성생활을 연계한 글들을 언급하면서 '여자들 생리컵 좀 쓰게 그냥 놔둬라' '실제로 만나면 여자한테 말도 못 걸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저런다'는 등 일부 남성을 비판하는 성격의 게시물이 다수 나타났다.

이정민(27·여)씨는 생리컵 댓글 논란에 대해 "성 경험 있는 여자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는 탐폰(막대모양의 생리용품)이 처음 나왔을 때도 나왔던 말"이라며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미솔(31·여)씨는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여성성을 운운하는 댓글에 분노하는 것도 이제는 일상이 됐다"며 "논리도 없는 엉뚱한 상상을 굳이 언급하면서 비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전문가들은 생리컵을 둘러싼 게시물 논란이 우리 사회 일각의 여성 혐오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생리컵 관련 조롱 상당수가 위해성 등에 대한 합리적 분석에 근거한 것이 아닌 처녀성 상실 등 사실과 다른 추측과 함께 비난 섞인 표현들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여성의 '순결'에 관한 내용들이 많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잔존하는 성차별 관념과 이에 기초한 혐오감이 생리컵 이슈를 계기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발적으로 생리컵 등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여성을 성욕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거나 남성의 결정에 따르기만 하는 종속적인 존재로 여기는 가부장적 생각과 배치되면서 '가치관 충돌'에 따라 공격적인 내용의 게시물을 작성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김수아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교수는 "성과 여성성을 소재로 비하하거나 멸시하는 표현 역시 여성 혐오에 해당된다"며 "많은 남성이 순결에 대한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적 주체성을 드러내는 여성을 조롱하고 멸시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생리컵과 관련한 최근의 논란들을 보면 여성에 대한 편견과 비하가 전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몸에 대해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여성의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김진선 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장은 "공교육 과정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의식 없이 비하 발언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본다"며 "여성의 성경험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도 생리컵 논란을 불러일으킨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생리컵 논란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여성의 월경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월경에 대해 사실과 다른 각종 낭설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는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고 남녀 대립이 공고화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사회적으로 월경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여성 인권을 향상하기 위한 정보 공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생리컵 문제를 다루면서 사회적 논의를 여성 문제로 확대해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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