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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대작' 조영남 사기 유죄 징역형...'그림 그려준 작가들, 창작 기여 인정'
'그림 대작' 조영남 사기 유죄 징역형...'그림 그려준 작가들, 창작 기여 인정'
  • 한동규 기자
  • 승인 2017.10.18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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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법원이 '그림 대작' 혐의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71)씨에게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씨는 그림 대작을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조씨의 작품 활동 행태를 '비상식적'이라고 판단했다. 사실상 조씨에게 그림을 그려준 작가들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이날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선 재판 과정에서 조씨 측은 "조수를 쓰는 게 문제가 있다고 들어본 적이 없고, 불법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아울러 사기 범행을 저질렀거나, 저지를 의도 또한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림 대작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 씨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조 씨는 이날 재판에서 사기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54) 동양대학교 교수는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조씨 작품에 대해 "작품에서는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작품들은 800%, 1000% 조씨의 원작이다. 중요한 것은 콘셉트"라며 조씨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조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우선 조씨의 회화 작품 활동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이 판사는 "회화는 작가의 구성, 아이디어나 소재를 물감 등 도구와 재료를 이용해서 형상화화는 작업"이라며 "외부에 표출되는 창작적인 표현 작업은 필수불가결하다"라고 전제했다.

 이 판사는 창작 표현 과정에서 작가의 개성, 화풍이 필연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고, 작가의 예술적 감각과 노력 정도 등에 따라 완성된 작품의 완성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조씨의 경우에는 화가 송모씨 등에게 대략적인 작업 방식만을 지시했을 뿐 구체적으로 작업 기한을 정해주거나 세부적인 작업 과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완성된 작품을 넘겨받은 뒤 배경에 일부 덧칠을 해 전시·판매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 판사는 "화가 송씨 등은 미술 작품의 제작에 필요한 도구를 본인의 선호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구매해서 사용했다"라며 "조씨는 그 비용을 대신 결제해줬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송씨 등은 완성 단계의 작품을 조씨에게 넘겨준 뒤 극히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는 조씨로부터 수정·보완 등 추가 작업을 요구받지도 않았다"라며 "작품에 기여한 정도에 비춰보면 송씨 등이 조씨의 조수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독립적으로 창작 표현에 기여한 작가로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했다.

 즉, 송씨 등이 그린 그림은 거의 완성 단계에 있었고, 조씨가 이에 일부 덧칠만을 했을 뿐인 점에 비춰보면 송씨 등의 작품 기여도와 관여 정도를 중히 인정한 것이다.
 
 이 판사는 현대 미술계에서 르네상스·바로크 시대와 같이 협업 방식이 통용되고 있음은 인정했다. 다만 조씨의 경우에는 미술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관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조씨 측이 재판서 무죄를 주장하면서 근거로 든 앤디 워홀 등 유명 팝 아티스트 등에 대해서도 "앤디 워홀 등은 공공연하게 보조 인력의 존재, 대량 생산 작품 제작 방식 등을 떳떳하게 공개해 왔다"라며 "반면 조씨는 언론 등을 통해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고, 일반 대중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이 판사는 조씨가 자신의 그림을 산 구매자들에게 그림이 그려진 과정 등을 알렸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은 점, 구매자들이 그림 과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높은 가격에 그림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점 등을 모두 고려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한편 이 판사는 선고에 앞서 "이 사안은 미술계는 물론 법학계에서도 나름의 설득력 있는 논리들로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라며 "국내외를 살펴봐도 유사 사례나 전례를 찾기 힘들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재판부는 공정한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그에 걸맞은 합리적인 결론을 내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라며 "이 판결을 계기로 미술계·예술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이 제시될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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