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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낙태죄 폐지 논란’..女 자기결정권 vs 생명존중 공방 가열
불붙은 ‘낙태죄 폐지 논란’..女 자기결정권 vs 생명존중 공방 가열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7.11.09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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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 요구’ 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20만명을 훌쩍 넘기면서 인공임신중절 수술(낙태)에 대한 찬반 논쟁이 가열될 조짐이다.

청와대는 30일 동안 20만명을 넘긴 국민청원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 내지는 청와대 수석급 인사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게 돼있다. 이로써 ‘낙태죄 폐지’는 ‘소년법 폐지’ 이후 두 번째로 청와대 공식 답변을 받게 됐다.

지난 9월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 총 23만5372명이 참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낙태죄 폐지' 청원

이 청원은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여성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한다"며 낙태죄를 폐지하고 자연유산 유도약 판매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마련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글쓴이는 "임신이 여자 혼자서 되는 일이 아니다. 책임을 묻더라도 더 이상 여성에게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며 "암암리에 불법 낙태 수술을 받으면 위험성이 있다. 낙태죄를 만들고 낙태약을 불법으로 규정짓는 것은 이나라 여성들의 안전과 건강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한 청원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낙태죄 폐지’ 청원들에는 '현행 낙태죄는 여성의 건강을 해치거나 사회적으로 이를 키울 여력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적용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해친다' '콘돔이나 피임약으로 100% 피임을 할 수 없어 낙태 수술을 합법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임신 주수에 따른 제한 등 점진적인 법 개정을 촉구한다' 등을 주장하고 있다. 

‘폐지 반대’ 청원들에는 '낙태죄는 태아에 대한 생명권 존중이다. 낙태죄 폐지는 합법적 생명의 박탈이다' '폐지시 자기 성적 결정권의 자유가 가정의 안녕보다 우선시될 것으로 보인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낙태죄를 둘러싼 논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낙태 처벌에 대해 합헌으로 결론 내렸으나 당시 합헌과 위헌 의견이 4대4로 팽팽했다. 지난해 9월에는 보건복지부가 낙태를 포함한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의사 자격정지기간을 최대 '1개월 이내'에서 '12개월 이내'로 강화하려다 여성과 의료계에 반대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다.

현행 형법상 불법 낙태를 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고 불법으로 임신 중절 수술을 한 의료인은 2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돼 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 및 여성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제한적 경우에만 낙태를 인정하고 있다.

제한적으로 모자보건법에서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본인과 배우자(사실혼 관계 포함)의 동의를 받아 수술할 수 있도록 인정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법 낙태는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실정이다.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15~44세 가임기 여성 4000명 표본추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인공임신중절 건수는 16만8700여건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사실상 법이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낙태를 음성화해 여성 건강권을 해치고 있다는 우려와 아이를 키울만한 사회경제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책임’만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현재 여성들은 병원에서 비위생적인 수술도구를 봐도, 수술 이후 심한 출혈이 있어도 '낙태가 불법이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항의할 수 없다. 낙태한 사실을 알리겠다면서 관계유지를 강요받거나 금전적 요구 등 협박을 받는 사례에도 대응할 수단이 없다"며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낙태죄로 인해 여성의 건강과 안전은 심대히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이를 낳을지 말지 어떤 삶을 살아갈지를 국가의 책임과 사회적 지지 속에서 고민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며 "아이를 언제, 얼마나 낳고 어떤 가족을 꾸릴 것인가는 누구에게나 중요한 '삶'의 문제인 만큼 이제는 국가 중심의 통제를 벗어나 국민 개개인의 의사에 맡겨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낙태반대운동연합 측은 “인간생명을 소중히 여겨 보호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모두 지녀야 할 기본적인 책임이다. 낙태는 태아의 생명을 제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낙태하는 여성에게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만일 낙태의 문을 열었을 때 가장 우려하는 것은, 지금도 생명을 소홀히 여겨 일어나는 안타까운 사건이 많은데, 생명경시 풍조가 더 만연해 질 것이며, 인간관계에 대한 책임이 약화할 것이 우려된다”며 “개인의 취향이나 견해, 또는 대중의 여론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결코, 정치적인 힘으로 생명원칙을 무너뜨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소속 활동가들은 9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낙태죄 폐지 결의 범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낙태죄 폐지는 여성의 몸을 인구통제의 도구로 삼아온 역사를 마감해야 한다는 선언이자, 생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기 위한 오랜 고민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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