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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 치매 엄마와 함께한 일상의 기록
도서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 치매 엄마와 함께한 일상의 기록
  • 황인순 기자
  • 승인 2017.11.29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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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황인순 기자] “치매 환자의 기억은 시간, 장소, 인물 순으로 소멸된다. 시간 상실의 1기, 장소 상실의 2기, 인물 상실의 3기, 즉 말기. 1기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엄마의 기억은 어느새 말기에 다다랐다. 자신의 삶을 하나둘 잊어 가는 모습을 보며 엄마를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아 온 영화감독이 치매에 걸린 엄마를 10년 동안 돌봐 오며 발견한 일상의 소중함을 담아낸 에세이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가 출간됐다.

저자 하윤재 감독은 자신의 엄마를 모티브로 단편영화 ‘봄날의 약속’을 연출했다. 감독 특유의 예민하고 세심한 관찰력으로 누구보다 빨리 엄마의 이상 신호를 알아채고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를 보살펴 왔다. 보통 치매 환자를 시간을 잊는 1기, 장소를 잊는 2기, 인물을 잊는 3기로 구분한다. 이 책은 그 흐름을 따라가며 시간, 장소, 인물 순으로 엄마의 과거와 현재의 순간들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저자는 치매 엄마를 모시는 상황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우울한 멜로디의 팝송’을 예로 든다. 슬픈 멜로디인데도 노랫말은 비교적 경쾌하고 밝은 경우가 있듯 고통과 절망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치매에도 기쁨과 환희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치매’의 무게감에 눌려 놓쳐 버리기 쉬운 일상을 잔잔하고 경쾌하게 보여 주며 가족과 삶, 시간, 사랑, 책임에 대해 이야기한다.

엄마의 나물 무침 맛에 이상을 느낀 저자는 유별나다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병원에 갔다가 엄마의 치매를 선고받는다. 섬세하고 예민하게 엄마를 살핀 덕에 비교적 빠르게 엄마의 치매를 발견했지만 그렇다고 충격이 가벼워질 수는 없다. 외할머니와 친할머니의 치매를 겪어 왔기에 두려움은 오히려 더 구체적이다.

엄마의 치매 진단을 듣고 ‘부인, 분노, 타협, 수용’ 단계를 거치는 동안 저자는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기라도 할 것처럼 엄마를 괴롭힌다. 멀쩡한 엄마의 영정사진을 찍고, 가기 싫다는 사람들을 억지로 데리고 가족여행을 떠나며, 약 한 번 잊었다고 다그치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며 스스로를 괴롭힌다.

그러다 문득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엄마의 영정사진은 옷장 안에서 뽀얗게 먼지만 쌓여 갈 뿐이고, 엄마를 세심하게 보살피는 시간만큼 치매 속도는 더디게 진행되며, 세상이 끝난 줄로만 알았던 일상 틈틈이 유쾌하고 따스한 시간들이 스며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치매 엄마와 함께하는 10년 동안의 시간을 통해 치매는 ‘결과’가 아닌 하나의 ‘과정’임을 보여 준다. 또 그토록 두려워하던 치매라는 병을 통해 인생을 새로이 배우고 깨닫게 된다고 역설한다.

“가시나, 내가 니를 어찌 잊노? 다른 사람은 몰라도 무덤에 가서도 나는 니 생각할 거다!”
내 인생의 가장 오랜 친구, 엄마 이젠 내가 엄마를 기억할게. 비교적 가벼운 1기에 발견됐던 엄마의 치매가 어느덧 말기에 다다랐다. 엄마를 10년 동안 보살핀 딸이 이제 바라는 건 단 가지. ‘엄마, 다른 건 다 잊어도 나는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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