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
영국축구팬이 한국팬에 보내는 두번째 편지
영국축구팬이 한국팬에 보내는 두번째 편지
  • [사커에세이]
  • 승인 2006.07.15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이데일리 = 조건호 객원기자] 잉글랜드 프레스톤 출신의 키어런 맥이완 씨는 대표팀이 가는 곳은 어디라도 따라가는 열혈 축구팬이다. 포츠머스대학 스포츠 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했으며 현재 런던 리치몬드 템즈 컬리지에서 스포츠학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 대 이탈리아 전을 보고 감동받아 하루 종일 맥주를 마셨다는 그는 한국 축구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영국인이다.

한국의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월드컵도 끝나버렸군요. 지단의 과격한 액션은 아직도 세계인이 관심을 끌고 있고 잉글랜드 사람들은 또 한번의 기대 이하의 성적에 시무룩해져 있습니다.

한국 팬들은 어떠신가요? 물론 16강 탈락에 서운하시겠지만, 프랑스와 스위스가 포함된 조에서 승점 4점을 올리고도 2라운드에 나가지 못한 것은 FIFA의 잘못이지 한국 팀의 잘못은 아닙니다. 최고로 잘한 3위 팀에게도 16강 진출권을 주어야 한다고 전 항상 생각해왔습니다.

저의 조국, 잉글랜드에 대해 말하자면 국가대표 경기에선 쉽게 경기 풀어갈 만한 능력이 없는 팀 같습니다. 조별 예선이 끝나고 우리 모두는 잉글랜드가 월드컵 우승을 할 만한 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생각해보면 40년 전에 월드컵 우승을 한 번이라도 이루어냈던 것이 행운처럼 느껴집니다.

이번 대회에선 스페인의 경기력이 가장 좋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을 보고 난 뒤 저는 "스페인이 바로 챔피언이야!" 하고 생각했었죠. 아르헨티나 역시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잉글랜드 서포터로서 아르헨티나에 대한 동정을 느끼지는 못합니다. 코트디부아르는 경기 자체는 좋았지만 승리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부족했고 체코 역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제 결론은 이것입니다. '축구는 불공평한 스포츠이다!'

특히 월드컵과 같은 대회에서 운은 아주 크게 작용합니다. 독일을 생각해 볼까요? 독일이 만약 죽음의 조라 일컬어지는 그룹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예선 통과를 할 수 있었을까요? 잉글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잉글랜드가 만약 아르헨티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코트디부아르와 한 조였다면 일찌감치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을 것입니다.

괜찮습니다. 월드컵은 이렇게 끝났지만 우리 곁엔 항상 축구가 있습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의 프리 시즌이 시작되었고 곧 박진감 넘치는 정규 시즌도 개막됩니다.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축구가 또 시작되기에 괜히 낚시 도구를 산다거나 골프채를 사는데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니 정말 다행입니다.

전 뉴캐슬의 서포터입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뉴캐슬 팬이었습니다. 청소년기에는 리즈에서 살다 포츠머스에서 대학을 다녔고 현재는 런던에 있는 직장에 다니지만 제 마음은 항상 뉴캐슬과 함께입니다. 하지만 이 팀은 걱정거리가 많습니다. 영입하는 선수보다 팔아 치우는 선수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오언도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할 테고 좀 더 괜찮은 센터백 2명과 왼쪽 윙백도 필요로 합니다 누가 앨런 시어러를 대체할지도 걱정입니다.

여러분도 응원하시는 팀이 있다면 이런 걱정을 하실 걸로 믿습니다. 이런 걱정을 하지 않으신다면 진짜 축구 팬이 아니거나 첼시 서포터인 것이 분명합니다!

한국 팬들에게는 기쁜 소식이 있더군요.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 전에서 드라마틱한 동점골을 성공시켰던 설기현 선수가 레딩에 입단했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알았죠. 레딩의 현실적인 목표는 프리미어 리그 17위로 강등을 피하는 것입니다. 설기현 선수가 레딩의 강등 전쟁 (Relegation Battle)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또 다가오는 새 시즌도 마음껏 즐기시고요.

영국에서 키어런 맥이완
  • 한강타임즈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2-777-0003
  • ▶ 이메일 news@hg-times.com
  • ▶ 카카오톡 @한강타임즈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