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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먹먹함에 차마 발 떼지 못하는 관객들
영화 ‘1987’ 먹먹함에 차마 발 떼지 못하는 관객들
  • 황인순 기자
  • 승인 2018.01.03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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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황인순 기자]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1987'이 입소문을 타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후 한참이 지나도록 발을 떼지 못했다.

엔딩 크레딧에 등장한 고(故) 문익환 목사는 관객들의 마음을 더욱 먹먹하게 만들었다. 영화 내내 코를 훌쩍이며 흘렸던 눈물을 닦아냈다. 의자에서 아예 일어서지 못한 채 영화가 던진 묵직한 메시지를 곱씹는 관객들도 많았다.

이날 영화관에는 혼자 영화를 보러온 40~50대 남성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 이름을 밝히지 않은 50대 남성은 영화 속 87학번 대학생 연희(김태리)가 던진 말이 가슴에 가장 깊이 박혔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 시대 내 모습이고, 우리의 모습이었다"며 "용기가 없었던 게 아니었다. 가족들까지 뿌리치고 나가 싸우면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의 죽음이 수 많은 현실 속 '연희'들에게 용기와 분노를 심었다"며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6월 항쟁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1987년 6월 당시 전남대 3학년이었던 박모(54)씨도 그 날을 다시 떠올렸다.

박씨는 "수십 명의 남학생들이 '호헌 철폐', '독재 타도', '박종철과 이한열을 살려내라'는 혈서를 썼다"며 "대학생은 물론 일반 시민들, 고등학생까지 수십 만명이 금남로와 충장로 등 거리로 나와 밤새 시위를 벌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직선제를 받아들인다'는 전두환 정권의 6·29 항복 선언을 받아냈다"며 "전국민적인 저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87년 뜨거웠던 6월을 몰랐던 세대들에게는 역사 공부의 장이 됐다.

이모와 함께 영화를 본 고등학교 1학년 김다진(16)양은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택시운전사'를 볼 때와 같은 충격을 받았다"며 "대통령이라는 자리 때문에 국민들에게 말도 안 되는 고문을 자행하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인을 저질렀다. 근데 그게 다 전두환이라는 한 사람이 저지른 것이라 더 놀랍다"고 말했다.

김양은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봤지만 정말 어려운 문제"라며 "촛불을 들고 광장에서 평화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준 어른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배경인 1987년 이듬해(1988년) 태어난 박정하(29)씨는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며 "6월 항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왜 일어나게 됐는지, 그 시대가 얼마나 잔혹하고 엄혹했는지 처음 알게 됐다.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시대 같았다"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이 있었던 1980년 태어난 김범수(38)씨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사회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되새기는 시간이 됐다"며 "그 과정에 동참했던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한편 영화 '1987'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이한열 열사의 죽음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 관람객 300만 명을 돌파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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