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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미투운동 “"왜 이제서 말하냐 말고 이제라도 말해줘서 다행이라고 해달라"
문화예술계 미투운동 “"왜 이제서 말하냐 말고 이제라도 말해줘서 다행이라고 해달라"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8.03.05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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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폭력 폭로 파문 이후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렸다.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미투 운동 그 이후, 피해자가 말하다'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연출가 이윤택 사건 변호인, 피해자들 및 여성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국성폭력상담소(128개소)와 장애여성공감,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변호사회,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주최로 열렸다.

이날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폭력을 가장 먼저 폭로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이명행 배우의 성추행 기사로 대학로가 연일 시끄럽던 중에 서지현 검사의 폭로 기사를 접하게 됐다"며 "극단을 나온 이후로 무던히도 잊으려 했던 이윤택이란 이름이 떠올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글을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잠시 주저했다"며 "너무 오래전 일이라 그냥 묻힌다면 어쩌나 솔직히 불안했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피해자들과 함께 고소장을 쓰기까지 참 고단한 시간이었다"며 "추행 수위와 관련된 자극적인 기사들, 피해자를 추적하고 비방하는 SNS 글들로 저희는 여러 번 상처입고 또 많이 울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보내고 힘을 실어줬다. 자랑스런 우리 피해 당사자들이 가장 먼저 힘을 냈고 변호인단이 꾸려지고 저희를 지지해주는 여성단체들이 모여 지금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이윤택 전 감독의 만행을 폭로한 연희단거리패 전 단원 홍선주씨는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의 폭로 글이 터지고 '감히 이래도 되나 두려워하는 저를 발견했다"며 "저라도 입을 다물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이윤택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어째서 이윤택 대표는 거짓된 변명들로 가족 같은 후배가 자신의 임신·낙태까지 폭로하게 했는지 너무 괴롭고 참담한 마음이 들어 정말 어렵게 용기를 내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홍씨는 "왜 이제서야 말하냐고 묻지 마시고 이제라도 말해줘서 다행이라고 말해달라"며 "주목받고 싶었냐고 묻지 말아주길 바란다. 이런 일로 주목받고 싶은 여자는 없다. 이 사건을 고백한 후에 제 가족들과 극단 신상까지 노출되면서 가슴아픈 시간들을 견뎌야 했다. 이 사건으로 나를 비롯한 피해자들이 더 이상의 2차 피해로 가슴 아픈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연희단거리패 전 단원이었던 또 다른 피해자 이재령씨는 "미투 운동으로 어렵게 말을 꺼낸 이후에 '그동안 왜 말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많이 받았다"며 "대답은 '그 때는 말할 수 없었다'이다. 고발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변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캐스팅에 제외되거나 정신이 이상하다는 공개적인 모욕을 듣고 더욱 힘든 스탭일로 내쳐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윤택이 본인의 죄가 드러날까 두려워 우리가 소통할 수 없도록 이간질하고 악질적 헛소문을 퍼뜨려 우리를 고립시켰다"며 "사랑하는 선후배들이 드러내 말하지 못하는 성폭력의 상처들을 안고서 행여 누가 눈치라도 챌까 두려워하면서 그 많은 세월 서로 보듬어주지 못하고 오해를 안고 각자 외롭게 지내온 시간들이 지금은 가장 안타깝고 원망스럽다"고 했다.

"오랜 시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고, 저의 상처를 들여다보지 모했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동료 선후배들이 더 많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저희가 하는 일들이 상처입은 동료와 선후배들에게 혼자만의 아픔과 고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해줄 수 있고, 그로 인해 치유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이윤택의 잘못이지 연희단거리패를 지나온 사람들의 잘못이 아님을 말해주는 길이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명숙 법무법인 나우리 대표변호사는 "우리 사회에 확산되는 미투 운동의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인 이윤택 사건의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만 하루만에 101명의 변호사들이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함께 한 피해자들과 공동대책위원회 뿐 아니라, 국회와 정부·언론·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서 반인륜범죄인 성폭력의 공소시효를 없애고, 가해자를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엄히 단죄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성폭력 피해자 대다수는 가해자와의 관계에서 종속적인 위치에 놓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가 혼자 대응해나갈 수 없다"며 "성폭력 피해자가 국가와 사회를 신뢰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자신의 법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피해자 옹호와 조력 시스템이 견고하게 갖춰져야 한다. 2차 피해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성평등과 인권교육을 촘촘하게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보람 변호사는 "공동변호인단은 이윤택 피해자들을 위한 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101명 중에 실질적인 지원을 약속한 변호사가 절반 정도된다. 앞으로 피해자들과 상의해서 추후 대응방안을 결정할 것이다. 성폭력 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방안도 다각도로 논의 중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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