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쇼 미 더 스타크래프트

[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게임과 현실은 다른 게 없다. 그 흔한 MMORPG를 보자. 성장하고, 사회를 이루고, 경쟁한다. 사회의 축소판이자 손쉽게 다가설 수 있는 또 하나의 사회가 ,곧 게임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2년까지 우리나라에서 e스포츠 열풍을 일으켰던 스타크래프트를 들여다보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가령 최근 남북 관계가 진전되면서 해법이 모색되고 있는 ‘핵’에 대한 이야기를 스타에 투영시켜보자.

‘핵’의 도입으로 다음과 같은 전개가 가능해졌다.

첫째, 전쟁의 시작과 끝이 같아졌다. 과거 수년간 치고 박고 싸워서 결국은 상대 본토에 깃발을 찍어야 했던 참호전이 종식됐으며, 뭐든지 ‘한 방’으로 끝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를 스타크래프트에 접목시키자면 아비터의 리콜을 상기할 수 있다. 아비터라는 유닛은 아주 특이한 특수 유닛이다.

일반 보병 유닛인 ‘질럿’이 아비터의 공격력을 보면 하품을 하고 갈 정도지만, 다른 차원으로 상대 유닛을 가두는 특수기는 물론, 많게는 2부대(24기) 가까이의 병력을 한 번에 원하는 곳으로 워프시킬 수 있는 ‘리콜’이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아비터와 붙어 있는 유닛은 보이지 않는 ‘클로킹’ 기능이 발생해서 상대방이 클로킹을 극복할 수 있는 유닛이나 시설이 없으면 피해를 입힐 수가 없다. 이 ‘리콜’은 실제로 핵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데, 프로게이머 강민이 섬맵에서 ‘리콜’ 한 방으로 상대 프로게이머로부터 GG를 받아낸 전략은 아직도 명경기로 방송을 타고 있기도 하다.

둘째, 공멸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핵은 억제력을 갖고 있다. 아무리 전력이 강해도 핵탄두를 공중에서 요격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일단 상대방이 핵을 보유하고 있으면 선뜻 공격을 할 수가 없다. 이는 핵을 아무리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해도 생기는 딜레마이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이상, 미국이 북한을 쉽게 타격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저그의 오버로드 수송기능을 이용한 폭탄 드랍은 ‘너도 죽고 나도 죽는다’는 전법을 충실히 재현한다. 자신의 본진이 공격으로 쑥대밭이 되더라도 폭탄 드랍 한 방이면, 서로 먼저 건물을 다 박살내는 쪽이 승리하는 성공조건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셋째, 기술이 물량을 압도한다. 핵무기의 등장은 전쟁 수행 능력의 질적 능력의 절대성을 태동시켰다. 프로토스에는 살상력만 따지면 하이템플러의 사이오닉스톰이 핵과 같은 역할을 한다. 비록 테란 유닛 고스트의 ‘진짜 핵’에 비하면 위력이나 범위가 다소 약하지만, 마법유닛 중 살상력은 최고다. 따라서 방어유닛인 캐논을 5개 지을 미네랄을 아끼고 가스를 조금 더 투자해 하이템플러를 하나 생산해서 저그의 히드라 러쉬를 막는 게 훨씬 이득이다. 기술이 물량을 압도하는 현실의 단면이다.

이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잔뜩 녹아 있다. 좀 생뚱하다고? 아니다. 스타크래프트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그 자체가 경제학, 정치학, 군사학 등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스타크래프트를 알고 군사‧경제‧정치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흥미롭게 다가온다.

20년 가까이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던 저자는 이 게임이 교양으로 읽힐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삼국지>나 <손자병법> 같은 고전들을 소재로 전략이나 처세, 경영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처럼,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스타>라는 텍스트를 가지고 군사 전략, 경제 이론, 정치·외교 현안을 살펴보고 있다.

이성원 지음 / 동아시아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