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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우리문화의 수수께끼
[신간] 우리문화의 수수께끼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6.03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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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유명 방송 작가의 드라마 소재가 될 정도로 ‘도깨비’는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이다. 실제로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읽는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Best 10에서 도깨비 이야기는 빠진 적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동양의 ‘귀신’이나 서양의 ‘뱀파이어’, ‘좀비’ 같은 공포물 ‘일등 공신’이 버젓이 버티고 있는데도, 도깨비가 여전히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뭘까. 

도깨비라는 존재의 독특함이 있지 않나 싶다. 도깨비는 익살스러운 괴물이다. 귀신처럼 ‘무섭다’라는 느낌보다도 ‘엉뚱하다’는 생각을 먼저 불러일으킨다. ‘혹부리 영감’ 덕이 크리라.

그럼 도깨비는 언제, 어떻게 생겨난 존재일까? 물론 완벽한 답변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도깨비 모양을 조각해 놓은 여러 유물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단서는 발견할 수 있다.

 

고대의 유물에도 수많은 도깨비가 존재하는데, 자연을 극복하려는 끝없는 싸움 속에서 사람들은 비‧바람‧구름‧번개‧천둥 같이 기상을 관장하는 수호신을 창조해냈다. 도깨비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사람들의 상상의 발현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시각이 많다.

이 같은 맥락에서 도깨비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잡귀’의 이미지가 아니라, 태생부터가 ‘수호신’의 성향이 강했다. 사람들이 도깨비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만 불교의 사천왕처럼 잡귀신이 벌벌 떨 정도로 무섭고 강하기만 한 수호신이었다면 그 인기가 지금 같지는 않았으리라.

도깨비는 ‘허당’ 느낌이 강하다. 생각보다 멍청해서 똑똑한 척하다가 당하고, 꾀를 부리다가 오히려 도깨비한테 당하는가 하면, 장난도 좋아하고, 예쁜 여자도 좋아하고, 수수팥떡도 좋아하고, 시기와 질투도 많다. 그런가 하면 애꿎은 사람을 붙잡고 씨름 내기를 하는가 하면, 멀쩡한 혹을 달라고 하질 않나… 쉽게 말해 캐릭터가 아주 잘 잡혀 있다. 다만, 잔인하거나 폭력적이진 않으며, 일본의 도깨비인 오니와는 다르게 사람을 해치지는 않는다.

지역마다 도깨비의 특징도 다르다. 서해안에서는 도깨비에게 고사를 지내는데, 도깨비가 선착장 주변에서 살면서 어민을 도와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제주도 도깨비는 말썽꾸러기이다. 변덕도 심하고 골탕을 잘 먹이는 캐릭터로, 심지어 병까지 일으켜서 병을 고치기 위해 도깨비의 변덕을 굿으로 달래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도깨비를 비롯해 금줄, 무당 등의 샤머니즘적 원형에서부터 생명나무를 통한 신화적 현현과 전통의 생태사관을 얘기하는가 하면 두레와 돌하르방, 구들, 흰옷, 모정 등의 생활문화와 장례에 깃들어 있는 우리의 가치관과 이야깃거리를 풀어 놓는다.

단순히 흥밋거리만 내세우진 않는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성 풍속과 그릇된 가부장 문화에 대한 비판을 담아내기도 한다.

한민족의 고유성만 강조하지 않고, 비교문화사적 접근법으로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유한 문화의 실체와 내재적 가치를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노년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전 계층이 읽을 만한 양서.

주강현 지음 / 서해문집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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