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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계절성 남자
[신간] 계절성 남자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6.06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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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오랜만에 만난 술자리. 중년이 된 동갑내기 여자 친구가 이모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는 억울해 하지 않는다. 설령 앞에 앉은 사람이 중년이 된 동갑내기 여자 사람 친구이거나, 해몽도 풀어보지 못한 채 사라져버린 꿈을 부여잡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지라도. 마냥 긍정적이다. 그 긍정의 언어로 풀어낸 에세이. 사뭇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언어로 세상을 적어 내려간다. 그의 사유의 끝은, 무겁지 않다.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다만 남이 보지 못하는 것에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새로운 것을 떠올려낸다.

“생각은 끙끙대며 생각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멍하게 있다 보면 생각이 슬그머니 들어오잖아요. ‘멍’이라는 덫을 놓고 기다려봐야죠. 나는 생각의 주인이 아니요, 생각은 주인 없는 집에 찾아온 손님이니.”(p177)

 

저자의 말처럼 끙끙댄다고 풀릴 세상 같았으면 두루마리 휴지 풀려 나가듯이 술술 풀렸으리라. 끙끙대며 생각해봐야 답이 없지 않은가. 차라리 ‘멍’을 때려보라고 조언한다. 멍은 곧 심적 바다 깊숙이 가라앉은 닻으로 변한다. ‘멍 때림’이 닻이 되고 닻이 생각이 되는, 그리고 생각이 그저 생각이 아니고, 또 멍 때림이 그저 멍 때림이 아닌 것을 깨달을 때, 그는 찾아온다고 한다. 슬며시. 주인 없는 집에 찾아온 백마 탄 초인처럼. 내 모든 골머리를 해결해 주기 위해. 

저자는 당신이 어느 한순간 놓친 생각과 감성들을 이 책에 빼곡하게 적어 놓았다. 그 감성은 어떤 면에선 지극히 따스하다.

“꽈배기처럼 꽉 차 놓은 걸레에 엄마의 힘이 남아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지친 몸을 씻으려다 욕실 구석에 놓인 그것을 보니 왠지 기운이 났습니다. 엄마는 곤히 잠들어 있습니다. 엄마를 깨워 와락 껴안아주고 싶지만 꾹 참았습니다.”(p 25)

꽈배기 같은 걸레에서 엄마의 힘을 길어내는 그의 눈높이는, 누구든지 같이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볼 수 있는 편안한 위치에 놓여 있다. 말의 무게로 세상을 저울질하지 않는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평온해 진다. 

이만근 지음 / 나비클럽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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