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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엑시트
[신간] 엑시트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6.1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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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답답하다. 이 소설을 읽고 있는 내내 그렇다. 10대 미혼모인 주인공의 행동이 답답하고, 주인공을 그렇게 몰아가는 세상에 답답함과 현기증을 느낀다. 저자는 ‘원래는 불쌍한 아이들’이라는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포장하지 않는다. 날 것 그대로다. 문제를 일으키면 일으키는 대로,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동기를 포착한다. 

사회가 보듬지 못한 사이, 아이들은 추락하고, 막다른 길로 내몰린다. 인생은 선택이라지만, 그들에게는 선택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애초에 태어나지나 말지’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사는 아이들에게 선택이란 건 사치일뿐이다.

이 소설은 10대 미혼모의 이야기이다. ‘장미’라는 이름의 소녀는 불우한 가정의 표상을 대변한다. 부모는 장미의 고모말대로 ‘굴러먹듯’이 살아가고 있고, 장미를 버린 지 오래다. 그나마 할머니가 그녀와 함께 살았지만, 할머니는 장미에게 전혀 사랑을 주지 않는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가 유일하게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고모 역시 장미를 사람 취급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나마 잘 지내던, 아니 잘 버티며 살아가던 장미를 흔든 사건은 ‘남자’였다. 친구의 남자친구 J는 생전 이타적인 관심을 느껴보지 못한 장미를 교묘하게 유혹해 임신을 하게 만든다. 그게 장미의 절벽이었다. 이후 고모집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와 보호원에 들어간 장미는 그곳에서도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고, 결국 자신이 낳은 핏덩이 ‘하티’를 안고 몰래 도망을 나오게 된다.

이후 같은 처지지만 장미를 여러모로 이용해 먹는 ‘진주’의 지하방에서 하티를 키우며 장미는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사진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장미가 일을 하는 이유는 오롯이 하티 때문이다. 아이를 먹이고 살려야 하는 문제에 당면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에는 진주가 하티를 돌봐준다고는 하지만, 자기 인생도 돌아보지 못하는 진주는 하티를 딱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정도로만 생각을 한다.

그러던 중 집안이 물에 잠기게 되자 진주는 하티를 장미와는 상의도 없이 어떤 ‘이모’에게 맡기게 되고, 장미는 소리 없이 사라진 장미와 하티를 찾아나서다가, 악마성이 더 짙어진 J를 만나게 되면서 강제로 관계를 당하게 된다. 이후 J에게 반항하다가 맞아 고막이 터진 장미는 응급실에 실려오고, 거기서부터 생각지도 못한 인연이 시작된다.

10대 미혼모도 결국 어른의 몸을 경험한 아이일 뿐이다.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원망, 돌봐줄 사람도, 대신 나서줄 사람도 없는 처절한 사회적 약자를 이용해 먹는 사회의 부덕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동시에 10대 미혼모의 현실과 문제를 직시하게 한다.

결론은 해피엔딩이지만, 사회의 테두리밖에 밀려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먹먹함은 오래간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 죽기 일보 직전에 내몰린 ‘장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 듣고 말 따스한 위로가 아니다. 자신의 존재 자체에 죄스러움 안고 있는 자학에 물든 아이들에게는 딱 이 말이 필요할 뿐이다.  

“넌 나쁜 게 아니라, 아픈 거야.” 

황선미 지음 / 비룡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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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범석 기자

문화 분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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