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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T-지식IN] 음주운전 처벌기준 “몇 번이나 불게 하던데요?”
[한강T-지식IN] 음주운전 처벌기준 “몇 번이나 불게 하던데요?”
  • 송범석
  • 승인 2018.07.02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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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행정사님, 억울합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불었고, 농도가 나오지 않았으면 그만 불게 해야지, 경찰이 계속 불라고 강압적으로 이야기하더니 결국에는 취소 농도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한 번 불면 끝나는 거 아닌가요?”

필자는 선천적으로 몸의 작동 능력이 남들보다 떨어지는 탓에 필라테스를 배우다 보니 ‘호흡법’이 참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호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몸이 치유가 되고, 몸이 제자리를 찾는 것을 느끼면서, 신이 처음 사람을 창조할 때에도 호흡으로 창조했다는 그 신화적 내용이 아주 조금 이해가 됐다.

맞다. 호흡은 중요하다. 특히 음주운전 측정 과정에 있어서, 호흡은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역할을 한다. 물론, 이미 마신 알코올이 폐세포에 녹아들어가 화학작용을 거쳐서 나오는 호흡이기에 우리가 어찌해볼 도리는 없다. 그러나 ‘불어서 나오면 끝’이라는 심리적인 방어기제가 작동하면서, 호흡을 뱉어야 하는데 도리어 호흡을 들이마시거나 하는 웃지못할 일이 현장에선 많이 발생한다.

모두다행정사 송범석 대표
모두다행정사 송범석 대표

그러나 현장 단속을 많이 해본 경찰은 단번에 음주운전 혐의자의 ‘꼼수’를 알아챈다. 이럴 때는 몇 번 정도 기회를 준다. 그래도 계속 혐의자가 ‘심리적 방어기제’를 가동하면 경찰은 ‘공권력’을 투입한다. 측정거부 처리이다. 측정거부가 되면 벌금이 최소 500만원이 나오고, 면허 취소는 1년 이상 확정이 된다. ‘제대로 협조 안하면, 더 강하게 처벌하겠다’는 국가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문제는 그 ‘제대로 분다’는 개념이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다.

현재 경찰이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기본 지침은 경찰 내부의 준칙인 ‘교통단속처리지침’에 따른다. 이 교통단속처리지침의 제3편이 주취운전 단속에 대한 부분인데, 제38조에는 ‘측정요령’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수록돼 있다.

눈 여결 볼 내용은 제2항 ‘음주측정시에 사용하는 음주측정기용 불대(mouth piece)는 1인1회 사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부분이다. 호흡측정의 ‘횟수’를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이 조항이 유일하다. 다만 1인 1회 사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은, 불대에만 국한된 이야기이므로 불대만 교체를 계속 한다면 몇 번이고 경찰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호흡측정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경찰이 호흡측정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몇 번씩 다시 호흡측정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해서 위법사항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볼 때에도 현실적으로 혐의자의 호흡이라는 것은 경찰이 컨트롤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므로 몇 번이고 제대로 불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진 않는다. 다만 이 상황에서 제대로 불지 못했다고 해서 측정거부가 돼 버리면 채혈측정에 대한 기회도 자동적으로 박탈이 되기 때문에, 경찰이 임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측정거부’의 결정에 대한 보완 장치도 마련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제대로 불었다’는 개념이 경찰의 경험칙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면, 판단이 잘못될 때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고 채혈의 기회를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다.

필자가 그간 지적해왔든 현행 음주측정의 방법에 대해서는 법률상 합리성이 결여돼 있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입법의 보완이 필요함에도, ‘음주운전자=공공의 적’이라는 대의명분에 묻혀 지나가는 것 같아 아쉽다. 국회에서 조금 더 정교한 음주운전 단속 지침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음주운전 단속에도 법치주의의 합목적성이 투영되어야 호흡측정을 당하는 국민이, 국가의 단속절차가 합리적이라고 이해를 하고 단속에도 더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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