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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동물의 무기
[신간] 동물의 무기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7.05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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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역사시대 초기에 병사들은 적의 무기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갑옷을 입었다. 초기의 신체 보호 장비는 방패와 보호복 형태였는데, 처음에는 가공하지 않은 동물 가죽으로 방패를 만들었다. 이후에는 무두질한 가죽을 나무에 씌워서 만들었다. 

알다시피, 이 갑옷과 방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한다. 그 이유는 상대방이 휘두르는 무기가 변했기 때문이다. 선사시대 이후 만들어진 인류의 첫 무기는 불에 구워 단단하게 만든 뒤 끄트머리를 날카롭게 깎은 장대나 날카로운 뗀돌을 매단 창이었다. 이 같은 뗀돌 공격을 막기 위해 딱딱한 가죽 갑옷이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 철제무기가 제작되면서 가죽 갑옷은 큰 쓸모가 없었다. 그래서 가죽 갑옷 외부에 또 한 가지, 금속고리나 비늘을 달기 시작한다. 그리고 십자군 원정 시절에는 갑옷의 궁극이라고 할 수 있는 ‘사슬 갑옷’과 ‘판갑옷’이 출현한다.

 

그러나 이 두꺼운 갑옷도 16세기 말 갑옷을 뚫을 수 있는 석궁과 장궁이 나오자 효율성이 떨어지더니, 화약이 나오면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30~40kg에 달하는 갑옷도 대포를 막을 수는 없었고, 기동력이 취약해 주표적이 되기 십상이었다.

갑옷의 진화를 목도하면서 우리는 ‘편익’이라는 걸 상기할 수 있다. 자연도 마찬가지이다. 자연은 놀라울 정도로 편익을 추구한다. 그래서 편익이 있는 방향으로 진화를 하며, 그 진화의 정점에는 각 동물의 무기가 있다. 반대로 편익이 맞지 않는 경우에는 자연도태가 되면서 멸종으로 치닫는 경우도 많다.

먼저 고슴도치의 가시를 보자. 자연의 방어 무기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것이 ‘바늘’이나 ‘가시’이다. 칼 같이 돋아 있는 가시는 고슴도치와 호저부터 가시게, 가시복, 열대 여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 동물의 호신용으로 쓰인다. 맹금류가 이들 동물을 삼키거나 공격하려고 할 때 입에 이들 방어용 가시는 포식자의 소화관의 내벽을 찢을 정도로 강한 충격을 준다. 

가시를 갖고 있는 동물 중 ‘큰가시고기’의 진화는 인류의 갑옷과 방패가 변한 것과 같은 이치에서 들여다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큰가시고기는 바다에 살지만, 더러는 담수호에도 산다. 진화의 초창기 큰가시고기에게는 방어 무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8만 4000년이 흐르자, 큰가시고기는 무장을 갖게 된다. 세 개의 긴 등 가시와 완전히 자란 골반 가시를 갖추게 된다. 그런데 호수에 사는 큰가시고기에는 방어 무기가 없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포식자가 적은 호수의 물고기는 바다에서보다 큰 무기를 갖춰봐야 무기에 소모되는 에너지만 낭비가 되기 때문이다. 민물의 경우 뼈 성장에 필요한 이온들의 농도가 바다보다 더 낮다. 그래서 호수에서 갑옷판을 만드는 것은 바다보다 더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 민물의 큰 가시고기는 바다의 큰가시고기에 비해서 무기가 작기는 하지만 그대신 어릴 때 몸이 더 크고, 번식도 더 빨리한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 결과이다.

이렇듯 인간과 동물의 보호 무기 진화는 동일한 규칙이 있다. 비용과 편익을 철저히 따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한 가지 편익을 위해 다른 한 가지 편익을 희생하기도 한다. 마치 중세 기사가 극강의 방어력을 위해 무거운 갑옷을 취하고, 기동력을 버린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사슴 등의 뿔이 그러하다. 뿔은 단백질 요구량이 높은데, 무스와 북미 순록의 뿔의 경우 칼슘과 인 요구량이 너무 높아서, 뿔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신체의 다른 뼈에서 이 무기질을 뽑아 써야 한다. 그 결과 아주 강력한 무기인 뿔을 갖게 되었지만, 반대로 계절성 골다공증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번식기에 수컷끼리 싸우다가 뼈가 부러져 죽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럼에도 이들 동물이 무기를 더 강력하게 키워가는 이유는 또 다른 편익 때문이다. 바로 번식이다. 무기 싸움에서 이긴 수컷은 암컷을 차지하고 자신의 씨를 뿌리게 된다. 그 편익을 얻는 비율은 10%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저자는 가시, 이빨 등 작은 것에서 시작해서, 뿔, 엄니 등 점점 더 큰 무기로 나아가면서 단계적으로 무기 경쟁의 생물학을 엮어 내는데, 동물에서 끝나지 않는 점이 흥미롭다. 곧 무기의 진화는 인간의 무기 체계의 진화로 이어진다. 한편으로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서도 동물 세계와 비교해 고찰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울러 환경이 변하면서 중무장을 했던 동물 종이 무기를 버렸던 역사를 하나하나 재구성해 보며, 극한 무기의 성쇠에 따른 생물들의 진화과정을 풀어내고 있다.

더글러스 엠린 지음 / 북트리거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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