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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신간]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7.0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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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삶이 바닥으로 꺼져갈 때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는 심연의 내피는 무엇인가. 은유가 아니다. 삶이 실제로 바닥으로 꺼진 사람들이 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끊임없이 투하되는 폭탄과, 길거리마다 쏟아지는 화염 속에서, 이미 압제자가 정복한 하늘과 지상을 버리고 지하에 속박된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다.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이 발생했다. 전두환에 비견되는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발발하고, 곧 수니파-시아파 간의 종파 갈등과 미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이권 개입이 시작되면서 반군과 정부군의 처절한 전쟁이 시작된다.

시리아의 ‘다라야’는 시대정신이 있는 지식인들이 많이 모인 도시다.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 위치한 이 도시는 간디처럼 비폭력 시위로 정부에 자신들의 입장을 전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처절한 학살이었다. 수만 명의 인구를 전부 감옥에 넣을 수는 없었던 정부군은 도시 자체를 봉쇄한다. 한 달에 600차례의 폭격이 쏟아지고, 어제 밥을 먹던 친구가 내일은 관속에 들어가는 그 지옥에서, 청년들은 ‘도서관’을 짓고 그곳에서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

 

제 정신일까? 아니 제 정신을 유지하려고 그들은 책을 읽고 강연을 했다. 책은 그들에게 피난처였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책으로 만든 스프. 정신을 살찌우기 위해 미친 듯이 읽고 또 읽었다. 도서관은 본래 있던 곳이 아니다. 폭격으로 무너진 교장 선생의 집에서 나온 여러 권의 책을 비롯해 주인이 남기고 간 책들을 목숨을 걸고 모으고 모아 도서관을 열 수 있었다.

저자 델핀 미누이는 프랑스 출신의 저널리스트이다. 시리아의 청년들과 인터넷으로 사연을 주고 받으며, 이 책을 남길 수 있었다. 

도서관을 지은 청년들. 그들은 80년대 우리식 표현으로 정부군이 ‘빨갱이’라고 지칭하는 집단이다. 테러리스트이자, 성스러운 국가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들. 그러나 그들의 어디에도 나라 그 자체를 부인하고, 완전히 뒤집고자 하는 생각은 발견되지 않는다.

지하 도서관을 구축한 아흐마드, 23세 다라야 출신으로 다마스쿠스 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수재이다. 혁명이 일어나기 전, 아흐마드는 축구와 영화를 좋아하고 정원의 수많은 식물을 돌보는 착한 청년이었다. 정부군의 비폭력 시위를 하는 시위대에 총을 쏘던 그때, 청년은 그저 ‘자유’를 외쳤다. 

또 다른 청년 오마르, 그는 24살 때 반군에 소속이 된다. 자유시리아군 남부 전선의 부대에 편입된 그에게 델핀 미누이는 자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시 서방국가는 반군을 ‘알카에다’나 ‘다에시(IS)’의 일부로 보는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부인한다. ‘위대한 알라’ ‘십자군의 음모’와 같은 그런 종교나 이념적인 투쟁은 그와 거리가 멀었다. 

“친구들이 그저 변화를 요구하는 팻말을 흔들다가 당신의 눈앞에서 스러진다면, 다른 시위 참가자들을 보호하려는 마음 말고 더 무엇이 있겠습니까? 안타깝게도 여기에서 모든 일이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정부군의 폭격 아래에서 폭력의 악순환이 시작되었습니다.” (p71)

‘아랍의 봄’이 요구했던 것은 ‘자유’였다. 독제에서 벗어나는 국민의 당연한 요구였다. 그러나 정부군은 ‘알카에다’나 ‘다에시’의 명패를 빌려서 그들의 가슴에 못질을 하고 곧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인 것처럼 왜곡을 했다. 그리고 강대국은 철저하게 그것을 이용했다. 

결국 오마르는 살해당한다.

다라야에 남아 최후의 자유를 외치다가, 그는 정부군에 의해 산화한다. 그러나 시신조차 정부군이 가져가, 볼모로 삼는다. 아흐마드는 동료의 시체마저 빼앗기고는 절규한다. 그리고 오마르의 마지막 말을 델핀 미누이에게 전한다.

“오마르고 최근에 이런 속내를 이야기했어요. 혁명이 엔지니어가 되려 했던 자신의 꿈을 막았지만,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을 열어주었다고 말이에요. 그것은 바로 독서를 향한 문이었죠. 글쓰기로 향하는 문이기도 하고요. 오마르는 언젠가 앞으로의 세대를 위해 책을 쓰고 싶어 했습니다. 글쓰기, 그래요. 그것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글쓰기였죠. 모두를 위한 시리아. 오마르가 믿는 이상향에 대해서 말이에요.” (p197)

시리야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수많은 난민이 나왔고, 국제적인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청년들이 시공간을 초월한 책을 읽으며 나눈 깊은 대화에서 우리에게 인간이 살면서 놓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책을 읽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말이다. 

델핀 미누이 지음 / 더숲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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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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