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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스물두 강다리
[신간] 스물두 강다리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7.14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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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스물두 강다리는 조치원과 내판 사이를 흐르는 미호천을 가로지르는 경부선 철다리를 의미한다. 철다리는 항상 그 자리에서 버티고 서 있다. 특별히 주어진 철다리의 사명은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 나아가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것이다. 그 공간은 물리적으로 실존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음의 층위에 쌓아진 장소이기도 하다. 

철다리는 묵묵하다. 수많은 바퀴들이 세월의 나이테를 그 머리 위에 아로새길 때, 다리는 시간의 한 조각을 부여잡고, 고통과 병치되는 환희 속에서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올 가족과 가족을 이어준다. 그게 강다리가 갖고 있는 인간미의 정점이리라.

 

장마로 가슴까지 차오르는
거센 물결에도
가물어 발목으로 내려가도
땡볕을 견뎌내며
발이 저릴 만도 한데
군말 하나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스물두 강다리 中)

어느 장소에서나 흘러나오는 땡볕이나 장마는 이미 강다리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움의 부피가 커질수록 다리는 더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기다리다 고향 소식 없으면
희미해지는 기억 찾아
지난 세월 하나하나 건너
다정하고 그리워지는 
어린 시절 친구
찾아가는 길목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버티고 있습니다
고향 찾아올 이들을 위하여

(스물두 강다리 中)

시인 김종각의 시선은 고해(苦海)의 바다를 향한다. 하지만 그 해저의 깊이에 파묻히진 않는다. 패배감과 불안감의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등대의 불빛 같은 잔잔한 희망의 무늬를 수놓는다. 그 무늬의 끝은 결국 ‘가족’이다. 시인의 그리움이 투영되는 자리 자리마다, 끈덕지고 긴밀한 삶의 내피는 시나브로 자라간다.

김종각 지음 / 그림과책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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