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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마르크스라면 어떻게 할까
[신간] 마르크스라면 어떻게 할까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7.15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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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우리가 부딪치는 모든 이슈는 인간의 사유와 직결돼 있다. 그리고 그 사유의 철학은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르다.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최근 서울광장을 둘러싸고 ‘퀴어문화축제’를 옹호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서로 자신들의 의지를 ‘시위’를 통해 세운 것만 봐도 한 땅덩어리에서 얼마나 다른 사고들이 존재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본디 민주주의는 다원주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리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적어도 어느 한 쪽을 택해서 자신의 사고의 지평을 넓혀가기 위해서는 그것이 왜 그런지, 논거가 무엇인지 정도는 확실히 체득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흔히 우리가 손가락질하는 ‘철학 없이 우기기 잘하는 정치인’과 판박이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실제 이슈를 한 가지 던져보고 다각도로 이슈에 대한 주장과 논거를 살피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예를 들어 ‘가족들이 보고 싶은 게 전부 다른데 TV에서 무엇을 볼지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가족 안의 문제인 거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욕망이 다른 시민들의 욕구를 어떻게 채워줘야 하는지에 대한 위정자의 고민이기도 하다. 

이 때 해결책은 무엇일까? 가정의 주수입을 담당하는 사람에게 자비로운 독재를 허용해야 하는가? 집안 어른들의 노련한 지혜에 맡겨야 할까?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줘야 하는가? 아니면 아이들은 너무 어리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묵살해야 할까? 이 문제는 공정성과, 대표성, 그리고 평등의 문제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젯거리이기도 하다.

이 문제의 지평에서 우리는 ‘공리주의’를 떠올릴 수 있다. 공리주의는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만든 것으로 ‘공리’라는 것은 유용성을 증진하는 행동을 말하며, 이 유용성은 ‘쾌락’을 뜻한다. 쾌락은 행복의 근원이며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도덕과 법률의 설립기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담은 특정 철학자들이 주장하는 ‘천부적 권리’라는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고, ‘인간은 모든 특성이 제거된 백지’로서 어떠한 타고난 자질이나 지식, 도덕의 나침반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영국 철학자 존 로크와 뜻을 같이 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가 북극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볼지, 아니면 질질 짜는 드라마를 볼지는 쾌락의 계산값으로서 정해야 한다.

비판은 물론 존재한다. 결과를 측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북극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기 위해서 이를 반대하는 동생을 때려눕혀 119에 실려가게 한다면 당장에 내가 TV를 시청하면서 얻는 쾌락은 극대화가 되지만, 반대로 그 일로 인해서 가족이 겪게 되는 고통과 갈등을 생각한다면 결과적으로 무엇이 더 낫다고 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결과들을 정확히 측정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공리주의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대해서 개선점이 나온다. 존 스튜어트 밀은 우리가 행동을 판단할 때 개개의 행동이 아닌 ‘규칙’의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가족이 취향에 맞춰 시리즈를 매번 다르게 보는 것보다 한 시리즈를 다 보는 것이 가족 모두가 더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잔인한 장면을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시리즈를 섭렵하며 얻는 쾌락이 상쇄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가 누리는 최대의 행복의 양을 주창하지만 이렇게만 본다면 다수에 의해서 희생 받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가족 모두가 <도깨비>를 시청한다고 해도 <뽀로로>가 보고 싶은 막내는 여전히 불만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과 대안은 늘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철학에서는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왜 그 질문 속 이슈가 이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왜 여전히 많은 이슈들이 논쟁거리로 남아 있는지를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논쟁의 끝에서 마르크스라면 어떻게 할지, 플라톤, 밀, 아리스토텔레스, 헤겔, 그밖에 많은 철학자들은 어떻게 할지를 알면 우리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도 좀 더 성숙해질 것이다.

이 책 <마르크스라면 어떻게 할까>는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내게 햄스터 먹이를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지, 걱정이 되지만 아이들한테 집을 맡기고 휴가를 가도 될는지 등 일상에서 ‘철학’이 없어도 결정할 수 있지만, 정작 ‘왜’라는 부분을 깨닫지 못했던 독자들로 하여금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책이다.

눈길이 가는 일러스트를 이용해, 마르크스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등 정치 철학에 대해 알기 쉽게 구성하고 있다.

개러스 사우스웰 지음 / 시그마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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