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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코드 경제학
[신간] 코드 경제학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7.2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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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실크 직조를 할 때 인간이 기계와 같은 도구의 힘을 빌린 것은 이미 기원전 2세기 때부터였다. 중국에서 공인기가 발명된 후 2000년간 인류는 그 방식 그대로 실크를 짜왔다. 그러다가 19세기가 되어서야 약간의 변화가 생긴다. 기존과 달리 특정한 디자인을 넣을 수 있는 방직기가 고안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계는 있었다. 단 하나의 디자인만 생산하는 고정식이어서 변화를 줄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프랑스의 방직 기술자 조제프 마리 자카르는 47세에 방직기를 개선하는 일을 시작했고, 뚫린 구멍이 있는 나무카드를 이용해서 비교적 쉽게 프로그램을 바꿀 수 있는 방직기의 조종기능을 제조해낸다. 이로써 복잡한 디자인도 손으로 작업하는 것보다 20배가량 빠른 속도로 만들 수 있게 됐다. 혁신이었다. 당시의 스티브 잡스 격이다.

 

그의 발명이 실크 방직 산업에 끼친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생산수준과 임금이 높이 상승했으며, 간단한 장치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장치를 고안함으로써 컴퓨터의 시초가 되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런던으로도 날아갔다. 발명가 찰스 배비지는 자카르로부터 영감을 얻어 현대적인 프로그램식 컴퓨터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다목적 문제 해결기, 해석기관을 발전시키기 된다. 실제로 배비지는 등대 신호법을 개척했고, 검안경을 발견했으며, 블랙박스 녹음기를 이용해 철로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참사의 원인을 판단하자는 제안까지 했던 기술의 선구자였다. 

다만 이 같은 아날로그 프로그래밍이 디지털 프로그래밍이 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퍼스널 컴퓨터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디지털 컴퓨터도 어느 한 순간 ‘뚝딱’ 나온 게 아니다. 이처럼 오랜 세월 아날로그식 프로그램 기법이 연구되어 오면서 숙성을 거쳐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는 것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한편 디지털 컴퓨터는 기상예보의 필요성에 힘입어 발전을 해왔다. 불과 100여 년 전인 1922년 영국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이 “미래의 언젠가는 날씨가 바뀌는 것보다 더 빠르게 계산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꿈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처럼, 디지털 컴퓨터의 발견은 그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미래였다.

하지만 늘 그렇듯, 기술은 상상을 초월하며 발전한다. 불과 15년 후, 24세의 천재 수학자인 앨런 튜링은 디지털 컴퓨팅 기계의 원리를 설명하는 논문을 발표하게 된다. 1932년에는 2차 세계대전에서 군사적인 목적으로 컴퓨팅 기술이 활용이 되었고, 1944년 8월 진공관을 이용한 디지털 컴퓨터를 이용하면 군사 작전의 계산 문제로 끙끙대고 있는 작업자들의 고충을 천 배 이상 쉽게 해결해주 수 있다는 제안서가 나오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최초의 진공관 컴퓨터 ‘애니악’이 1946년 2월 14일 발표된다. 군사 목적으로 창조된 애니악은 기상을 예측하는 데 활용이 되었고, 1950년 3월 5일 정오, 역사상 최초로 디지털 컴퓨터를 통해 날씨 예측이 시작된다. 그리고 세상은 바뀌었다. 역사상 어떤 발명보다도 더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디지털 컴퓨터는 모든 걸 바꿔놓았다. 

그 변화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코드’에서 비롯됐다. 코드는 진화의 발자취를 거쳐 계승되는 인류의 진보를 향한 욕망이자 발전의 매개체이다. 이제 우리는 디지털 컴퓨터를 ‘이용’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디지털 컴퓨터가 장래 인간의 일자리 대부분을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감에 사로잡혀 있다. ‘알파고’이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한 이후, 많은 사람이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오던 우려는 현실로 점점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인간은 또 하나의 ‘코드’를 인간 본연의 심연에서부터 길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 안도해야 한다. 

이 책 <코드 경제학>의 저자 필립 E. 워스월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인간은 소비자인 만큼 생산자이기도 하다. 즉 우리는 최저 소득 보장뿐만 아니라 최소 목적 보장을 추구해야 하며, 후자가 더 중요하다. 여기에서 ‘목적’이란 일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기회를 의미한다. (…) 보편적인 행복으로 가는 가장 가능성 있는 길은 인간화된 일이다. 이 길은 독특하고 사적이며, 인간적인 가치 창출에 대한 모든 것을 포함한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인간적이어야 컴퓨터의 부품으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조언이다. 여기에서  인간적이라는 것은 코드를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일에서 의미를 찾으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을 말한다.

인류가 발전해온 ‘코드’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면 이는 억지가 아니다. 인간의 욕망과 필요에 의해서 ‘코드’는 창작되고 발견됐으며, 편집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디지털 컴퓨터라는 가장 강력한 우군인 동시에 가장 강력한 적을 창조해냈다. 그렇다고, 우리의 ‘코드’가 파괴됐는가? 아니다. 진보의 코드는 선사시대에 우리 조상들이 흑요석 창을 깎아 만들던 때부터 이미 존재하던 고유의 기제이다. 이 진보의 DNA와 인간다움을 추구할 때, 비로소 한 명의 인간이 인간으로서 인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을 지그시 곱씹어볼 만하다.

책은 인류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생각해낸 코드의 발전과 함께 인간 대 기계의 논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인류의 역사를 '코드'라는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통찰이 빛나는 책.
                                                                
필립 E. 워스월드 지음 / 동아엠앤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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