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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나의 아로니아 공화국
[신간] 나의 아로니아 공화국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7.27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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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미국의 잠수한 한 대가 한국‧중국‧일본이 둘러싸고 있는 동중국해에 위치한 수중 암초에 접근한다. 이 수중 암초 위에는 인공구조물로 국토를 이룬 ‘아로니아 공화국’이라는 영세중립국이 위치하고 있다.

미국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예민한 곳에 스스로 나라를 만든, ‘아로니아’ 타도를 외치며 잠수함을 보냈는데, 공격도 하기 전에 가라앉고 만다. ‘아로니아’가 선제 방어 공격을 했기 때문이다. 공격에 쓰인 무기는 잠수함을 무력화 시키는 ‘그레이트버블’. 고체나트륨과 마그네슘분말로 만들어져 나트륨과 마그네슘이 고체 상태에서 물과 격렬하게 반응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성질을 활용해 만든 무기이다. 이 무기로 잠수함의 함장과 승조원 145명은 전원이 고막이 터져 청력을 상실했고, 129명의 중상자를 남겼고 미국은 망신을 당하게 된다.

 

언제 있었던 일이냐고? 소설 속 이야기이다. 조선이 싫어서 홍길동이 율도국을 세웠듯이, 검사출신이자 법복을 벗은 후엔 전업주부였던 김강현은 동중국해에 솟아 있는 암초 위에 새로운 국가 ‘아로니아 공화국’을 세운다. ‘누구나 행복한 나라’를 표방하는 신 율도국 정도라고 하면 좋겠다.   

실제로 아로니아 공화국은 현대판 율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아로니아 시민은 라이프워치를 통해서 세계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하며, 이 위치기반 시스템을 통해 긴급상황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빅브라더’의 폐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철저하게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용도로 보장이 된다. 

그뿐인가. 아로니아의 모든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관리한다. 토지의 매매와 양도, 증여와 상속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18세 이상의 모든 시민들에게 토지이용권을 10년 단위로 임대하고 있다. 토지이용권은 임대기간 동안 적정한 목적으로 사용됐는지 국가가 확인하고 목적에 합당하게 사용된 점이 확인되면 10년 단위로 다시 임대한다. 조물주 위의 건물주가 존재할 수가 없다.

또한 자국 내 모든 기업은 지극히 당연한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피터 드러커가 살아 있었다면 화를 낼 거 같은 대목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단순 노동을 대신하기 때문에 기업은 노동을 할 수 없는 인간에게 자신의 수익을 배분한다. 

교육제도도 있다. 아로니아의 교육제도는 유아원, 유치원, 초등학교, 시민학교, 평생학교의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서는 ‘재밌게 노는 방법’을 가르친다. 재밌고 신나게 많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놀 수 있는 기술과 학문이 그것이다. 유아원, 유치원, 초등학교 12학년까지 의무교육이고, 대학교, 대학원 등에 해당하는 시민학교와 평생학교는 개인이 선택한다. 외국 유학과 개인의 취미나 특기를 위한 교육을 포함해 모든 교육을 국가가 전담한다. 

이런 나라라면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불쑥 불쑥 올라온다. 소설 속에서라도 말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끝은 결국 인간을 위하는 국가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는 냉철한 교훈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재밌고 신나는 국가든, 강하고 새로운 국가든, 국가는 스스로 존재하고자 국가구성원에게 의무를 강제하고 책임을 부여하고 희생을 요구한다. 만약 국가구성원의 의무와 책임과 희생이 없다면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국가는 인간이 없으면 살 수 없지만 인간은 국가가 없이도 산다. 인간은 살았고, 또 살아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철학을 던지면서, 조심스럽게 “앞으로는 국가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413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이지만 시종일관 유머스럽게 흘러가는 스토리가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자유분방한 문체, 속도감 있는 문장, 만화를 보는 듯한 기발한 상상력 역시 도드라진다.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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