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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내게 무해한 사람
[신간] 내게 무해한 사람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8.08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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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내게 무해한 사람

[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여성의 시선으로 쓰인 소설집. 작가는 감성의 끝자락에서 삶을 노래한다.

사랑이나 우정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감정들. 절제된 듯하면서도 순간 북받쳐오르는 공감대가 매력적이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조금 파격적인 소재들이 녹아있다. <그 여름>의 경우에는 학창시절부터 이어온 레즈비언에 대한 애잔한 사랑의 편린이, <601, 602>에서는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딸과 아들을 낳지 못해 눈치를 봐야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최은영의 글은 항상 술술 읽히는 게 특징이다. 과하지 않은 서사의 진행은, 골똘히 생각해야 할 요소를 남기지 않는다. 그 자체가 우리네 인생이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마주한 삶들, 그리고 우리가 건너야 했던 지난날의 회상들을 꺼내 놓고 보자면, 굳이 이 소설을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84년생, 여자로 태어나 겪어야 했던 모든 인생의 흔적이 아롯이 새겨져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들은 익숙하지만, 또한 미숙하다. 그 미숙함을 잉태하는 동시에 또 한 번 성장을 향해 달려간다. 최은영의 소설은 결코 가라앉지 않는다. 상처받고 겁 먹지만 동시에 다시 성장한다. 그러면서 다짐한다. 기필코 과거와 결별하겠노라고.

“사람이란 신기하지. 서로를 쓰다듬을 수 있는 손과 키스할 수 있는 입술이 있는데도, 그 손으로 상대를 때리고 그 입술로 가슴을 무너뜨리는 말을 주고 받아. 난 인간이라면 모든 걸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는 어른이 되지 않을 거야.” (p179)

소설집의 제목이 ‘무해하다’로 끝나는 것은 실제로 작가의 글이 무해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글이나, 누군가를 혐오하는 글을 작가는 지양한다. 단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레즈비언도 그저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일 뿐이고,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성도 그저 맏딸에게는 소중한 엄마일 뿐이다. 그 실존적 의미를 그대로 새길 때는 절대적으로 무해하다. 그러나 그 의미를 해석하고, 자신의 색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 그때부터는 자신의 마음속에서부터 유해함이 느껴질 것이다.

누구나 나쁜 사람이 되기는 쉽다.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것을 인과응보라고 생각하는 우리 모습이 그 판박이다. 그러나, 무해한 어른이 되기는 실상 정말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는 작가의 노력을 더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체온 같은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생각은 차츰 무해해진다. 그 해롭지 않음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한층 더 다른 사람의 따스한 시선을 느낄 것이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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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범석 기자

문화 분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