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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국사
[신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국사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8.13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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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미국에 ‘들소 고기’가 유행처럼 번졌던 때가 있다. 뭐 소고기의 먼 친척쯤 되니 먹었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들소 고기’가 미국의 눈부신 발전을 이끈 철도 산업과 매우 큰 관계가 있다는 점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1866년에 윌리엄 F. 코디는 캔자스퍼시픽 철도회사 노동자들에게 들소 고기를 공급하는 계약에 서명했다. 사실 코디는 정육업자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는 현장에서 도축해서 해체작업을 하고 수송을 통해 신선한 고기를 최대한 빠르게 보내는 게 관건인데, 코디는 아예 신선한 고기를 철도 없이 소비자들에게 대령했다.  

그의 계획은 식량을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이었는데, 캔자스 평원은 살아 있는 고기들이 드넓은 평야를 한없이 뛰어다녔고, 실제로 지평선까지 온통 들소 천지였다. 현재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코디에 대해서 알려진 게 거의 없긴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현장’에서 작업한 고기는 철도 노동자에게 공급이 되었고, 그들은 그 고기를 먹고 에너지를 얻어 미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에 철도를 놓을 수 있었다.

 

이는 미국의 호황을 대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들소는 인간의 탐욕 때문에 빠르게 그 개체수가 줄어갔지만, 미국의 자본가들은 최호황기를 맞은 철도건설 덕에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의 시작은 미국 내 남북전쟁 때문이었다. 의회가 대륙횡단 철도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애초에 정부의 주도로 이뤄질 수 있는 사업이 아닌지라, 사업권은 전부 다 사기업에 넘어갔다. 철도회사는 각종 로비를 통해 의회에 끈을 댔고, 돈을 벌었다. 

남북전쟁을 통해 배를 불린 건 철도회사뿐만이 아니다. 석유분야의 존 D. 록펠러, 철강분야의 엔드류 카네기, 금융분야의 J.P.모건 등은 남북전쟁 당시 모두 20대였으며, 역사상 가장 큰 부자들이 되었다.

산업은 어느 때보다 덩치가 커졌고 1870년대와 1880년대에는 경제 괴물이 탄생한다. 이른바 ‘트러스트’였다. 트러스트는 알다시피 독점을 일컫는데, 당시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을 짓이기다시피 가루로 만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집어 삼켰으며, 결국에는 그 분야에선 오로지 한 회사(독점)만 남게 되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뒷배경에 든든한 의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 경쟁사라도 나타나 위협을 하게 되면 로비자금을 잔뜩 먹은 의회가 고율의 관세를 매겨 트러스트를 보호했다. 현재 미국의 누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의회와 독점기업의 횡포가 극에 달하자, 이를 뒤집은 것은 바로 농민들이었다. 의회가 1890년에 형식적인 ‘셔먼 반트러스트법’을 통과시키자 농민들이 들고 일어 섰고 이때 외친 구호는 “옥수수를 덜 기르고 지옥을 보여주자”였다.

농민들은 반은행, 반기업을 외치는 인민당을 결성했고, ‘모든 독점 기업을 국유화하거나 규제할 것’, ‘대출 문턱을 낮출 것’, ‘소득세를 부과할 것’을 요구했으며, 1982년 대통령 선거에선 인민당 후보가 6개 주에서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흔히들 미국사가 짧다고 하지만, 그 짧은 기간 안에 인종과 계층 간 반목과 화합, 독점기업의 횡포는 물론, 수많은 안보 이슈가 총망라 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수많은 사건 때문에 혼동의 세월을 건너가고 있는 우리는 미국사를 충분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국사>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하버드대 출신 천재 만화가인 래리 고닉이 지은 책으로, 저자 특유의 재치와 위트가 묻어나는 유머를 통해 어렵지 않게 미국사를 설명한다. 20여 년 전에 나온 이 책은 현재도 아마존서점의 스테디셀러이며 한국어판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래리 고닉 지음 / 궁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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