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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문재인의 말하기
[신간] 문재인의 말하기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8.17 0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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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고(故) 오창기 님은 4‧3 당시 군경에게 총상을 입었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해병대 3기’로 자원입대해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습니다. 아내와 부모, 장모와 처제를 모두 잃었던 고(故) 김태생 님은 애국의 혈서를 쓰고 군대에 지원했습니다. 4‧3에서 ‘빨갱이’로 몰렸던 청년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조국을 지켰습니다. 이념은 단지 학살을 정당화하는 명분에 불과했습니다. 제주도민들은 화해와 용서로 이념이 만든 비극을 이겨냈습니다.”

“‘피난민을 구출하라’는 알몬드 장군의 명령을 받은 고(故) 라루 선장은 단 한 명의 피난민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무기와 짐을 바다에 버렸습니다. 무려 만 사천 명을 태우고 기뢰로 가득한 ‘죽음의 바다’를 건넌 자유와 인권의 항해는 단 한 명의 사망자 없이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1950년 12월 23일 흥남부두를 떠나 12월 25일 남쪽 바다 거제도에 도착할 때까지 배 안에서 다섯 명의 아기가 태어나기도 했습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 인류 역사상 최대의 인도주의 작전이었습니다. 2년 후, 저는 빅토리 호가 내려준 거제도에서 태어났습니다. 장진호의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다. 문 대통령의 연설에는 ‘디테일’이 살아 숨쉰다. 그의 말하기에서는 한 명 한 명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영웅이다. 문 대통령은 피난민이었던 부모님의 이야기, 그런 부모님을 구해준 미군의 이야기, 그로 인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던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장진호 전투에 얽힌 역사적 사실을 풀어나간다. 겪어 본 당사자와 그 부모의 생생한 전언이 들어가 있기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이 최고의 말하기의 표본이다. 사실 위 말하기를 보면 누군가의 연설이 생각난다.

“나의 친구인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립니다. 고난과 좌절의 순간에도, 나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이 꿈은 아메리칸 드림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자명한 진실로 받아들이고, 그 진정한 의미를 신조로 살아가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언젠가는 조지아의 붉은 언덕 위에 예전에 노예였던 부모의 자식과 그 노예의 주인이었던 부모의 자식들이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 둘러앉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마틴 루터 킹)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가? 개인적인 이야기와 보편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속의 주인공들은 이미 다 우리 머릿속에 들어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만큼 와닿는다는 이야기이다.

‘리더란 어떤 언어를 구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조직을 한 번이라도 맡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고민해봤던 부분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의 말하기는 아주 큰 힌트를 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변호사이지만 말을 잘 못한다. 어눌한 어조와 새나가는 발음 때문에 오히려 말하기에서 점수를 깎아 먹을 수 있는 핸디캡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어떠한 리더보다도 세련되고, 겸손하며, 진실하면서 마음에 꽂히는 말솜씨를 갖고 있다. 

이 책은 말하는 기법을 소개하지 않는다. 말솜씨와는 거리가 멀다. 문 대통령 그 자신이 달변가가 아닌 까닭이다. 그 대신, 어떻게 말해야 진심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어렵지 않은 방법들만 실천해도,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는 걸 금방 느낄 것이다. 진심과 디테일, 공감은 어떤 달변보다도 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말하는 데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말하기에 주목할 필요가 분명 있다. 

김범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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