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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스토리텔링 연습
[신간] 스토리텔링 연습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8.20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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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1. 아침이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2. 양치를 하고 시계를 본다. 늦었다. 버스를 타려고 달려간다.

3. 교복 단추를 잘못 끼웠지만, 신경쓰지 않고 “밥 먹고 가”라는 엄마 말을 무시하고 승강기 버튼을 누른다.

4. 집은 15층, 승강기가 너무 느리다. 누군가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튼튼한 다리를 믿고 1층까지 달려 내려간다.

5. 땀이 나지만, 일단 늦어서 혼나는 것보다는 낫다. 10분 정도 뛰어서 버스 정류장에 도착을 했고, 가까스로 버스에 탄다. 운이 좋다. 평소에 좋아하던 여학생이 옆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혹여 땀냄새가 나서 날 싫어할까 신경이 쓰인다.

 

6. 여학생이 먼저 내린다. 나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두 정거장 뒤 교문으로 달려간다. 1분 남겨두고 가까스로 도착. 지각을 면했다!

이 같은 구조의 스토리텔링을 시선만 바꿔서 글을 쓴다고 생각해보자. 먼저 위 이야기는 남학생의 1인칭 시점이다. 그러나 이를 지나가는 참새 시점으로 쓸 수도 있고, 옆자리에 앉았던 여학생 시선으로 쓸 수도 있고, 또는 과거를 회상하는 플롯으로 새롭게 구성할 수도 있다. 그런가하면 아예 시간을 거꾸로 돌려 6번에서 1번으로 되돌아가는 순으로 이야기를 구성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만화라면 만화체에 따라서 ‘생활형 웹툰’을 또는, 아무 대사가 없는 감각적인 구성으로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가? 이 책이 그렇다. 

<스토리텔링 연습>은 하나의 사건을 99개의 다양한 이야기로 들려주는 한 페이지짜리 만화 시리즈로 구성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가 99개로 변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나아가 세상은 정답이 없다는 교훈도 덤으로 얻는다.

예컨대 위의 남학생 버전을 바꾼 이런 버전은 어떨까?

“나는 여학생으로 위장하고 있는 AK-10번 행성의 탐정이다. 의뢰를 받고 10년 째 한 명의 외계인을 쫓고 있다. 물론 나도 외계인이지만…. 내가 쫓고 있는 녀석의 특징은 15층 계단을 30초 안에 뛰어 내리는 평균 인간 이상의 스테미너를 갖고 있다. 오늘은 시험 삼아 후보군 중 한 명이 승강기를 타지 못하게 1층부터 잡고 있었다. 뛰어서 내려올 것이라는 예상은 정확했다. 지능이 높은 생명체는 아닌듯 하다. 육체파인듯. 37초. 아쉽긴 하지만, 아직 판단하긴 이르다. 조신한 여학생인 척 다시 변신을 하고 녀석과 함께 버스를 탔다. 보통 외계인들은 복식 체계가 엉망인 놈들이 많다. 아무래도 외계인이 입기에 인간의 옷은 너무 단추가 많다. 인간으로 위장하다가 아침마다 단추의 개수를 세다가 스트레스로 머리가 폭죽 터지듯이 터져 소멸한 베타 성인의 이야기도 얼마 전 들었던 거 같다. 단추가 잘못 채워진 게 아무래도 수상하다. 그런데, 이 녀석 그런데 눈치를 챈 건가?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이상하다. 특히 내가 슬쩍 쳐다 볼 때마다 얼굴이 빨개지는 게... 혹시 다른 외계인 동료에게 신호를 보내는 건가? 아무래도 너무 수상하다. 본부에 보고를 해야겠다.”

이런 식이다. 상상의 나래를 활짝 열어주는 양서. 생각의 폭이 좁아졌다고 느낀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매트 매든 지음 / 클라우드 나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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