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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신간]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08.28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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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서유미의 소설집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는 우리 일상과 맞닿은 지극히 현실적인 서사로 이뤄져 있다. 등장인물의 면면이 오롯이 현실을 머금어서 그래서 더 슬프다. 취업준비생 자매의 생활고와 청년의 어려움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는 <에트르>와 가출 청소년의 성장담을 그리는 <개의 나날>, 부부관계의 위기를 담은 <휴가> 등 다양한 계층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시민의 위기와 불안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집의 주인공은 서민이다. 결혼과 출산, 양육, 실업, 노후 등 대한민국이 직면해 있는 모든 민낯을 도려내면서도, 차가운 시선보다는 따스한 손길로 쓰다듬는다. 달라지는 게 없는 내일이지만, 그 속에서라도 어떻게든 희망의 조각을 찾으려는 인물들의 발버둥이 잔잔히 들려오는데, 그들은 부러진 사다리를 기워서 다시 올라갈 만큼 독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사다리를 오르려다가 넘어져 지친 사람들도 아니다. 애초에 올라갈 생각이 없고, 평온하면서도 무던한 삶을 원하는 소시민들이지만, 세상 앞에 그들은 이용가치가 있는 도구일 뿐이다. 

 

“집에 대한 고민은 새해맞이 케이크로 어떤 걸 고를까,처럼 간단하거나 달콤하지 않았다. 그대로 살겠다는 건 돈을 더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고 이사를 가겠다는 건 서울 밖으로 밀려나거나 큰 방 하나에 거실 겸 부엌이 딸린, 두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걸 의미했다. 휴식시간이 줄어들거나 휴식의 공간이 좁아지는 것,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견디지 쉬울지 선택하기 어려웠다.” (p20) 

케이크를 어떤 것을 고를지를 결정하는 달콤한 선택은, 곧 집에 대한 선택으로 치환이 된다.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게 아니라, 오른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조금 더 작은 집을 선택해야 하는, 그리고 그 작은 집에서 더 이상 줄일 게 없는데, 도대체 무엇을 더 줄여야 할지 알지 못하는 선택의 고통을 자매는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

하루 종일 빵집에서 일하고 나서 누리는 작은 행복은 다 팔고 남은 빵을 살 때뿐인 자매들에게 ‘노오력’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줄일 게 더 없는데도, 여전히 뭔가를 줄이기를 강요하는 사회.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감정의 폭과 삶에 대한 이해마저 줄여야 하는 건 아닐까.

작가는 경쾌한 필체로 평범한 인간 군상을 따뜻하게 보듬고, 시대의 질병을 예민하게 포착해온 작가는 변함없는 모습으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위기와 불안의 단면을 일상의 차원에서 세밀하게 해부한다.

서유미 지음 / 창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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