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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고급 문장 수업
[신간] 고급 문장 수업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10.01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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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국어는 사실 매우 정교한 언어이다. 비집고 들어가면 맞춤법이나 문장법에서 한두 개 틀리지 않는 사람은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인데, 아래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 그가 누구인지 알기나 해?
㉡ 그가 누구인 줄 알기나 해?

양자의 차이가 있을까? 이 두 문장이 뭐가 다른지 안다면 대단한 문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을 하루 종일 작성하는 기자들조차 위 두 문장이 뭐가 다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양자는 쓰임이 다르다. 예를 든다. A, B 두 사람이 길을 가는데 어떤 사람이 그들을 보고 인사를 한다. A도 꾸벅 인사를 한다. 이때 B는 A에게 ㉠ 또는 ㉡ 두 형태로 물을 수 있는데,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있다. ㉠은 ‘그가 누구인지 알기는 하고 인사를 하는 거야?’라는 뜻이고 여기에는 ‘누구인지 모를 수도 있다’는 추측이 담겨져 있다. ㉡은 ‘그는 아무개인데, 너는 그걸 알기는 해?’라는 뜻이다. 즉 자기는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전제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답변도 다르다. 누구인지 모를 경우에 ㉠은 ‘(누구인지) 몰라’가 되는 반면 ㉡은 ‘몰라. 그가 누구인데?’가 된다.

차이를 정리하자면 ‘~지 모른다’는 추측을 나타낸다. ‘어떤 사실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혹시 그렇게 정해지지 않을까’ 하고 추측하는 게 여기에 해당된다. ‘~줄 모른다’는 인지를 나타내는데, ‘어떤 사실이 이미 정해져 있는데 당시에는 그 사실을 모른다’는 뜻이다.

아래 예제를 보면 이해가 쉽다.

㉠ 그가 떠날지 몰라.
㉡ 그가 떠날 줄 몰라.

이 경우에는 아직 그가 떠날지 안 떠날지 정해져 있진 않다. 예정되지 않은 미래에 대해 추측을 하는 상황이므로 ㉠이 맞다. 

㉠ 그가 그처럼 훌쩍 떠날지 몰랐다.
㉡ 그가 그처럼 훌쩍 떠날 줄 몰랐다.

이미 그가 떠나고 난 후이므로, 정해져 버린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내용이 된다. 따라서 ㉡이 맞다.

한편 우리말에 사족을 다는 사람도 참 많다.

㉠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우리 지역으로 외국인이 들어오면 어떤 점이 좋을까.

글을 쓰다 보면 계륵이 생기는데, 그걸 버리지 못하고 어디엔가 쑤셔 넣으면 사족이 된다. 제시문의 ‘외국인이’가 그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들어오는 사람’은 외국인이라는 전제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문장은 아래처럼 쓰는 게 좋다.

㉡ 세계의 여러 나라 사람들이 우리 지역으로 들어오면 어떤 점이 좋을까.
 
이 책은 30년간 신문사에서 교열 작업에만 매달려 온 베테랑 교열 전문가의 ‘글다듬기 비법’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평소 업무 중에 발견한 비문, 악문 등을 177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그리고 그 문장이 어색한 이유를 다양한 근거를 통해 제시한 뒤 읽기 편하고 의미도 잘 통하는 문장으로 바꾸는 방법을 안내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177개 핵심코드를 익히면 언론인은 물론, 정확하고 세련된 문장을 구사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병갑 지음 / 학민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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