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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둑놈! 도둑님!
[기자수첩] 도둑놈! 도둑님!
  • 윤종철 기자
  • 승인 2018.10.05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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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유독 ‘도둑’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들은 단순히 물건을 훔치기 보다는 대부분 그 시대 민초들의 억울함을 대변하거나 사회적 부조리에 맞서 싸우며 일명 ‘의적’으로도 불리웠다.

이중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도둑이 바로 ‘홍길동’이다.

홍길동은 도둑이지만 당시 계급 사회의 서얼 차별의 불합리에 항거한 소위 ‘도둑님’으로 그려지고 있다.

비록 소설이지만 당시 민간에는 실존 인물로 전해져 전라도 영광에는 홍길동 마을이 탄생하기도 했으며 공주 유구에는 홍길동이 쌓았다는 산성에 대한 전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반면에 허균도 그의 작품 홍길동과 같이 나라를 훔치려는 대도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도 서얼 차별을 없애고 붕당을 혁파해야 한다는 이상을 갖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역모를 꿈꾸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한성을 장악하기 위한 거사를 실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부하 현응민이 이이첨에게 붙잡히게 되면서 모반계획이 틀통나고 만다. 결국 허균도 붙잡혀 역모혐의로 능지처참을 당했다. 20년 가까이 준비해온 그의 꿈은 이렇게 막을 내리며 50세의 일기로 생애를 마감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허균의 경우는 홍길동과 같이 ‘도둑님’으로 백성들로부터 칭송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시 사람들은 허균을 ‘도둑놈’이라고 손가락질 했다.

같은 이상을 갖고 같은 행동을 했지만 한 쪽은 칭송을 받고 한쪽은 손가락질을 당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백성들의 신뢰다. 사실 당시 허균은 영리하고 문장과 식견에는 뛰어났지만 인격은 경박하고 행실이 나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의 생애 5번에 걸친 파직 이유와 평소 백성들을 향한 독선적인 모습이 대게 그런 부정적인 견해에 한 몫을 했다.

결국 백성들은 그의 이상과는 상관없이 본인의 영리나 권력을 탐한 협잡꾼 정도로 평가를 내린 것이다.

최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비공개 재정정보 취득을 놓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보를 훔친 것이냐 취득한 것이냐가 쟁점이다.

더구나 그는 훔친(취득한) 정보를 다시 국민들에게 연일 폭로하면서 도둑놈인지 도둑님인지에 대한 설전도 이어지고 있다.

아직 도둑놈인지 도둑님인지는 결론지을 순 없다. 다만 이번 사태도 결국 국민의 신뢰가 어느 쪽에 있느냐가 이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나온다. 그러나 작금의 행태는 행동은 없고 말 뿐이다. 훔친(취득한) 정보에 대해 검증하거나 확인하려 하지도 않는다.

마치 기근에 대비해 곡식을 모아둔 창고를 가리키며 백성은 굶주리고 있는데 나라님들은 배불리 먹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에 철저히 확인하고 검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흠집내기 만을 위한 폭로는 안된다. 문제가 있으면 명확히 밝혀야 하지만 문제가 없다면 사죄하고 돌려줄 수 있는 대범함이 필요해 보인다.

이것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길이며 ‘도둑님’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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