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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삼겹살 애가
[신간] 삼겹살 애가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10.11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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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돼지 삼겹살에 얽힌 이야기./ 21세기 애가라.”

돼지 삼겹살에 무슨 슬픈 사연이 있을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시의 시작이다.

대한민국 저녁 식당가 가운데 고깃집에 사람이 많이 몰린다. 주메뉴는 삼겹살.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을 바라보며 한 잔씩 건네는 소주에 그날의 수고를 씻어내고 마음을 다잡아 다음날을 기약한다. 이것이 삼겹살 애가의 내용인 줄 알았다.

이만주 시인의 시 ‘삼겹살 애가’는 인권이 떠오를 만한 작품이다. 돼지우리에서 똥통을 치우다 똥통에 빠져 죽은 네팔 청년 이야기는 외국인 근로자의 현실을 반영한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대한민국을 찾은 네팔 청년의 허무한 죽음, 이를 감성적인 것을 빼고 담담한 어조로 노래하는 ‘삼겹살 애가’다.
 

 

시집 <삼겹살 애가>의 초반 작품들은 주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한다. 단연 최고의 기술로 우주를 탐사하지만 막차가 끊기는 밤에 지하철역 계단에서 야윈 여인이 아직도 수북이 쌓인 빵을 애처롭게 파는 인도의 양면을 담담하게 노래한다.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넓힐 수 있는 시’들이 수록됐다. 시집 한 권을 묵묵히 읽다 보면 발전되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생명의 본질을 고민하게 된다. 무겁지는 않지만 작품마다 메시지가 명확해 시를 접하는 초보자도 수월하게 읽고 감상할 수 있다.

충북대 국만학과 교수를 역임한 임보 시인은 이만주 시인과 작품을 가리켜 “이 시인의 시적 특성은 이지적이다”며 “시는 원래 서정적이어서 잘못하면 감상에 젖기 쉬운데 이(이만주) 시인은 그러한 폐단을 일찍 간파한 것 같다. 사회의 부조리나 인간의 만행에 대해 고발하고 비판하지만 딱딱하지 않고 즐겁게 읽히는 것은 그 비판이 풍자와 해학으로 승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한다.

시집은 사회 부조리에 관한 작품에만 그치지 않는다. ‘딱따구리’처럼 자연을 빗대어 문명이라는 명목하에 벌어지는 인간의 탐욕을 노래하고 ‘박희진 시인’처럼 시인들을 소개하는 작품도 있다. ‘목어1’, ‘목어2’와 같은 작품은 세속을 떠나 정신적 이상향을 노래하기도 한다. 또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양한 소재와 관점으로 노래하는 이만주 시인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써내려갔다.

이만주 시인은 60대 중반을 넘어 첫 시집 <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을 펴냈다. 시가 가지는 기존의 언어유희적인 특징이 아닌, 재미있는 시를 쓰고 싶어 작시를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시 활동을 하기 전에 산문, 수필 등을 써왔던 작가다.

이 시인은 “다른 글을 쓸 때도 늘 ‘글이 유익한가, 무언가 독자에게 지식을 제공하는가’, ‘글에 휴매니티가 있는가, 즉 울림이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재미라도 있는가’를 염두에 둔다”며 “독자가 글을 읽을 땐 아까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기에 최소한 재미라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본격적인 서사시는 아니지만 나름으로 짧은 시 편편에 스토리텔링을 집어넣어 재미있게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국내외 방방곡곡을 다녔다. 다녀온 국가만 70여 개국이다. 지적 호기심이 강한 그는 ‘아랍·이스라엘 갈등’과 ‘한류경영’을 전공하고 국학과 민속학에 깊은 관심을 두어 꾸준히 연구하고 공부한다. 다양한 경험과 배움이 작품에 집약되어 나타난다. 

그의 글 욕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삶의 본질을 끊임없이 파고들며 세월에서 묻어나오는 그의 글을 찾는 독자가 많아진다면 독자와 더불어 사회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다. 

생각하고 글로 행동하는 이만주 시인의 시집 <삼겹살 애가>를 찬찬히 읽어보는 것은 어떠할까.

이만주 지음/ 다미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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