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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발견의 시대 
[신간] 발견의 시대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10.12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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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어린 조카를 대신해서 밀라노 공국을 다스린 스포르차는 1494년에 공작 자리에 오른 뒤 나폴리왕 알폰소 2세와 분쟁을 벌이게 된다. 알폰소 2세는 밀라노 공국의 주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스포르차에게도 동맹국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프랑스 군주 샤를 8세였다.

샤를 8세는 유럽 전역에서 용병 8000명을 포함해 약 3만 명에 달하는 군대를 소집해 이탈리아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이어 밀라노 공국을 통과해 나머지 이탈리아 반도로 진격했고 급기야 1495년 2월에는 나폴리 공국까지 정복해버린다. 

당대 사람들은 이렇게 정복이 완성됐다고 판단했지만, 그건 오판이었다. 프랑스군의 잔인함과 압도적인 군사력은 빠른 승리를 거머쥐게 했으나 동시에 나머지 이탈리아 국가들 전체가 프랑스 침공에 맞서 대항하는 동맹을 맺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외부의 적을 막기 위해 내부의 군소국들이 뭉치게 된 것이다.

 

이탈리아의 운명을 결정한 1495년 7월 6일. 이탈리아 동맹으로 결성된 신성동맹군은 비에 젖은 들판에서 프르노보 전투를 프랑스군에 맞서 치르게 된다. 신성동맹군은 수적으로 우세한 상태였고, 샤를 8세는 진형이 적군보다는 유리했다. 전투는 싱겁게 끝났다. 2시간만에 끝난 전투에서 프랑스군은 군사 1000명을 잃었고, 신성동맹군은 군사 2000명을 잃었다. 누가 승자라고 할 것도, 패자라고 할 것도 없는 전투였다. 그 뒤 전투는 일어나지 않았고, 샤를 8세는 본국으로 돌아갔다. 

프랑스군은 물러났지만 그들이 가져간 것이 있었으니, 전염병이었다. 당대에 처음 보는 질병이어서 속수무책이었다. 전염병에 걸리면 피를 토하고 3일 만에 죽는 것이 당시의 전염병의 형태였는데, 이 전염병에 걸리면 점점 사람이 쇠약해지면서 길게는 수년 동안 살이 문드러지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질병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됐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스위스까지 퍼졌고 이듬해에는 네덜란드와 그리스, 이후에는 영국과 스코틀랜드까지 퍼졌다. 더 확산된 이후에는 전세계에서 전염병이 되었는데, 훗날 이 병은 ‘매독’으로 불리게 된다. 지금이야 흔한 병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걸리면 죽는 병이었다는 점이 다르다.

여기서 우리가 발견할 통찰은 특정한 종류의 위험이다. 교통사고나 강도 사건 같은 일상적인 위험에 대해서는 모두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으며, 그런 까닭에 인지가 가능하다. 오히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위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관찰할 수 없는 외부의 세계에서 다가오는 위험들 말이다. 

여기서 ‘복잡성’이 가져다준 부정적인 영향을 길어낼 수 있는데, 이 복잡성은 매독이 첫 번째 르네상스 시대를 강타한 과정과 파급력이 강했던 이유를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당시 세계에선 유라시아 대륙에서 새로운 질병이 흘러들었고 해당 병원균에 대한 면역이 없던 원주민은 고스란히 질병에 노출돼 죽어갔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전염병이 확산된 이유는 새로운 바닷길을 따라 이동하는 상품과 사람과 가축의 다양성 및 규모가 전례 없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편 현대판 복잡성은 ‘제 2의 매독’을 생산해 내고 있다. 조류독감, 에볼라, 사스 등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치명적인 질병들은 이러한 복잡성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책 <발견의 시대> 저자들은 복잡성에 대해 이렇게 진단한다. 세계의 복잡성을 읽어내라는 주문이기도하다.

“우리는 이러한 압박을 피할 수 없다. 우리가 태어난, 급속도로 발전하는 얽히고설킨 세상의 또 다른 측면인 데다 우리 삶에, 우리가 서로 구축한 관계 속에 이미 깊숙이 침투해 있기 때문이다.” (p345)

그러나 대처방안은 있다. 

바로 내구성과 회복 탄력성이다. 내구성이란 각 부분을 강화해서 실패할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회복 탄력성이란 위험을 다각화해서 어느 한 부분이 실패하더라도 전체가 여전히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은행이 법정 지급준비금을 높이는 것이 ‘내구성’을 높이는 것이라면, 투기 자본 흐름을 제한하고 국가적 위기상황에 융통할 비상 자금을 다각화하는 것은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전력망과 항구 등 공공 인프라, 운송 시스템, 가난한 나라의 공중 보건 체계 강화, 빈곤층 교육 등 어느 분야에서건 적용할 수 있으며, 적용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언 골딘, 크리스 쿠타나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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