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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우리말은 능동태다
[신간] 우리말은 능동태다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10.25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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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A - “남다른 여유가 느껴지는 출근길”

B - “남다른 여유를 느끼는 출근길”

위 2가지 문장 중에 더 친숙한 문장은 무엇일까. 대부분은 A를 선택했을 것이다. 여유를 느끼는 출근길이라는 말은 들어보긴 했지만 어딘지 어색하기까지 하다.

2가지의 차이점이라면 A는 영어식 수동태라는 것이고 B는 능동태라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A와 같은 문장을 우리 겨레가 쓴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영어식 수동태가 우리 언어생활에 침투하면서부터이다. 사실, 언론에서부터 이런 글을 쓰기 때문에 수동태 문장이 딱히 이상하다는 인식은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아래 수동태의 문제를 다시 짚을 수 있는 문장이 또 있다.

“유로파리그 우승팀에게 주어지는(주는 / 부여하는) 챔스 진출권은 어디로?”

“박 선수에게 남겨진(남은) 과제는?”

괄호 밖의 표현보다는 괄호 안의 표현이 정확하다. 우리말의 경우에는 피동태가 필요한 경우에는 피동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타동사를 수동태로 만드는 기계적인 규칙이 필요 없는 언어이다. 반면에 피동사가 없는 영어의 경우에는 모든 타동사를 수동태로 만드는 규칙이 필요하다. 

왜 그럴까? 우리말은 ‘인내천(人乃天)’ 사상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이 곧 세상이며, 그래서 모든 문장의 주어는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으로 판단한다. 반면 수동태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서양의 사고는 세상의 반이 사람인 반면 또 다른 반은 사물이므로 사람과 사물은 그 수나 가치 면에서 동등하다는 입장에 서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최근 우리말이 언론 현장에서, 나아가 삶 속에서 무참히 부서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 책을 쓰고 널리 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전한다.

책의 제목은 <우리말은 능동태다>로, 수동태라는 괴물에 지배당하기 시작한 우리말의 현실에서 글이 비롯되었지만 내친김에 우리말의 본질을 훼손하는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 

저자는 말한다.

“‘명절에 버려지는 반려견’, 사람이 버리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왜 버린 사람은 빠지고 명절과 개만 남습니까? 이것이 우리말입니까? 말하는 사람들은 사라지고 대상만 남아 무책임한 논의를 주고받는 사회! 이것이 2018년 대한민국이요, 우리말의 현실입니다.”

김흥식 지음 / 그림씨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