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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T-지식IN] 음주운전 면허취소 구제 “행정심판을 없애자고요?”
[한강T-지식IN] 음주운전 면허취소 구제 “행정심판을 없애자고요?”
  • 송범석 행정사
  • 승인 2018.10.31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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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알다시피 필자는 운전면허 업무를 천직으로 여기고 수년간 음주운전자의 면허를 구제하는 일을 해왔다.

욕도 많이 먹었다. “당신 가족도 음주운전자에게 치여서 죽어봐야 일을 그만둘 거다”라는 댓글을 100번도 넘게 받은 거 같다. 그럼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전에도 말했듯, 어떤 극악한 피고인이라도 변호사 및 법조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명제이다.

모두다행정사 송범석 대표
모두다행정사 송범석 대표

물론 필자도 내 가족이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여서 비명횡사를 했다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멱살을 잡고 욕이라도 해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음주운전자가 자신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면허 구제 신청을 하는 것에 대해서까지 화살을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개인의 분노와 헌법상 권리는 다른 방향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일이 발생한 후에 대한 것이고, 예방적 수단으로써 다른 사람의 생명과 인생을 망치는 음주운전을 막고자 하는 노력은 반드시 기울여야 한다. 최근 해운대 음주운전 사건을 촉발로 처벌강화를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며, 이미 수년 전부터 논의가 돼 왔던 부분에 방아쇠를 당겼을 뿐이다.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형사처벌 강화와는 별도로 운전면허 구제 행정심판 제도를 없애자는 목소리에는 동의를 할 수가 없다. 이들의 주장은 행정소송이 있기 때문에 행정심판이, 굳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 힘이 실려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운전면허 구제 신청 현황에 대한 현실을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첫째, 행정심판의 효용성은 접근성과 편리성에 있다. 소송권은 헌법상 권리임에도 무분별한 남용을 막기 위해 법원은 일정한 장벽을 설치해놨다. 각종 소장 양식과 서류 제출 양식이 그것이며, 인지대 역시 이러한 의지의 발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직에 있는 비법조인이 아닌 이상 제소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들어가며, 절차의 어려움 때문에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고 쉽고 간편하게 국민의 권리구제를 실현하기 위해 만든 것이 행정심판 제도이며, 이런 취지에 입각해서 봤을 때 행정소송으로 대신하자는 견해는 그 제도 설립 취지 자체를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둘째, 운전면허 구제의 특수성에 기한다. 운전면허 발급과 취소는 행정처분의 영역이며 ‘자격’에 대한 것이므로 의사나 약사의 면허 발급 및 취소와 비슷한 효과가 있다. 그러나 전문 자격사의 면허와 달리 운전면허는 아주 특수한 영역이다. 현대사회에서 운전면허는 필수인 까닭이다. 이처럼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경제활동의 전제가 되기 때문에 그 취소와 구제를 관장하는 기관도 ‘집중’이 필요하다.

한 해 운전면허 구제 신청이 수만 건에 달하는 현실에서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역시도 신청 건수를 감당 못해 소위원회라는 특별한 규정을 두어 운전면허 사건 심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심판위원회를 없애고 행정소송 판사들에게 그 부담을 넘기는 것은 ‘법원 행정 마비’로 가는 길이다. 아예 그럴 거면 애초에 헌법상 권리를 파기하고 운전면허 구제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 그러나 이런 규정은 이것대로 위헌의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시도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행정심판 무용론’은 현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음주운전 형사처벌 강화와 음주운전 면허취소 구제는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한다. 같은 배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항상 같은 것은 아닌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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