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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신간] 사랑에 빠진 토끼
[아동 신간] 사랑에 빠진 토끼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11.12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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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이 동화책의 표지를 봤을 때는 ‘요 귀여운 토끼가 또 무슨 여행을 가서 즐거운 경험담을 들려줄까.’하는 기대감이 넘실거렸습니다. 네, 맞아요. 철든 척 해야 하는 어른의 삶을 살다보면 가끔은 귀여운 아기 토끼의 여행담이 듣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거 꽤 위험한(?) 동화책입니다.

‘말런 분도’라는 주인공 토끼. 알고 보니 저자 이름이 말런 분도였습니다. 여하튼, 이 토끼는 좀 특별하다고도 할 수 있는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말런의 할아버지는 미국 부통령이니, 말하자면 부통령의 집에서 사는 거죠. 바쁘고 잘나가는 할아버지들이 보통 그렇듯 말런과 별로 잘 놀아주진 못했던 모양입니다. 심심했던 말런은 혼자 뉴스를 보고, 혼자 아침 식사를 먹다가 우연히 인생의 반려자를 발견합니다. 크고 멋진 그 토끼의 이름은 웨슬리였습니다. 둘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이 사랑스러운 토끼 한 쌍이 결혼을 결정했을 때 벌레 친구들인 필과 데니스, 오소리 빵빵이, 거북이 부릉부릉이, 고슴도치 뾰족이는 모두 축하를 해줬답니다. 특히 오소리 빵빵이는 두 손을 번쩍 들고 환영하는 그림이 인상적이기까지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들려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

“너희는 결혼을 할 수 없다!” 

그 무시무시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구린내 킁킁이 벌레였는데, 이 지역의 두목이었습니다. 법도 자기 마음대로 만드는 무시무시한 권력자였습니다. 왜 이 작은 벌레가 왜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있게 되었는지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그렇다는 설정입니다. 구린내 킁킁이의 모습은요, 2:8 직각 가르마까지 아주 똑같습니다. 그 분말이죠, 그 분. 도널…. 

그런데 결혼을 할 수 없는 이유가 더 무시무시합니다. 이 동화책을 15페이지 가까이 넘기면서 한 번도 의심하지 못했던 진실. 말런과 웨슬리가 둘다 ‘수컷’이었다는 겁니다. 아아…. 큰일입니다. 동화책에 동성 결혼이라니! 그러나 사실은 반짝이는 교훈이 이 책에 숨겨져 있습니다.

“다른 건. 나쁜 거야!”라며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구린내 킁킁이에게 한마디씩 던지는 동물 친구들의 대답은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에게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교훈을 던집니다.

“나도 다른 걸. 나는 샌드위치를 가장자리부터 먹어.” (오소리)

“나도 달라. 나는 책을 읽을 때 끝에서부터 읽어. 처음부터 읽다가 너무 슬퍼지면 안 되잖아.” (고슴도치)

‘다른 건 나쁜 게 아니다’는 간명한 교훈이 아이들의 품안에 그리고 철이 들어가는 어른들의 가슴에 살포시 내려앉는 책입니다. 

<사랑에 빠진 토끼>는 성소수자의 권리와 새로운 가족 형태를 옹호하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평소 성소수자 권리를 인정하지 않던 마이크 펜스를 패러디한 그림책답게, 펜스 가족의 토끼인 말런 분도를 새로운 캐릭터로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소수자의 인권과, 배려, 다름에 대한 주제를 다루며 세계 여러 나라 독자들에게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합니다. 덕분에 이 그림책은 뉴욕타임스 어린이책 분야에 10주 이상 1위의 자리에 머물렀습니다. 

대범(?)하기로 소문난 제가 읽고 놀랐으니, 범상치 않은 동화책임은 틀림없습니다!

말런 분도, 질 트위스 (글), EG 켈러 (그림) / 비룡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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