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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카트 읽는 남자 
[신간] 카트 읽는 남자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11.14 0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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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현대 사회는 ‘결정 장애’의 완전판이기도 하다. 

대형 마트를 가보면 누구나 결정 장애에 빠진다. 대체 무엇을 사야 할지. 그게 그거 갖고 뭐가 다른지 구분을 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을뿐더러 의미가 없다. 너무 비교해야 할 대상이 많기 때문이다. 근대 시대까지만 해도 상품은 매우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고민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저 매번 샀던 걸 사거나, 매번 샀던 것보다 조금 더 좋아진 게 나왔다면 계속 그걸 구매하면 되었고, 지역을 벗어나 구매하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
 

 

마트 매장에 진열된 치즈만 해도 그렇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보이는 상품 중에 하나를 집어야 만 비로소 집에 돌아갈 수 있다. 현대인에게는 ‘다중 선택’을 해야 하는 무거운 의무가 주어진 것이다.

“사회는 변한다. 그것도 점점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가 태어난 이 땅의 경계는 점점 좁아져서 삶의 방향에서 갈수록 중요성을 잃어간다. 그리고 우리가 삶을 설계할 자유는 예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 (p192)

마트에서 치즈를 고르는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우리는 더 많은 교육, 더 많은 복지, 더 많은 기회, 더 많은 가능성, 더 많은 자기계발의 여지 및 더 많은 개인주의를 요구하는 수많은 목소리들 위에 놓여 있다. 일단 우리가 꿈꾸는 모든 선택지에 대한 가능성을 우리가 노력이라는 열매를 맺는다면 그 결과물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변화이긴 하다. 다만 문제가 있다. 가능성과 기회라는 아름다운 신세계는 꾸준히 늘어나는 과도한 부담과 불안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질문은 겹겹이 쌓이고 결정에 또 결정을 내려야 한다. 휴대 전화를 하나 사려고 해도, 그토록 많은 시간을 적당한 제품을 고르는 데 소모해야 한다. 다행히 휴대 전화는 잘못 사도 2년 정도가 흐르면 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지만, 다른 일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을 두려워하게 됐으며, 잘못된 결정인지 몰라 늘 불안해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결과는 참담하다.

“우리는 독자적인 결정을 여러 번 내릴 필요가 없도록 너무도 경솔하게 의미를 찾고 이해받고 자신을 재발견한다고 생각하는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시민 중산층이 점점 무너지고, 사람들이 유독 경계가 훨씬 좁은 생활 세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p197)

대안은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어떤 해결척이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제공하는 독일의 젊은 사회학자 외른 회프너의 취미는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 일이다. 그는 도심과 외곽 지역의 크고 작은 슈퍼마켓을 드나들며 그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통해 독일 사회의 구성원들을 분석한다. 

저자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평균적인 중산층의 과거와 현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은 ‘독일이 열 명의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면’이라는 콘셉트로 이어지나, 열 명의 대표자는 독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보편적인 인물로 우리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외른 회프너 지음 / 파우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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