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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딜리트
[신간] 딜리트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11.2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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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측근 참모 중 해리 홉킨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걷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빈사상태에서 겨우 삶을 연명했는데, 하루 건너 몇 시간 정도만 일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업무수행 능력만큼은 다른 사람에 미치지 못하는 일이 없었는데, 그게 가능한 것은 중요한 일 외에는 전부 ‘삭제(딜리트)’를 했기 때문이었다. 윈스턴 처칠조차 그를 “중요한 일만 처리하는 도사”라고 극찬했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도 이런 말을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조차도 폭넓은 관심 분야에도 불구하고, 오직 미술 분야에서만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지식근로자들은 우월한 성과가 월등한 결과로 연결될 수 있는 몇몇 주요 부문에 집중한다. 그들은 업무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을 고수한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것 이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잘 안다. 두 번째로 중요한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
 

 

폐기해야 집중할 수 있고, 집중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포기를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포기’와 ‘선택’보다 더 정확한 말은 ‘딜리트’다. 딜리트란 말에는 좌절이라는 개념은 들어있지 않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과거를 포기하거나, 폐기하거나, 딜리트 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는 셈이다.

독일 기업 ‘알디’의 사례를 보면 딜리트의 힘을 알 수 있다. 알디는 다른 경쟁업체에 비하면 가격이 절반수준이다. 우리나라 슈퍼마켓과 비교하면 3~4배 저렴한데 알디에서는 1.5리터 콜라가 490원에 500밀리리터 병맥주가 380원에 판매된다. 우리나라 일반 슈퍼에서는 같은 양의 콜라가 1800원, 병맥주가 1900원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걸까?

알디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딜리트했다. 미국 내 알디는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매출이 2배 증가했고 영국에서도 시장점유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알디의 성공은 ‘포기와 단순함’이다. 소품종 최저가 정책이 먹힌 것이다. 알디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품목수를 엄격히 제한했다. 매장당 1500종의 품목만 판매한다. 테스코 같은 경우에는 5만 종, 월마트는 3만 종을 판매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90% 이상 PB상품만 팔고 매장도 소규모로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의 경우에는 상품을 선택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과 고통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납품 업체도 대량으로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가를 낮출 수 있고, 원가를 더 낮추기 위해 계약을 10년 이상 장기로 한다. 납품업체도 가격이 박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이라는 이윤을 취할 수 있다. 딜리트의 성과이다.

이 책의 제목 <딜리트Delete>는 우리가 매일 키보드 위에서 만나는 그 ‘딜리트’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뭔가 꽉 막혔을 때, 고만고만한 아이디어를 짓고 허물길 반복하다 지쳤을 때, 갈피를 못 잡고 쓴 글을 왕창 지울 때, 딜리트 키는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 딜리트의 마법을 실생활에서 부려보면 어떨까? 저자가 소개하는 동서고금 딜리터들의 활약을 읽고, 지금 당신 앞에 놓인 과제나 업무에 대해 ‘딜리트 매트릭스’를 적어보라. 라면 가게를 운영하든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하든, 우리는 남들과 다른 그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운명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편안한 반복에서 벗어나 동일성의 감옥에서 탈옥하는 법을 알려주며, “이단이 되어 전문가와 싸우고 일개 보병이길 거부하라”고 독려한다.
  
김유열 지음 / 쌤앤파커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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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범석 기자

문화 분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