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
[신간] 싸우는 식물
[신간] 싸우는 식물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8.12.07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우리 상식 속에서 식물은 늘 당하는 입장이다. 초식 동물의 먹이가 되거나, 동물의 발에 짓밟히거나 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개별적인 식물이 약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식물도 싸울 때는 싸운다. 

공룡이 잎이나 줄기 따위를 갉아 먹던 시기가 있었다. 이때도 물론 식물은 있었다. 이때 식물이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했던 일은 무엇일까? 일단 공룡은 몸이 엄청나게 크다. 이 공룡에 대항하고자 식물도 자신의 몸집을 키웠다. <쥬라기 공원> 같은 영화를 보면 엄청나게 큰 식물이 나오는데, 원시식물이 그렇게 큰 것도 공룡과 연관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거대한 나무는 쉽게 공룡에게 먹히지 않는 까닭이다. 식물이 거대화하자 공룡도 커졌다. 브라키오사우르스처럼 목이 긴 대형 초식 공룡은 키가 큰 나무의 잎을 먹을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목이 긴 공룡이 나오면서 식물도 키가 더 커졌다. 그리고 공룡은 또 목이 길어진다. 살기 위한 경쟁이다. 이들에게 거대하다는 것은 싸움에서 이긴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당시 기후와도 관련이 있는데, 공룡이 번성한 시대는 기온이 대체로 높았다.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 농도도 높아서 식물도 성장이 왕성했으며 거대해지기 쉬웠다.

이러한 식물의 거대화는 공룡의 멸종하면서 중단된다. 이후에는 포유류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지구의 기후가 변해서 더 이상 거대화를 선택할 수 없었다. 시장 환경이 변한 것이다. 조산운동 결과 대륙의 융기가 진행됨에 따라 대지의 암석이 풍화될 때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갔고, 그러자 대기 중 식물의 성장 공급원인 이산화탄소 농도가 내려갔다.

이때부터는 ‘독’이 싸우는 식물의 무기가 된다. 곤충을 방어하는 데 준비한 독성분은 그다지 효과가 없었으나 포유류에게는 매우 유용했다. 곤충의 경우에는 수가 많고 세대 교체가 빠르기 때문에 독을 준비해도 수많은 벌레 중 일부가 살아남아 독성분에 내성이 생긴 벌레를 증식시키는데 반해 포유류는 새끼를 많이 낳지 못하기 때문에 독성분이 듣지 않는 개체가 발달하기 어려웠다.

다만 포유류도 진화했다. 독성분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인간은 유독 성분을 입에 넣으면 혀가 감지해서 쓴맛이나 매운맛을 느끼게 되고 바로 뱉을 수 있게 되었다. 원래 인간의 미각은 이처럼 생존을 위해서 발달한 것이다. 식물도 이득이다. 상대방이 자신을 먹다가 죽는 것보다, 몇 번 먹어보다가 독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서 더 이상 먹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을 야금야금 먹다가 상대방이 죽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득이다.

이처럼 조용하고 수동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식물은 그 어떤 생물보다 뛰어나고 합리적인 생존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왔다. 이 책은 인간의 이기에 따른 피해자로만 비치던 식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고 재조명함으로써 식물과 자연계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타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하며 삶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싸우는 식물>은 일본에서 출간 당시 ‘무관심했던 식물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은 책’ ‘우리가 미처 눈치 채지 못한 식물의 삶의 현장을 발견하게 된다.’라는 평가와 함께 주목을 받았다. 생존의 각축장인 자연계에서 식물이 환경, 병원균, 곤충, 동물, 인간에 이르는 주변의 모든 것들과 투쟁하면서 펼치는 놀라운 전략과 전술을 한 편의 드라마 혹은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는 매력적인 식물학 책이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 더숲 펴냄 

  • 한강타임즈는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2-777-0003
  • ▶ 이메일 news@hg-times.com
  • ▶ 카카오톡 @한강타임즈
한강타임즈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정기후원인이 되어주세요.

매체명 : 한강타임즈
연락처 : 02-777-0003
은행계좌 : 우리은행 1005-702-873401
예금주명 : 주식회사 한강미디어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