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가격은 상품의 가치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 가격을 구성하는 요인은 매우 복잡하다. 경제학의 전통적인 원칙인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적용되는 가격 구성도 있지만, 대부분은 원재료나 품질의 가치보다 소비자가 만족하고 느끼는 가치가 가격의 구성을 이룬다. 경제학은 곧 심리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012년 럭셔리 브랜드 샤넬이 최기 인기 제품인 ‘클래식’ 모델의 가격을 10퍼센트 올리기로 했다는 내부방침이 회사 밖으로 흘러나왔을 때 명품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정보가 진실인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였고 롯데백화점 제공 데이터에 따르면 그 달에만 샤넬 매출이 직전 해 같은 기간보다 90%나 높게 올랐다. 가격이 오르기 전 미리 사두려는 소비자들의 심리 덕이었다.
그런가하면 소비자의 심리를 활용하는 기업의 생존 전술도 주목할 만하다. 재고가 남는다면 싸게라도 팔아서 재고로 없어지는 낭비를 막는 게 장사의 기본이다. 그럼에도 항공사는 1등석은 자리가 다 차지 않으면 않는 대로 놔두고 비행기를 띄운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1등석을 비우느니 싸게라도 파는 게 당장에는 이익이 되지만 1등석의 시장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 주변에서는 소비자를 유인하는 심리전도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다. 미끼상품이라는 것인데, 동네슈퍼 사장님들이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로 향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다름 아닌 아이스크림이다. 처음엔 10% 할인으로 시작했던 것이 손님이 줄자 20% 할인, 30% 할인으로 커지더니 급기야 50% 할인에 이르렀다.
이처럼 가격은 욕망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가격표를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제품의 내재 가치뿐만 아니라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전략, 의도, 심리, 욕망이 모두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가격 속에는 이처럼 복잡한 방정식이 숨어 있기 때문에 그 가격을 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읽어낼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긴다.
<보이지 않는 가격의 경제학>은 경제지에서 오랫동안 유통 분야를 담당해온 노정동 기자가 가격 결정의 메커니즘을 통해 일상에서 자주 만나지만 무심코 지나갔을 여러 가지 생활 속 경제학을 알기 쉽게 쓴 책이다.
‘편의점에서 파는 수입맥주는 왜 4캔에 만 원일까’ ‘저가항공은 어떻게 일본행 티켓을 1만 원대에 내놓았을까’ ‘쿠팡은 어째서 손해를 보며 물건을 팔까’ 같은 질문을 가격이라는 실마리를 통해 풀어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은 단순한 숫자 그 이상이다. 이 책은 가격이라는 새로운 시선을 통해 세상을 읽도록 돕는다.
노정동 지음 / 책들의정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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