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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헌법수업
[신간] 헌법수업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9.01.02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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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헌법에 일일이 열거된 조항은 ‘투쟁’의 산물이다. 그 대상은 국가 또는 기득권 세력이었으며, 시민이라 명명되는 세력은 기본권을 얻기 위해 싸웠고 피를 흘렸으며 마침내 거머쥐었다.

미국의 경우 목숨을 건 저항 끝에 1783년 파리 조약을 맺으면서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인정받게 된다. 이후 자유로운 시민 국가가 출범한다. 특히 헌법적 원리를 담고 있는 <독립선언문>은 많은 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프랑스도 비슷한 시기인 1789년 공화국의 탄생을 맞이했고, 프랑스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문서 역시 미국의 독립선언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부당한 정부에 맞설 수 있는 저항권’을 자연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영국도 변화가 발생한다. 다만 영국의 경우에는 귀족세력과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교황이 합세해 왕권을 제약한 경우에 해당된다. 교황이었던 이노센트 3세는 잉글랜드 왕이었던 존 왕을 압박해 <마그나 카르타>에 서명하게 만든다. 

 

근대 헌법의 시초로 흔히 영국의 ‘대헌장(마그나 카르타)’과 함께 ‘영국의 권리장전’, 미국의 ‘버지니아 권리장전’을 꼽는데 권리장전이 사실 헌법의 전부는 아니다. 영국에서 막 독립한 미국은 독립전쟁을 이끈 조지 워싱턴을 왕으로 추대해서 입헌군주제를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결국 완전히 새로운 통치 형태인 민주공화국을 세우고 국민에 의해 선출되고 임기가 제한되는 대통령제를 고안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면서 왕처럼 군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권력을 쪼갰는데 입법, 사법, 행정으로 분리하는 3권 분립체제가 그것이다. 이러한 권력분립이야말로 헌법의 중요한 원리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대적인 의미에서 개혁은 갑오개혁을 꼽을 수 있다. 다만 갑오개혁과 을미개혁은 일본의 간섭으로 진행되었고, 이에 국민의 권리 신장이 아니라 조선에 대한 청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고종을 고립시켜 국정에 대한 결정권을 내각으로 옮기면서 내각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에 따른 것이어서 진정한 의미의 권리장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동학농민운동은 ‘신분과 남녀 차별 없이 모든 인간이 곧 하늘이요 같은 하느님’이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민중에 의한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신분과 남녀차별이 없으며 모든 인간은 하느님과 같은 천부인권을 가졌다는 점에서 미국이나 영국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평가이다. 사상적 배경은 물론 농민군의 전력은 프랑스의 시민혁명이나 미국의 독립전쟁 저항군 못지 않았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미국이 독립전쟁을 할 때엔 제3국인 프랑스가 영국정부가 아닌 미국의 저항군을 도왔지만 조선 정부는 청군을 불러들여 결국 농민군이 전주화약을 하게 만들었고, 이틈에 일본이 진압에 나서면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민주공화국을 이룰 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고 이후 우리나라는 39년의 암흑기를 거치게 된다.

이 지점에서 <헌법수업>의 저자 신주영 변호사는 “만일 고종과 민비가 농민군을 자신의 편으로 삼았더라면, 청군을 부르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일본군이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그 전에 개화파와 함께 입헌군주국을 세웠더라면, 그리고 부국강병에 힘썼더라면, 그랬더라면 개화파가 일본과 손을 잡고 갑신정변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고, 갑신정변의 혁신 정강은 고종이 스스로 반포하는 입헌주의 헌법이 되었을 것이며, 군국기무처는 개혁을 주도하는 국회가 되었을 것이고, 친일파 내각이 등장해서 을사늑약에 조인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탄한다.

이 책은 헌법이 말하는 가치와 원리를 청소년 여러분이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보는 한편 거기 나오는 중요한 조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쓴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헌법 내용의 법적인 의미와 해석보다는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헌법적 가치와 원리의 연원이 되는 역사적 배경과 철학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데 정성을 기울였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인 이미지로 헌법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게끔 역사 속의 인물을 소개하거나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건과 시사 자료들을 많이 인용했다.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은 헌법이 그저 멀리 떨어져 있는 추상적인 법이 아니라 공기처럼 친숙한 존재라는 것, 우리 곁에서 나 개인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세상의 의로움을 지키는 근본 가치라는 것, 더 나아가 좋은 방향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실체라는 사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신주영 지음 / 들녘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