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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Pick] ‘죽을 권리’vs ‘자살’ 불붙은 안락사 합법화 논쟁
[한강-Pick] ‘죽을 권리’vs ‘자살’ 불붙은 안락사 합법화 논쟁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9.03.14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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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최근 3년간 두 명의 한국인이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한국에서도 안락사 합법화 문제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한국은 지난해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 도입하면서 국내 안락사 찬성 목소리는 과거보다 한층 커졌다. 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14% 이상이 65세 이상) 진입과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죽음을 맞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4일 각종 포털사이트 등에는 안락사 합법화에 대한 찬성 입장이 두드러지며 누리꾼들의 상당수가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락사 합법화를 본격 논의하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디스니타스 공식 홈페이지 캡쳐 화면.
디스니타스 공식 홈페이지 캡쳐 화면.

하지만 반대로 "안락사는 자살이지 존엄사가 아니다"라며 안락사 입법화에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안락사 합법화를 찬성하는 한 누리꾼은 "저희 아버지도 디그니타스(Dignitas)에 가입 후 스위스행을 고민했지만 비행기조차 탈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아 결국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며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또한 진정한 삶이 아닐까? 본인이 원하고 가족 모두 동의할 시 안락사를 허용하자"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한 누리꾼들은 "죽음은 자연스럽게 죽도록 둬야한다. 정부가 잘하고 있다", "악용의 우려가 있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안락사를 합법화 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자는 "올해 88세이신 어머니께서 A형 독감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폐렴과 패혈증이 와 수면치료를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했다. 주치의도 가망이 없다고 한다"며 "가족들은 어머님을 편안히 보내드리고 싶다. 한달 동안 병원비도 1600만원이 나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청원자는 "한국도 의료기관 혹은 관련 기관을 만들어 조력자살, 적극적 안락사에 관한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제는 죽음을 본인 스스로 준비하고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인 두 명은 지난 2016년과 2018년 조력자살을 돕는 단체인 스위스의 디그니타스를 통해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력자살이란 의료진으로부터 조력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종의 안락사로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국민과 외국인 모두에게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스위스에는 디그니타스 외에도 엑시트 인터내셔널(Exit International), 이터널 스피릿(Eternal Spirit) 등 3곳의 안락사 단체가 있다. 지난해에는 104세의 호주인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이 엑시트 인터내셔널을 통해 스위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디그니타스에는 현재 47명의 한국인이 가입돼 있으며, 엑시트 인터내셔널에도 60명의 한국인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락사(조력자살 포함)는 현재 네덜란드, 스위스 등 7개국이 허용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2월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을 통해 임종이 임박한 환자가 본인 또는 가족의 동의로 인공호흡기 등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만 가능하다. 환자의 죽음을 인위적으로 앞당기고자 영양분 공급 등을 중단(소극적)하거나 의사가 직접 치명적 약물을 주입(적극적)하는 안락사는 허용되지 않는다.

관련 기관도 고민이 깊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사무총장은 “한국은 이제 겨우 연명의료 결정 수준으로 들어갔다"며 "의사조력자살이나 안락사는 한 걸음이 아니라 열 걸음 후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여전히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생각이 만연한데 죽는 방법을 말하는 것은 너무 시기상조"라며 "좀더 제도 시행을 지켜보고, 죽음의 문제를 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삶의 마무리를 논의할 시스템을 구축한 다음에 방법론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규성(전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 한국엠바밍 대표는 “안락사 찬성 비율이 80%까지 늘어난 건 사회 변화에 따른 독거 가구 증가와도 연관이 있다”면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쓸쓸한 죽음을 맞는 것보다 스스로 임종의 순간을 선택하고 싶은 게 현대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대여명이 늘어났음에도 억지로 삶을 연장하는 걸 원하지 않는 상황인 만큼 사회적 해법을 논의할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지금 시행 중인 연명의료결정법이 존엄한 죽음을 돕는다는 신뢰가 구축될 경우 한 걸음 더 나아간 안락사 도입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