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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약자를 위한 현실주의
[신간] 약자를 위한 현실주의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9.05.20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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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이 책은 EBS 다큐프라임을 통해 방송된 <한국사 오천년 – 생존의 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다큐가 한창 제작 중이던 2016년과 2017년은 사드 배치와 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됐던 시기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이러한 위기는 단지 어느 강대국의 대통령이 바뀌었거나 어느 독재 국가 지도자의 정신 상태가 변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위기의 배후에는 한반도가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특성이 숨어 있다. 이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라는 땅의 숙명이라면,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만큼 그 숙명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데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게 저자의 전언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역사에서도 우리가 스스로 운명을 자신 있게 결정할 수 있었던 시기는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중국에 패권국가가 주기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당나라 이후로는 더욱 그러했다. 당나라 이후 모든 패권국가들은 우리나라를 가장 먼저 굴복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비록 약자일지언정 쉽게 굴복하진 않았다.

 

고려와 거란 전쟁이 그렇다. 샛별처럼 떠오르는 강대국 거란과의 전쟁에서 고려는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거란 전쟁 이후 고려는 한반도 국가로서는 예외적일 정도의 폭넓은 외교적 자율성을 가지고 국가를 운영할 수 있었다. 경쟁하는 두 강대국 송과 거란 사이에서 고려는 양자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며 별다른 간섭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고려는 한반도 주변 두 강대국인 송나라와 거란 모두와 우호관계를 맺는 교묘한 외교술을 구사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려가 외교술만으로 자신의 위치를 지킨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자신만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란과의 세 차례 전쟁을 통해 고려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증명했다. 그렇게 때문에 자율성도 보장을 받을 수 있었다.

비슷한 구도였던 병자호란은 이와는 달랐다. 너무 불행하게도 당시 조선의 군사력은 고려와는 달리 엉망이었다. 임진왜란이라는 전란을 겪은 이후 조선은 방어력을 갖추긴 했지만, 1619년에 벌어진 사르후 전투에서 무려 1만 명이 넘는 병력을 잃고 인조반정과 이괄의 난을 거치면서 군에 대한 숙청이 이뤄졌는데, 이때에도 많은 병력이 사라졌다. 결국 조선군은 도저히 청나라와 맞대결을 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군사력이 약화돼 버렸다.

만일 광해군 시절의 군사력만 서북면에 배치하고 있었어도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며 명나라의 반격을 두려워하던 홍타이지가 쉽게 조선 정벌을 결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말이다. 

“광해군에 비해 인조가 비난 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중립을 유지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제 손으로 서북면의 군사력을 약화시켜서 적의 침입을 용이하게 해준 일일 것이다. 조선이 병자호란의 비극을 막지 못한 이유는 결국 ‘중립의 부재’ 때문이 아니다. ‘무기의 부재’ 때문이다.”(p334)

현실주의자가 되고자 한다면, 지금 이 현실을 그저 응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그 평가를 바탕으로 색다른 프레임, 뚜렷한 전망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실현가능하게 하는 힘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현실주의자의 면모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현실주의의 실현으로 만든 영광의 역사와 현실주의의 부재로 인한 굴욕의 역사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이주희 지음 / Mid(엠아이디)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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