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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율곡의 상소
[신간] 율곡의 상소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9.07.22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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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오늘날의 정치에 대해서 말해보겠습니다. 나라의 세금 제도는 연산군 때 백성을 괴롭히던 제도를 그대로 따르고 있고, 관리의 임용은 권세를 쥔 간신들이 청탁하는 관습을 그대로 따릅니다. 문예를 덕행보다도 우선시하여 덕행이 뛰어난 자는 끝내 하찮은 벼슬에 머물고, 문벌을 중시하여 어진 인재는 경시하고, 집안이 하찮은 자들은 자신의 재능과 기예를 펼칠 수조차 없습니다. 또 승지(왕명의 출납을 맡은 관직)가 임금 앞에 나아가 아뢸 수 없기에 임금께서 원래 가까웠던 신하들과는 관계가 소원해지고 환관들과 더 친하게 되었습니다. 홍문관 시종들이 조정의 논의에 참여하지 못해서 유신들이 가벼이 여겨지고 속된 논의가 중시되었습니다.” 

목숨을 걸고 왕에게 간하는 율곡 이이의 상소문이다.

 

이이는 오늘날로 따지자면 ‘천재’에 가깝다. 13세 때 진시 초시와 23세 때 별시 초시에 합격한 것을 합치면 총 아홉 번 장원을 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행정고시에서 아홉 번 정도 수석을 한 셈이다. 29세에 정치에 입문한 율곡은 요직을 거치면서 점점 높은 품계에 오른다. 다만 운이 따르지 않은 점은 그 당시 임금이 선조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율곡은 포기하지 않는다. 잘못된 임금이라도 고칠 수 있다는 일념에서이다. 그는 은거, 출사, 사직을 반복하다가 38세에 홍문관 직제학에 취임하면서 중앙 정치에 복직한다. 다음해에는 ‘만언봉사’라는 1만 2000여 자로 이뤄진 상소문을 선조에게 바치는데, 이는 당시 선조의 성격을 봤을 때 목숨을 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선조는 간언을 올리는 율곡을 신임했다.

그가 만든 저술작 ‘동호문답’과 ‘만언봉사’는 율곡의 철학과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동호문답’은 문답체 형식으로 쓰였는데 질문과 대답이 매우 논리적이다. 실제로 눈앞에서 2사람이 논쟁을 벌이는 모습이 생생하게 머리에 그려진다.

율곡은 폐단이 짙은 정치 현실을 목도하며 나라의 여러 제도가 가진 폐단을 제거하고 개혁해서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도 개혁은 왕과 신하들이 사욕을 버리고 공공성을 회복하는 일이었다. 자신의 사욕을 극복하고 공공성을 되찾는 것이 율곡이 말하는 수신, 즉 자기수양이었던 셈이다. 

율곡의 시대는 이미 네 차례의 사화로 인해 올곧은 선비들의 명맥이 거의 끊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이러한 강직한 직언은 매우 위험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끊임없이 백성을 위한 정치 개혁을 주장했다. 이 두 저술은 한마디로 ‘자기수양을 통해 임금의 마음을 바로잡고, 제도를 개혁하여 폐습을 고치는 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임금이라는 명확한 독자를 두고 간절하게 설득하려는 목적으로 쓰였기 때문에 마치 율곡을 마주하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 듯 생생하다. 

이이 지음 / 홍익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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