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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창조하는 뇌
[신간] 창조하는 뇌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9.08.0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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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파블로 피카소는 여자들의 머리와 몸, 과일 등을 목탄화로 스케치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창조 세계를 열었다. 수백 장을 스케치한 뒤에야 그는 본격적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에는 자신의 정부와 친구 몇 명에게 작업 중인 그림을 보여준 뒤 그들의 반응에 실망해 그림을 옆으로 치워버리기도 했지만, 그러다가 몇 달 후 아무도 모르게 다시 작업에 착수했다.

피카소는 매춘부들의 초상화를 통해 이전 그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그림을 그리는 데 시간을 쏟으면 쏟을수록 그의 명성은 낮아졌다. 그가 그린 그림을 자신의 가장 큰 고객에게 팔겠다고 제안했으나 사주지 않은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그가 그리는 그림에 냉담한 반응뿐이었다. 낙담한 피카소는 캔버스를 둘둘 말아 그대로 벽장 안에 쑤셔 박았다.

 

그러다가 그 그림이 9년 후 일반에 공개되고 1차 세계 대전 중에는 전시회에 걸리기도 했다. 미술관 큐레이터는 일반 대중의 거부감을 우려해 그림 제목을 ‘아비뇽의 사창가’에서 ‘아비뇽의 처녀들’로 바꿨다. 그러자 사람들의 반응이 다양해졌다. 

뉴욕타임스의 한 평론가는 피카소의 그림에 대해 “일찍이 다섯 여인의 이 일그러진 누드화만큼 커다란 영향을 끼친 그림은 소수에 불과했다. 일필휘지(一筆揮之)로 그린 이 그림은 지금까지의 미술에 도전장을 던졌고 우리 시대의 미술에 지대한 변화를 일으켰다”고 극찬했다.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이 이처럼 독창성을 인정받았던 이유는 그가 그간 유럽 화가들이 수백년간 고수해온 원칙, 즉 사실적인 묘사 원칙을 뒤집어 놓았기 때문이다. 피카소의 그림에서 사람들의 손과 팔은 뒤틀려 보이고, 여성들의 얼굴은 마치 마스크를 쓴 듯하며 그림 속 여성들은 더 이상 온전한 인간의 형상을 갖고 있지 않았다. 피카소의 그림 속에서 여성들은 그간 화가들이 투영시켰던 여성의 아름다움, 점잖음, 진실성을 오롯이 배반하고 있다. 미술계의 전통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 창의성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표준적인 틀을 깨부수는 것이다. 다만 새로운 것은 무(無)에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아이폰을 발명하든 자동차를 제조하든 현대 미술에 역사적인 그림을 그려내든 결국은 다른 사람에게 물려받은 것을 리모델링한 결과이다. 창조력이 있는 사람은 세계를 자신의 신경계로 흡수해 그것으로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낸다. 즉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기존의 기억과 인상을 기반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피카소 역시 <아비뇽의 처녀들>을 그리기 전 아프리카 가면 전시회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피카소가 토착 예술에 관심이 없었고 관련된 예술품을 보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아비뇽의 처녀들>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창의성’이나 ‘혁신’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마치 하늘에서 번개가 치듯이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의 끝없는 창조와 혁신이 사실은 과거의 경험과 지식 혹은 주변에 존재하는 그 무언가를 원재료로 삼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창조적 예술품과 혁신적 발명품의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창조하는 뇌가 보여주는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휘기(Bending)’, ‘쪼개기(Breaking)’, ‘섞기(Blending)’의 세 가지 전략으로 정리했다. 이 책은 과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을 숨 가쁘게 이어지는 흥미로운 지적 여행에 초대하는 한편, 혁신을 갈구하는 창업가나 기업인들에게는 창의성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데이비드 이글먼, 앤서니 브란트 지음 / 쌤앤파커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