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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신간]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 송범석 기자
  • 승인 2019.09.05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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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송범석 기자]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살인용의자로 체포되었고 피해자는 사귀고 있던 여성입니다.” (p24)

가족 중 누군가가 타인을 살해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연좌제는 사회를 떠받치는 ‘질서’라는 이름으로 어김없이 작동한다. 그리고 범죄자의 가족은 지옥문으로 들어간다. 지옥은 뜨겁지 않다.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다. 이웃들은 더 이상 살인자의 가족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 살인자의 여동생은 사귀고 있던 직장 동료로부터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사귀던 남자의 부모는 건장한 남성 두 사람을 데리고 와 다시는 자신의 아들과 만나지 말아달라고 위협까지 해댄다.

“아들의 당당한 항변을 기대했지만,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들은 살인자였고 우리는 살인자의 가족이 된 것이다.” (p27)

 

극악한 범죄자가 발생하면 인터넷이 들끓는다. 가해자 가족에 대한 비방, 개인정보의 폭로, 집에 돌을 던지는 행위는 약과에 속한다. 이는 죄를 지으면 가족도 범죄에 책임이 있으며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일종의 ‘본보기 처벌’이 범죄를 줄인다는 믿음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이것은 봉건시대에서 통하는 일이다. 범죄를 저지르면 가족에게 피해가 간다는 통념은 어디까지나 가족 간의 관계가 좋을 경우에나 겨우 성립한다.

실제로 성추행으로 체포된 대부분의 남성이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은 ‘사회로부터의 배척’이다. 가족에 대한 걱정보다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자유를 빼앗길 것을 걱정한다. 이 대목에서 변호사인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범죄자의 과거의 삶을 범죄의 원인으로 판단하고, 가해자가족을 비난한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p178)

저자는 피해자 가족만큼이나 가해자 가족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적으로 비난을 당하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은 오히려 책임을 부정할 수 없는 입장에 처해진 가해자 가족이다. 지원방법으로서 피해자가 아니면 지원하지 않거나 동정받는 상황이어야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가해자’라는 입장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p222)

가해자 가족도 보호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다. 

책은 그 외 다양한 상황에 있는 가해자가족을 지원하면서 봤던 ‘가족신화’의 거짓, 가족연대책임이 낳은 또 다른 비극, 가정으로부터 범죄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해야 할 일에 대해 담고 있다.


아베 교코 지음 / 이너북스(innerbooks)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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